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울티마, 하늘에 윙커맨더” 오리진 양대 대표 게임

필자는 유난히 밤하늘에 별을 헤아리는 것을 좋아했다. 한때는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 장래희망이었을 만큼 별자리나 우주과학에 대한 흥미가 대단했다. 머리가 조금 커진 뒤 천문학자의 길이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고픈 예술인과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할 필자의 미래를 생각하니 암담한 앞날이 너무나 두려워 그 꿈을 접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제는 배 굶지 않을 정도로는 살고 있어서 다시 한 번 천문학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망원경 구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보통 이런 검토는 한 10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손이 보이는 윙커맨더]
아직은 천문학자의 꿈이 남아있던 중학교 1학년 시절의 필자에게 어느날 입수한 문제의 게임이 ‘윙커맨더’였다. 1990년 DOS용으로 출시되어 1998년까지 무려 20여개의 시리즈가 발매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20여개라는 소문만 들었지 실제로 필자가 직접 해본 건 1, 2, 3편 외아르마다, 프라이버티어 정도다.

윙커맨더는 초기 오리진시스템즈社의 울티마 시리즈와 더불어 회사를 대표하는 양대 게임으로 군림했던 명작 게임이다. “지상에 울티마가 있었다면 하늘에 윙커맨더가 있다”라고 하면 다소 억지스러울지 몰라도 그 당시 윙커맨더가 PC시장에 끼친 영향은 울티마 시리즈와 함께 굉장한 것이었고, 게임을 하기 위해 PC를 업그레이드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286 (AT) 컴퓨터, 램 기본 1MB, VGA그래픽 카드를 사용 중 었는데, 아쉽게도 화면에서 보이는 저 조종간에 손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원래 안 보이는 줄 알았지만, 어느날 친구 집에서 윙커맨더를 하는 것을 보고 손이 나와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한참 고민했었던 기억이 난다.

[손이 보이지 않아.]
실제로 필자의 컴퓨터에서는 화면과 같이 손이 보이지 않았었다. 지금에 GB 단위로 메모리를 사용하는 세상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 시기에 기본 메모리 640KB를 확보하는 것조차도 마우스 드라이버, 백신 램 상주 프로그램 등 590KB대에 머물렀던 경우도 많았다.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나서서 UMB, DOS=HIGH, EMM386.EXE 등의 신 비법을 전수해 주고 나서야 간신히 600KB 턱을 넘을 수 있었다. 메모리 관리의 부족으로 손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지만, 알았다 하더라도 필자의 컴퓨터에서는 사실 특별한 대책은 없었다.

그래도 DOS/V 용 게임을 할 때는 Config.sys 에 고수들의 메모리 관리 비법을 전수받아 잘 실행시켰다(DOS/V만 들어도 무슨 게임인지 짐작이 가시는 분들은 음..). 지금이야 램 1GB만 껴도 부족하다 싶은 소리를 하는 세상이고 보통 2GB 또는 4GB 이상 쓰고 있는 것을 보면 1MB부터 4GB까지는 무려 4096배나 차이가 난다. 4096배만큼의 PC 활용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놀랍기만 할 뿐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20년 정도 지나면 GB 단위는 역사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고전이 될 것이고 PB 단위를 넘어 EB 단위로까지 진화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지금도 종종 PB 단위에 대한 얘기는 IT뉴스에서 볼 수 있다). 윙커맨더는 당시에 쏟아져 나오던 액션, 슈팅 게임과는 뭔가 다른 묵직함이 느껴지는 게임이었고 본격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게임 패키지 사진에서도 쓴 것처럼 ‘3D Space Combat Simulator’라고 소개되었다.

사실 우주에서 전투를 벌여본 적이 있었어야지. 고증을 말하든지 사실성을 논하든지 할 텐데 그런 것도 아니었던 시절이었다고 보면 딱히 뭐라고 할 만한 건 아닌 듯하다(사실 지금도 우주에서 전투를 벌인 인류는 없다). 아, 우주에서 싸우면 이렇겠구나 하는 느낌만 살렸을 뿐이지 그나마도 실제로 우주에서의 역학적인 관계라던가 운동 에너지나 무기 시스템 등도 지금에 와서 철저한 고증을 해보면 웃음이 나오는 부분도 많이 발견되는 게임이다.

하지만, 모니터 앞에 앉아 광활한 우주를 활보하는 꿈을 꾸던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윙커맨더 게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던 최고의 게임이다. 그 뒤로 한참 후에야 X-wing 시리즈 들이 발매되었지만, 본격적인 ‘재미’라는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윙커맨더가 조금 앞서있지 않나 생각된다. 후에 발매된 X-wing 게임은 보다 더 시뮬레이션적인 요소에 치중했다는 광고도 했을 만큼 우주에서의 비행 이동이 윙커맨더와는 사뭇 다른 시스템으로 작동했다. 게다가 발매 초기에 별도의 조이스틱이 없으면 게임 안에서 아예 이동이 불가능한 불친절한 게임 시스템으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윙커맨더 게임은 그 당시에 보기 드문 상호작용에 의한 ‘인터랙티브’라는 용어와 개념을 널리 퍼트린 게임이기도 했다. 그 이전에도 비슷한 개념의 게임들은 있었지만, 보다 재미적인 부분에 고심을 하고 게이머들에게 인정받은 게임은 윙커맨더가 시초가 아닐까 한다.

혹자는 윙커맨더 게임을 두고 ‘우주 시네마’ 또는 ‘우주 대활극’이라는 표현도 썼지만, 윙커맨더부터가 우주를 배경으로 비행을 할 수 있는 게임의 시초였다고 본다. 그 이전에 등장했던 게임들은 보다 열악한 하드웨어 제한 사항으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윙커맨더 팩키지]
저 한 장의 사진만 봐도 가슴 떨리는 우주 전투 시뮬레이터라니 그 당시에는 이 게임이 얼마나 멋진 게임이었을지 지금 세대의 게이머들에게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게임 개발 일 할 때 20대 신입 친구에게 이 게임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보자마자 대뜸 하는 소리가 만화 같은 그래픽이라 별로 좋지 않다는 말을 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사람아 당신 나이 23살이면 이 게임이 만들어진 때가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이었단 말이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본다. 솔직히 256칼라의 게임이 지금의 총 천연색 게임에 비하면야 미약하고 부족하겠지만, 그림의 퀄리티나 연출기법 등은 당대 최고의 그래픽과 퀄리티였다.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 게임들에 비한다면 사실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그래픽으로 보인다.

■ 지구에서 우주로

이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는 인텔리 게이머들은 F-15 II 스트라이크 이글(3편은 한참 뒤에 나옴), F-16 FALCON 2.0 또는 3.0 등 지상에서 출격해서 창공을 나는 꿈을 꾸었다.

필자의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분야는 다양한 기체의 식별 및 밀리터리 지식 등이 필요한 분야로 게임을 하기 위해 단순히 아무런 준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친구들은 “인텔리”한 지식 게이머라 불리곤 했었다.

윙커맨더 게임은 우주 전투 시뮬레이터를 표방하며 나온 게임으로 초기에는 정통 비행 시뮬 매니아들로부터 ‘3D 슈팅’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남자라면 누구나 어릴 적에 한 번쯤 저 푸른 창공에서 날 것을 타고 피와 땀이 흐르는 전장 속에 뛰어 들어 보고 싶은 꿈을 꾸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도 그런 꿈을 꾸고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윙커맨더 게임이 위대했던 것은 인텔리한 측에 낄 수 없었던 친구들까지 모두 다 함께 저 광활한 우주를 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당시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이 본격화되기는 아직 한참 남은 시절이었고 모뎀플레이로 힘들게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만 해도 신기해하던 시절이라 서로 같은 시간에 함께 같은 공간을 날 수는 없었지만, 다음날 학교에 와서 같은 주제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게임이었다.

실제로 필자의 중학교 시절 제일 키 작고 까무잡잡하고 말도 별로 없어서 늘 무시당하고 친구들이 무리에 잘 껴주지 않았던 친구가 있었는데(그렇다고 지금처럼 빵 셔틀 시키고 하지는 않았다. 학교에 매점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느날 그 친구가 거의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필자에게 했던 얘기는 “그.. 그게 그렇게 재밌어?”였다.

필자는 게임을 좋아한다면 지구인, 외계인 가리지 않고 누구나 환영한다. 당연히 그 친구에게 윙커맨더 게임을 소개해줬고 마치 만화 ‘20세기 소년(발음 잘 해야 된다)’의 소년들이 그리며 상상에 빠져들었던 것과 같은 ‘대우주 정복 전투 계획’ 같은 것도 함께 얘기하며 작전 계획에 추가하곤 했었다. 그때는 단순히 같은 게임을 같이 즐기면서 같은 게임을 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얘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정말 대단한 의미가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자의든 타의든 혼자만의 세계의 갇혀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한 발 내딛는 용기는 정말 쉽지 않고 설사 용기를 내었다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의 상처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단순히 게임 하나로 그 친구가 세상을 향해 얼마나 멀리 나아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뒤로 그 친구는 적어도 우리 세계에서 ‘왕따’라는 타이틀은 버리게 되었으니 윙커맨더를 생각하면 자연히 그 친구가 떠오르곤 한다(친구야 네가 그 때를 계기로 더 잘 되어서 지금쯤 아주 멋진 사람이 되었다면 내가 만들 게임에 투자 좀.. ).

■ 실제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
윙커맨더 게임은 기존의 게임과는 조금 다른 메뉴 화면을 제공했다. 단순히 PLAY, RUN 등의 게임 시작 표시 기능을 알리는 단편적인 UI에서 탈피하여 보다 현장감 있는 분위기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바로 문제의 시뮬레이터]
가끔 영화에서 파일럿들이 미친 듯한 우월한 존재감을 뽐내며 적기 편대를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으로 일망타진하며 환호를 지르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고 우주 배경이었던 곳이 사실은 시뮬레이터 연습장이었더라 하는 설정은 SF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토리 중에 하나이다. 대부분 그런 파일럿들은 고참이나 베테랑들에게 신참 취급 당하며 실력만큼의 겸손함을 갖지 못 한 주인공을 타박하다가 결국에는 신참내기 주인공 덕에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 평화를 수호했다더라. 하는 내용의 영화를 지겹도록 봐왔는데, 바로 그 문제의 신참내기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들게 만드는 시뮬레이터도 게임 내에 준비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우주 전투 시뮬레이터를 표방한 게임에서 그 안에 또 우주 전투 시뮬레이터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재귀적 장치로 보여질 수 있는데, 그런 설정 또한 당시에는 흔치 않은 참신한 내용이었다.

또한 전투에 앞서 미션 브리핑을 하는 장면 등 영화에서 많이 봤던 장면들을 게임 내에서 볼 수 있었다. 마치 내가 진짜 작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어떻게든 이 작전을 성공시키지 않으면 나 하나의 패배나 실수로 끝나지 않고 아군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심어주는 훌륭한 연출에 필자와 친구들은 감탄을 했다. 이 다음 장면이 긴급발진 하는 모습으로 온통 빨간 화면에 검은 그림자가 뛰어가는 장면이었다. 체육시간에 옷 갈아 입고 운동장에 나갈 때마다 따라 했었다(너무 빨리 뛰어도 안 되고 너무 느려도 안 되는 그 미묘한 속도감에 핵심이 있다).

미션을 완료하고 돌아오면 이제 침상에 들어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라커룸 침상에서 SAVE를 할 수 있다. 이 게임을 할 때는 잘 몰랐지만, 수년이 흘러 게임이나 영화에서만 접하던 밀리터리를 실제 현실 상황에서 26개월 자유이용권 티켓을 끊게 되었을 때, 이 장면을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막사에 복귀하면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지만 장비를 정리하고 기절하듯이 침상에 드러누워 잠이 들곤 했다. 익숙했던 이 장면 어디서 봤던가? 하는 생각에 오랫동안 떠오르지 않는 그 답답함을 끙끙 앓다가 어느 날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으니 유년시절에 한참 빠져서 즐겼던 윙커맨더의 이 장면이었던 것이다.

첫 휴가를 나가자마자 꼭 실행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첫 휴가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첫 휴가 때 하고 싶은 것들, 먹고 싶은 것들 다 종이에 써서 나가도 실제로 그게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눈 몇 번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벌써 자대복귀를 알리는 시간..
게임으로 했을 때는 참 재미있던 것들도 실제가 되면 얼마나 고달프고 힘겨운지 2년제 종합군사교육대학(군대)에 다녀온 뒤에 깨닫게 되었다.

■ 인터랙티브 무비를 꿈꾸다.
윙커맨더 1, 2편에서도 게임잡지 광고에 종종 ‘인터랙티브’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실제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3편이다. ‘인터랙티브’로는 모자랐는지 ‘무비’까지 붙여서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한 주역이다.

[윙커맨더 3]
3편에 이르러 ‘인터랙티브 무비’의 원대한 야망을 이루고자 했으나, 실상은 1, 2편에 비해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큼의 혁신적인 감흥은 주지 못했다. 사진에 보이는 주인공이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스카이워커’역을 맡았던 ‘마크 해밀’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팬들의 기대는 엄청난 것이었다. 루카스 아츠社의 X-Wing 게임과 묘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마크 해밀’이 게임에 등장한다면 X-Wing 게임에 등장해야 뭔가 맞는 것인데, 라이벌 게임인 ‘윙커맨더’에 등장했다? 이것만으로도 그 당시에는 큰 화제였다. 그런 기대감에 등장한 3편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게임이기도 했다.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면 게임과 영화의 제작자가 ‘크리스 로버츠’라는 동일 인물이라는 점? 게임에도 당당히 ‘A CHRIS ROBERTS GAME’이라고 표기할 만큼 자부심이 대단했다.

3편을 이후로 4편에도 전작의 출연진들이 그대로 등장하며, 그 이후에는 TV판 애니메이션 ‘윙커맨더 아카데미’ 13개 편이 방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뭔가 부족했는지 결국 벌여서는 안 됐을 큰 일을 벌이고야 말았다(나는 아직도 배고프다?). 바로 모든 엔터테인먼트의 꽃이자 종착역으로 불리는 ‘영화’ 제작에 까지 손을 대고 말았던 것이다.

■ 진짜 함부로 상상하지 마라!
윙커맨더 게임은 결국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언제나 명작 게임은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 법칙을 여지없이 지켜냈으며, 그 영화는 거의 대부분 대박 망한다는 법칙 또한 충실하게 지켜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영화 :윙커맨더]
함부로 상상하지 마라! 저 문구가 세간에 한참 유행하기도 했다. 보통은 게임 “윙커맨더”를 접해 본 게이머들이 지나친 기대감으로 영화관을 찾았지만, 상영 내내 “아, OO킬라시” 만 중얼거렸던 슬픈 기억이 떠오른다. (욕이라 OO 처리 했다.)
[돌아와 형!]
물론 영화를 영화로만 본다면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으로 손색없는 SF영화이지만, 게임 윙커맨더를 접하고 그 세계에 오랫동안 빠져 살았던 윙커맨더 팬들에게 있어서 영화는 차라리 세상에 나오지 않았어야 했다. 지금 다시 영화를 본다고 해도 그 당시 윙커맨더 게임의 영향이나 감흥은 느끼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게임과 영화의 직접 비교는 쉽지 않겠지만, 게임 세계에서 대다수의 여론은 영화가 게임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반대로 대박 흥행한 영화를 처참하게 말아먹은 E.T 같은 게임도 있지만, 영화가 게임으로, 게임이 영화로 크로스 되면서 둘 다 흥행한 경우를 찾기 힘든 것은 아직까지 깨기 힘든 법칙과 같은 것인가 보다. 게다가 하필이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1 : 보이지 않는 위험’이 개봉하여 비교대상이 되기에도 너무나 부족한 현실에 참으로 쓰라린 기억만 남았을 뿐이다.

게임에서는 윙커맨더가 스타워즈(X-Wing, TIE Fighter)와 막상막하 때로는 윙커맨더 게임이 어떤 면에서는 나은 점도 있었지만, 영화로 가면 그 얘기가 완전 달라진다. ‘조지 루카스’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전 지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수 있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영화 ‘스타워즈’ 영화와 비교 당해서 이길 수 있는 영화(그것도 같은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있을까 싶다.

[훗, 덤벼라 윙커맨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영상과 CG기술에서 참패했다기보다는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윙커맨더는 너무나 영화를 위해 게임의 히스토리를 축약하고 생략한 부분이 있었다. 그 동안의 성공으로 자만했는지 아니면 성급함에 일을 그르쳤는지 모르겠지만, 감독은 물론 팬들도 함께 무려 17년이라는 세월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화 스타워즈와 비교해서 이길 수 있을 만큼의 것이 아니었다.

사실 비교대상이 ‘스타워즈’라는 것이 어찌 보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필자 역시 스타워즈의 광팬이다). 물론 ‘윙커맨더’를 사뿐히 즈려 밟은 ‘스타워즈’ 역시 같은 해 상영한 ‘매트릭스’ 광풍에 바짝 긴장하기는 했지만.. 한 세대를 풍미했던 ‘스타워즈’, ‘매트릭스’ 영화에 비교되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 비운의 졸작 영화 ‘윙커맨더’가 측은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 필자의 잡소리
윙커맨더와 울티마 시리즈라는 시대의 명작게임을 배출해놓고도 지금에 와서는 오리진 시스템즈라는 회사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회사의 이름은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깝다.

오리진 시스템즈社는 ‘울티마 온라인’이라는 당대 최고의 RPG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다. 울티마 온라인은 좋든 싫든 그 뒤에 많은 MMORPG 게임들이 따라가거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 되었다. 지금도 울티마 온라인(보통 줄여서 ‘울온’이라 부른다)과 함께 ‘다옥’(다크 에이지 카멜롯)와 ‘에버퀘스트’ 게임들은 항상 비교 대상이 되며, 팬들의 시비가 늘 끊이지 않았던 게임들이다.

열정과 꿈 많은 로버트와 리처드 게리엇 형제에 의해 처음 회사가 설립된 이후로 명작 게임들을 개발하고 성공의 꿈을 꾸었지만, 결국 1992년에 EA(일렉트로닉 아츠)에 의해 인수당하게 된 뒤로 2004년까지 생존하다가 그 생명을 마감하게 된 안타까운 회사이다. 1983년에 회사를 창립했으니 지금으로부터 꼭 30년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20~30년 전에는 많은 게이머에게 사랑 받고 기억에 남을 만한 명작 게임들을 만들어내는 좋은 회사로 기억되었지만, 최근 세대에게 리처드 게리엇은 그저 “우주 먹튀”로 화자될 뿐이다. 하지만, 필자의 10~20대 시절에 축복과도 같은 게임들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 리처드 게리엇에게 감사하고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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