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과 너무 닮은 게임....호박귀신-“돈 줏어라!”외치던 추억

한창 보글보글을 즐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시절에 겨울 한 두 번을 지나고 나니 새로운 게임이 오락실에 등장하였다.

스노우 브라더스
게임 이름은 ‘스노우 브라더스’이지만, 타이틀 화면에 보이듯이 Brothers를 BROS. 로 표기한 덕분에 한참 동안 ‘스노우 브루스’로 불리던 게임이었다. 아직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일이었으니 그때 당시 알파벳을 알면 얼마나 알았겠는가? 지금처럼 조기교육이니 유학이니 어학연수니 해서 외국에 손쉽게 드나들던 시절도 아니었고, 비행기 한 번 타는 것이 닐 암스트롱 달나라 가듯이 신기한 일이었으니 ‘BROS.’가 ‘Brothers’와 같은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도 한참이나 지난 후였다.

괴물 캐릭터
지금도 마찬가지만, 어느 시절이나 ‘얼리 어답터’ 기질의 인간들은 존재했다. 그 당시에도 막 출시된 신종 게임을 공략회의도 하지 않고 겁도 없이 동전부터 집어넣고 보는 용자들은 필자가 살던 동네에도 존재했다.

필자는 차마 동전효용가치를 지켜낼 용기가 나지 않아 선뜻 집어넣지 못했다. 그때 당시에는 밤맛 아이스크림(바밤O)이나 지금도 필자와 같은 주머니 사정 가벼운 서민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먹고 싶을 때 먹기에는 쉽지 않은 상어 지느러미(샥스핀)의 풍미를 매우 저렴하게 음미할 수 있는 상어 아이스크림(죠O바) 같은 것들이 50원 동전 하나면 살 수 있는 시절이었다.

몇 분도 못 버티고 동전의 효용가치를 잃어버리게 되는 일은 방금 산 아이스크림을 비닐 포장을 뜯자마자 앗 하는 비명과 함께 땅 바닥에 떨어트린 것만큼 아까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바로 주워서 흐르는 물에 씻어내면 90% 이상의 물량을 살려낼 수 있다 (요즘엔 이렇게까지 하지 않겠지?).

즉, 그 당시 막 출시된 따끈따끈한 게임에 겁도 없이 동전을 투입했던 우리 눈앞에 용자는 아이스크림 따위 몇 개를 바닥에 내던져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재력을 소유한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우리 모두 그 무모한 용기보다 그 무한한 재력을 부러워했던 것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딱지나 구슬이 상대보다 많이 있어도 대단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딱지나 구슬이 현물과 교환이 가능한 물물가치의 재화로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구슬 3개면 “아이스 크림 한 입만” 시전이 가능했다던가.. 하는 식으로 딱지, 구슬이 주머니에 가득 찬 부르주아 미취학 아동들이 동네에서 제일 떵떵거리며 살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렇게까지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끝나버릴 수 있는 동전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오락 기계에 동전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선뜻 쉽게 나설 수 없는 행위였던 것이다.

돈 줏어라!
말은 복잡하고 길게 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꽤 오래도록 잘 버티고 있는 선구자를 보고 그 뒤에는 너도 나도 동전을 집어 넣어보았다. 그 당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이름 모를 선구자여 감사하다(지금도 아이스크림 몇 개 정도는 바닥에 던져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윤택한 삶을 살고 있기를 바란다).

실제로 직접 게임을 해보니 의외로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생각해보니 왠지 보글보글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는 느낌에 기존에 ‘보글보글 카르텔’이었던 필자의 세력들에게는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 일단 게임에서의 이동과 샷의 개념이 비슷했고 아이템의 효능이 거의 비슷했다. 보글보글 게임처럼 빠르게 쏠 수 있는 아이템이 존재했고, 신발과 같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이 부적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에는 현찰다발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너도 나도 돈 줏어라! 하고 소리치던 기억이 난다. 비록 현실은 내 주머니에 50원 짜리 동전 달랑 한 개 있어도 야망은 현찰 다발이다! 하던 필자의 소년시절이 떠오른다. 게임에서나마 그 꿈을 풀었으니 아쉬움은 없다(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현찰 다발이 아니라 부적이었다는 소문에..).

아이템 설명
보글보글이 사탕 아이템과 신발 아이템이었다면 스노우 브라더스에서는 물약 아이템으로 바꾸었다는 차이뿐이다. 빨간색 물약은 스피드업, 노란색 물약은 보글보글의 보라색 사탕처럼 장거리 샷이 되고, 파란색 물약은 샷의 파워업이 된다. 간혹 녹색 물약이 나오기도 하는데 진격의 거인처럼 커지고 무적이 된다.

보글보글을 해본 게이머라면 5분도 안되서 즉시 적응이 가능하다. 게다가 보글보글이 끝판이 100판이었던 것에 비해 스노우 브라더스 게임에서는 1스테이지당 10판씩 총 5 스테이지가 존대하여 50판이 끝판이었다. 비교적 손쉽게 끝판왕까지 갈 수 있는 게임으로 보글보글 중상급 정도의 실력이라면 거의 끝판을 깰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였다.

무리해서 난이도 조절을 위해 극악의 설정을 해놓지도 않았고, 죽었나 깨나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화면 가득 메운 탄막을 뿌리는 무개념의 보스도 없었다. 그럭저럭 크게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해도 즐겁게 클리어할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 설정이 이 게임의 인기 비결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 한다(게임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 없지 않는가?).

시간 끌면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여유자작 느슨한 플레이를 하면 머지않아 무시무시한 호박유령을 보게 될 것이다. 보글보글에서 시간을 끌면 고래가 나오듯이 스노우 브라더스 게임에서도 시간을 끌면 무시무시한 호박유령이 나온다. 호박유령이 자기 혼자 나오면 그나마 괜찮지만, 좀 더 시간 끌면 친구 유령도 끌고나오기 떄문에 조심해야 했다. 되도록이면 끝판에 갈 때까지 안 보는 것이 좋은 것이다. 누군가는 저승사자라고도 표현했는데, 양 손에 길다란 서양 낫만 들고 있으면 딱 그 모양이 어울리지 않았을가 싶다.

플레이어가 죽었을 때 표정:뭔가 즐거워보이는데?
친구 유령까지 등장하면 게임이 갑자기 바빠진다. 그때 부러는 잡아야 할 놈, 피해야 할 놈, 도망치는 놈, 놈놈놈 게임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일부러 늑장을 부리지 않는 이상은 대부분 저 정도 까지 시간을 끌지 않아도 스테이지 클리어가 가능할 만큼 스테이지 구성이 어렵지 않게 되어 있다.

■ 단순한 슈팅 게임이 아니다
이 게임은 비교적 인기를 끈 게임에 속하는데 게임의 인기 비결은 일단 캐릭터들의 디자인 자체가 젊은 층의 여성 유저를 타겟으로 한 것이 확실히 보이는 디자인이다. 적군으로 등장하는 몬스터 캐릭터들의 디자인 또한 기존의 무시무시하거나 어떻게든 없애보고 싶은 분노를 자아내는 디자인에서 탈피하여 귀엽고 아기자기한 포켓몬 같은 느낌의 캐릭터로 디자인되었다.

이렇게 눈덩이를 만든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게임의 진행방식 역시 잔인하다거나 난폭하지 않으며 단순한 샷(발사)을 통해 눈덩이로 뭉치고 눈덩이를 발로 차서 없애는 방식으로 거부감 없이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며, 게임 안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전략적인 요소를 구사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적은 가둔 눈덩이를 밀어서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어릴 적 눈싸움 하면서 눈덩이 뭉쳐서 굴리던 기억이 나는 부분이다. 굴려서 밀어 넣은 눈덩이 위에서 점프하는 것도 가능하여 기본 점프로 이동할 수 없는 곳도 눈덩이를 밟고 점프해서 올라갈 수 있다.

게임 진행의 다양한 방식을 지원함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지루함에서 탈피하여 생각하면서 진행하는 즐거운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물론 혼자서 진행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1P, 2P 협동으로 눈덩이를 만들고 굴리고 밀어서 점프해서 올라가고 하는 등의 협업 플레이가 필요했다.

모 게임의 경우 2인용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1P, 2P간의 경쟁만이 있고 협동의 모티베이션이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스노우 브라더스의 경우에는 좋은 아이템을 서로 누가 더 빨리 먹어서 강해지는가 하는 경쟁의 요소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경쟁조차도 서로가 힘을 합쳐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한 조건을 뿐이라는 점에서 보다 더 협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두다 만 눈덩이
스테이지 구성 역시 복잡하거나 꼬아놓지 않고 몇 개의 층 정도로만 구성되어 있어 이동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숨겨진 포인트가 있다던가, 퍼즐적인 요소를 풀어야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 가능하다던가 하는 식의 악랄한 구성을 최대한 배제되어 있는 직관적인 UX야 말로 이 게임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너희들의 동전을 뼛속까지 탈탈 털어주겠어!”와 같은 악마의 게임들도 난무하던 세상이었다고 보면 ‘스노우 브라더스’라는 게임이 얼마나 선의에 가득 찬 아름다운 게임이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전날 술을 과하게 자셨나. 불을 토해내는 녹색 괴물
앞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단순하고 쉽기만 한 게임은 분명히 아니었다. 화면처럼 전날 과하게 한 잔 하고 동네 어귀에 잠들어 있는 아저씨처럼 웩.. 하는 모션으로 불을 토해내는 놈도 있었고, 눈덩이로 만들어둬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려나기도 했다.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게임 진행 방식으로 텐션의 완급이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보스 스테이지: 눈덩이 맞고 어질어질
보스 스테이지 역시 여타의 다른 게임에 비해 어렵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하루 온종일 총알을 쏴대야 겉에 껍데기 하나 떨어져 나간다던가, 기껏 죽어라 쏴서 죽었나 했더니 다른 모양으로 다시 부활한다던가 하는 너저분한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지 않은 깔끔한 진행 방식의 보스 스테이지이다. 웬만큼 쏘다 보면 쓰러트릴 수 있고, 납득 가능한 시간 내 클리어가 가능한 부분에서 게임은 꼭 어렵고 험난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쟁취와 극복의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보스 스테이지 역시 둘이서 할 경우 무척이나 간단하고 쉽게 클리어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생각 없이 쏘기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수준의 난이도 설정이라는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스노우 브라더스 게임은 그 부분에서 난이도 설정에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대체로 오랜 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었으므로 오락실 주인아저씨 입장에서는 전기료 걱정에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을 게임이다(하지만, 오락실 협회는 막강하다. 분명 그들의 주장으로 끝판을 50판으로 제한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든다).

■ 고전게임의 인기척도 – 스마트 폰 게임으로 등장
유명한 고전게임들의 경우 예외 없이 스마트 폰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이 게임 역시 최근 스마트 폰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원 개발사가 사라진 뒤라 저작권이 어찌되는지 모르겠지만, 오래 전에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이 손안의 게임으로 다시 돌아온 것에 반가운 마음이다.

8비트 게임기 버전
최근 스마프 폰 출시 이전에도 역시나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것이 검증된 만큼 다양한 기기로 컨버전 되었다. 가정용 콘솔 게임기는 물론 휴대용 게임기로도 등장하였으며, 고전게임의 인기 척도인 스마트폰 게임으로도 출시되어 있다. 지난날 추억을 더듬으며 한 번쯤 플레이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안드로이드 앱 게임으로 출시

■ 필자의 잡소리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놓고도 제작사인 ‘토아플랜’이라는 회사는 결국 도산해서 사라져버렸다. 그 당시 오락실 게임으로 인기를 얻었던 ‘타이토’, ‘세가’, ‘캡콤’ 등이 아직도 살아 남아 게임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있을지 모르지만 원래 ‘토아플랜’이라는 회사는 ‘스노우 브라더스’ 게임 외에도 각종 슈팅 게임을 만들어 성공시키던 슈팅 게임 명가로 꼽히던 회사였다.

구극 타이거
그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어릴 적 한 번쯤은 플레이 해보셨거나 또는 구경이라도 해봤을 유명한 게임 ‘트윈 코브라’의 개발사라는 것을 알면 놀라실지도 모르겠다. 정확히는 ‘구극 타이거’ 슈팅 게임이 시초이며, 이 게임 역시 1986년에 출시한 ‘타이거 헬리’가 원조이다.

‘토아플랜’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슈팅 게임들은 후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그 중에서도 세이부社의 명작 슈팅 게임 ‘라이덴’이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TAITO 社 가 개발사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토아플랜’이 TATIO의 하청으로 제작한 게임이다.

우리가 ‘트윈 코브라’로 알고 있는 게임은 사실 ‘구극 타이거’의 해외판 버전이다. 내수용(일본) 게임은 ‘구극 타이거’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내용도 조금씩은 다르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트윈 코브라’ 기사를 쓸 때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할 생각이다(너무 많이 풀어내면 나중에 쓸 게 없어지니까..).

세로로 읽어보면 마법의 주문이 보일 것이다
회사가 멸망하고 몇 개의 회사로 흩어지면서 그 중에 한 회사 ‘CAVE’ 개발사에서 첫 작품으로 역시나 유명한 게임 ‘돈파치’를 출시했다. 돈파치 게임의 HIGH SCORE (TOP PLAYER) 초기 이니셜을 세로로 읽어보면 ‘TOAPLAN.FOREVER’라는 글자가 보일 것이다. 비록 몸담았던 회사는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아직 그 영혼은 남아있는 개발자들의 염원이 보이는 저 문구에 가슴 뭉클했을 게이머가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나, 필자와 같이 게임 개발업에 몸담았다가 자금사정이나 그 밖의 사정으로 회사가 문을 닫은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가슴에 깊이 남는 뭉클함이 남다를 것이다.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올 여름은 누구에게나 힘들겠지만, 오늘도 게임 개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 더위와 싸우며 고생하는 전 세계의 게임개발자 여러분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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