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 왜 학교가 아니고 재단인가? 지난해초 인터뷰할 때는 그는 “게임고등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학재단은 만들고 6개월 안에 학교를 설립해야 한다. 학교 설립은 5~10년 길게 잡는 큰 프로젝트다. 일단 재단부터 하자고 생각했다. 학교는 재단의 미션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업계의 고양원더스 “퍼블리싱사 못만난 중소게임사 지원”
남궁훈 이사장은 “허민 대표의 고양원더스 야구단을 보며 감명을 받았다”는 모두를 떼었다.
무슨 말일까. “기존 인큐베이터는 기업(구단)이 한다. 그렇지만 원더스는 구단 밖의 선수들을 소속없이 프로로 키워준다. 게임인재단은 카톡에 못 들어가고 퍼블리싱사를 못 만난 인디게임이나 중소게임사들을 발굴하여 지원한다.”

그는 “'슈퍼스타K' 같이 시즌별로 시범으로 6개월 런칭을 해볼 것이다. 상금은 월 300만원에서 1000만 원을 생각하고 있다. 스타트업 규모에서 1~2개월 수준의 운영비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게이머들이 선정하는 게임이 지원을 받는 구조로 간다”는 그는 “카카오입점, 마케팅, 서버네트워킹, CS까지 개발 외의 모든 서비스 프로세스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재단의 목표”라고 상기시켰다.
물론 전제가 분명하다. “모든 서비스 프로세스에 대한 지원은 개발사가 좋은 퍼블리셔나 투자자를 만나기 전까지만 한정되는 지원”이라는 것. 즉 지원이 기존의 퍼블리셔사들과의 경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퍼블리셔를 만나는 수혜를 입지 못하는 좀 더 영세한 업체들이 퍼블리셔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화려한 ‘NHN 황금인맥’ 속찬 지원사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인재단’이라는 명칭의 사회공헌재단 인가신청서를 제출해 드디어 21일 허가를 승인받은 재단은 무엇보다 ‘서포터즈’가 짱짱하다.
그는 “다들 상생-사회공헌 등 중소회사 지원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다만 조직과 영속성이 없다보니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제가 ‘해주세요’라고 말한 게 아니라 설명을 하자 ‘어 그럼 내가 할게’라면서 먼저 말해줬다. 그래서 “이왕하는 거 제대로 해야겠다”고 했다.

눈 밝은이라면 쉽게 알아챘을 것이다. 재단의 이사회 멤버는 가히 '남궁훈 사단'이다. 우선 한 게임 창업 3인방 중 한 명인 문태식 마음골프 대표와 정욱 전 한게임대표(현 넵튠대표), 한게임에서 남궁 이사장과 엔토이 사업을 같이한 ‘쿠키런’으로 유명한 이지훈 데브시스터즈 대표, 역시 한게임에서 같이 근무했던 ‘애니팡’ 신화를 세운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함께 벤처를 지원하는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로 구성되었다.


■게임인재단 장기 과제는 “존경받는 게임인”
게임인재단은 ‘사람’이 중심이다. “재단은 게임인들이 존경받고, 국민사윗감, 으뜸며느리감으로 대접받는 날이 되기위해 노력하는 사랑방이 되고 싶다.”
그는 스스로 “1998년 한게임을 창업에 함께한 것을 시작으로 넷마블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이제 16년차 게임인”이라고 소개하며 “게임인들은 저에게 있어 동문이며, 게임은 제 고향”이라고 말한다. 안타까운 것은 “게임인들의 사회적 인식은 지속적인 부정적 타격(크리티컬 대미지)를 입고 있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게임인이라는 비전을 갖고 게임인재단을 출범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이 게임산업을 알고 관심을 갖고 종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5개나 되는 게임특성화고 중심으로 장학생을 선발할 계획을 논의 중이다. 물론 선발은 전적으로 교장선생님에게 맡길 생각이다. 게임을 잘하는 학생을 선발해 ‘게임을 잘하면 취직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게임법’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회사들은 해외로 가면 된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다. 이런 법적인 논란이 역으로 거꾸로 그동안 서로 쉽게 친하지 못했던 게임인들이 더욱 뭉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개발자연대 등 단체들이 늘어났다. 재단도 자유스러운 면도 있으니 서로 협력을 할 기회가 만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을 단순이 산업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임직원, 가족, 주주, 이용자 등 각각 시선을 통해보고 어떻게 공감대를 찾아낼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
■‘문화회식’으로 게임과 음악-미술-공연 어깨동무
그와 인터뷰 중 가장 주목하게 만든 것은 ‘문화회식’이었다. 그는 “제가 CJ 출신이다. 그룹영역이 공연과 방송, 영화으로 걸쳐있어 게임 이외의 인사들과도 친해졌다. 이때 게임문화도 영역이 더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 사장 시절 “게임회사에 젊은이들이 많다 보니 체력이 좋고 늘 술 많이 먹었다. 그렇지만 늘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같이 공연을 하는 ‘문화회식’을 해보니 반응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문화회식의 장점은 수십 가지다. 우선 평일공연을 하려면 일찍 끝나니 좋아한다. 비용대비 반응이 뜨거워 효율적이었다. 특히 문화를 접하면서 재충전하고 크리에티브를 자극하고 문화의가치를 되새길 수 있다.

이 단계서 게임은 문화쪽은 많이 배울 것이 있다. 그는 “문화쪽은 로비의 영향력이 크다. 한국영화의 경우 ‘쿼터제’로 지켜냈다. 게임법 등의 당면한 문제가 있는 게임업계도 배워야 한다. 되돌아보니 게임업계가 다른 업계를 위해 해준 것이 없다. 게임과 문화의 소통은 ‘문화회식’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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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복지의 차원에서 ‘문화회식’을 자주 열고, “대학로하면 게임과 문화의 중심지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게임과 문화의 어깨동무 구상도 현실화하고 싶다.
■ “이사장 칭호 아직 어색...어머니와 유럽여행 행복”
남궁훈 이사장의 오랜 꿈인 게임고등학교 설립은 어떻게 될까. “그 꿈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다만 준비과정이 더 필요하다. 이 단계서는 학교를 당장 하는 것이 아니라 재단을 통해서라도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피부에 와 닿는 프로젝트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재단신청 이후 기다린 시간이 3~4개월이었다. 그동안 어머니와 “정말 잘했다”는 유럽여행도 다녀왔다. 그는 “어머니가 생각보다 정말 좋아하셨다. 그 하나만으로도 새롭게 시작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하며 어떻게 다음 스텝을 풀어나갈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만난 탓도 있고, 재단이 본격적으로 출발해서인지 말문이 터진 것처럼 예의 ‘직설적인 달변’을 토해냈다. 어느덧 그가 진짜 ‘이사장’으로 보였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