포켓몬 시리즈 중 처음으로 3D 사용, 만만치 않은 '포켓몬 도감' 채우기

지금이야 휴대용게임 하면 ‘앵그리버드’나 ‘윈드러너’ 같은 것을 떠올리시겠지만,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게임플랫폼으로 동작하기 이전부터 휴대용 게임기들은 등장했습니다. 거실에서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콘솔게임기와는 달리, 휴대용 게임기는 압도적으로 닌텐도의 게임보이 시리즈가 그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그런 닌텐도의 게임보이용 게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시리즈를 고르라면 포켓몬스터일 것입니다. 물론 ‘젤다’나 ‘슈퍼마리오’도 게임보이용으로 나오긴 했지만, 외전을 제외한 정통 시리즈는 오직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용으로만 출시되기 때문이며, 그 인지도 역시 세계적이기 때문이죠.

지난주 토요일인 10월 12일,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신작인 포켓몬스터 X.Y 가 전세계 동시 발매되었습니다. 포켓몬스터 신작을 기다리던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축제분위기인데요. 포켓몬스터라고 하면 워낙 큰 프렌차이즈라 모르시는 분은 없으실 겁니다. 애니메이션, 만화책, 트레이딩카드, 인형, 심지어 패션부터 비행기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중에 하나죠.

▲ ANA항공의 포켓몬제트
‘그래봤자 애들 애니메이션 아니야?’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것이 맞고 많은 상품들이 주 고객인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경우가 많지만 생각외로 포켓몬스터 게임을 하고 있는 어른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흔히 1세대 포켓몬이라고 부르는 게임보이용 포켓몬스터 적,녹이 1996년에 출시되었으니 그 때 게임을 즐기던 초등학생들이라면 이제 30줄에 들어가게 되니까요. 그 뿐만 아니라 이미 옛날부터 깊이 있는 게임시스템으로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있었습니다.

■ 프랑스 칼로스 지방 배경, 6세대 3DS용 '포켓몬스터'

포켓몬스터 하면 그냥 여러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고 그 포켓몬으로 대결을 하고 다닌다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1996년 이후 계속 발매되며, 계속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이전에 NDS 용으로 나온 포켓몬스터 블랙, 화이트는 5세대 포켓몬이라고 부르고, 이번에 3DS 용으로 나오는 포켓몬스터는 6세대가 되었네요.

우선 포켓몬스터의 세상은 실제 지역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요,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일본의 칸토, 칸사이, 큐슈, 훗카이도를 모델로 하였고, 5세대인 블랙과 화이트에서는 뉴욕을, 그리고 이번에 출시된 X,Y 의 무대는 프랑스의 칼로스 지방입니다.

그런 탓인지 칼로스 지방 중심 도시인 미르시티에 가면 명백하게 에펠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탑이 서있기도 하고, 카페나 패션에 신경을 쓰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마을마다 개성있게 디자인을 해놓기도 했고,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모든 마을에 들러야 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여행하는 기분으로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포켓몬 도감을 모으게 됩니다.

▲ 포켓몬스터 홍보영상 중 '미르시티'
포켓몬 도감 역시 게임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데요, 각 게임마다 약 150 마리 가량의 포켓몬이 등장하며 주인공은 이 도감을 채우는 것을 부탁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게이머도 포켓몬 도감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 희귀 몬스터, 전설 몬스터 등 풍부한 포켓몬 콘텐츠

포켓몬들은 실제 시간에 영향을 받는 게임 내 시간에 따라 나타날 때도 있고, 특정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몬스터도 있습니다. 박쥐 포켓몬스터라면 잡겠다면 당연히 동굴로 가야하는 거죠. 심지어 디아루가/펄기어에 등장하는 포켓몬은 계절에 따라 무늬가 바뀌기도 하여 1년 내내 게임을 붙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포켓몬 종류라도 모양이 미묘하게 다른 몬스터들도 많아서 다 모으는건 정말 쉽지 않지요.

게다가 해당 시리즈의 엔딩을 보면 전국도감이라는 지금까지 나온 포켓몬스터들을 모두 기록할 수 있는 도감이 해금되면서 게이머는 게임의 엔딩을 본 이후에도 친구들과 포케몬을 교환하면서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꾸준히 오프라인에서 이벤트를 통해 구하기 힘든 희귀 포켓몬이나 아니면 극장에 새로 등장하는 전설의 포켓몬 등을 배포하기도 하니, 게이머들은 1년 내내 포켓몬 이벤트를 체크하기도 합니다.

‘이로치’라고 부르는 같은 몬스터이더라도 구하기 힘든 색의 포켓몬스터도 있어서 포켓몬 수집을 주로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다음 편이 나올 때까지 게임을 즐겨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죠.

■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포켓몬 배틀 '세계대회'

또한 포켓몬스터의 전투 역시 게임의 핵심 콘텐츠 중에 하나인데요, 포켓몬의 성격이나 언제부터 키웠는가에 따라서 얻을 수 있는 기술이나 능력치가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포켓몬 배틀을 전문으로 키우는 게이머들에겐 항상 네 개밖에 없는 슬롯에 어떤 기술들을 집어넣어서 강력한 6마리의 포켓몬 조합을 만들어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건 세계대회도 있어요. 올해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다고 하네요.

‘수집’과 ‘배틀’, 두 가지의 핵심 콘텐츠 이외에도 여러가지 시스템들이 많이 추가되거나 없어졌습니다. 빠른 이동을 위한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부터, 낚시. 포켓몬 꾸미기, 포켓몬 올림픽 등 여러가지 시스템들이 게이머를 즐겁게 하기 위해 각 시리즈마다 시도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면 이렇게 어려운 게임을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도 드시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파고들 요소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캐주얼하게 즐기시는 분들은 그냥 편하게 게임을 즐기시기도 합니다.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니까요.

이번에 나온 포켓몬스터 X, Y는 시리즈 처음으로 3D를 사용한 게임입니다. 지금까지 2D게임에서 준 경험 이상의 것을 3D로 주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도트 애니메이션으로만 등장했던 포켓몬스터들이 모두 풀 3D로 등장한 덕분에 게임 안에서 포켓몬을 데리고 다닌다던가, 포켓몬을 타는 것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아동용 게임이겠지 하고 무시하고 있으시다면, 한 번쯤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아이들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그 깊이와 재미에 놀라게 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있는 인기 시리즈는 그냥 이루어지는게 아니니까요.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기자 krucef@gmail.com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회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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