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선생님이 꿈, 게임-교육 가교 만들겠다”

남궁훈 위메이드 공동대표.
[게임톡] “어떤 이는 꿈을 간직하고 살고 어떤 이는 꿈을 나눠주고 살며 다른 이는 꿈을 이루려고 사네.” 귀에 익숙한 ‘어떤 이의 꿈’이라는 노래의 첫 대목이다.

남궁훈 위메이드 공동대표로부터 자신의 뜻밖의 꿈을 듣게 되었다. 지난 6일 서울 구로동 마리오타워 사장실에서 만난 그는 대뜸 꿈이야기부터 시작했다. CJ E&M 넷마블 대표로 있다 사퇴한 게 지난해 6월. “퇴사 후 뭘하고 지냈느냐”는 질문에 전혀 예상 못했던 꿈이 튀어나왔다.

“CJ그룹의 대표이사 부사장이어서 2년 동안 고문계약이 유지되었다. ‘앞으로 2년 동안 여유롭게 살자. 고정수입 있으니 즐기면서 살 빼고 살아야겠다’ 마음먹고 어릴 적 꿈인 선생님이 되기 위해 2년 동안 교육행정대학원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게임산업고’를 세워 교육과 게임사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보고 싶었다.”

그런데 다시 현장에 돌아오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게임업계에 있으면서 교육과 업계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더라. 게임교육원이 있지만 개발직종-디자인 편중이다. 디자인 직군은 서울대나 홍대, 개발은 카이스트-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위주였다”며 “하지만 운영자인 GM(Game master) 같은 직종은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프로세스가 없었다”고 했다.

따져보니 QA를 맡아 중요한 일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무슨학과 출신이 GM이 되느냐 등 말이 많았다. 실제로 잘하는 사람은 ‘오피니언 리더급 백수’였다. 유저 입장에서 피드백을 반영하고 일을 처리하니 게시판도 쉽게 진정된 것. 회사 입장에서는 한계가 많았지만 그를 통해 이해가 깊어졌다.

남궁 대표는 “산업이 성장하고 고도화돼가는데 수백명의 GM을 어디서 뽑아야 하나하는 프로세스 하나 제대로 없다. 엔씨소프트가 엔씨 FUN QA로 채용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여전히 산업-->학문--> 체계화의 과정이 정립되지 않았다”며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의미 등 한두해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교 등록금 반값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학을 안 가도 산업 속에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대학은 제 기능을 못하면 도태되어야 하지 세금으로 등록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고교가 더 중요하다. 학벌이 필요없고 스킬이 필요하고 그걸 통해 채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필요한 인재를 만드는 그런 ‘게임산업고’를 만들고 싶다.”

그의 대학원 생활은 유니텔 시절 한 학기 다니고 그만 둔 정보통신대학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그때의 재밌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기획을 해 개발자에게 가지고 가면 ‘안된다’고 했다. 화가 나서 ‘내가 배우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보니 개발자가 말하는 ‘안된다’는 ‘나는 안된다’ ‘지금은 안된다’였다. 기획자는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상상력을 구현하는 개발자를 만나는게 낫다. 어설프게 알면 중간에서 상상력이 끊어진다.”

유니텔 시절의 개발자 중 김범수 카카오대표가 있었다. “다른 개발자들은 보통 다 ‘안돼’ ‘불가능해’라고 하는데 김 대표는 ‘A는 그렇게 만들고, A‘로 연결 B로 만들면 좋겠다’라고 했다. 정말 다르구나 생각했다.”

남궁 대표 나름대로 교육사업에 대한 철학도 분명했다. “게임 사업은 5년이 사이클이라면 교육사업은 50년 100년을 바라봐야 하니 천천히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노는 동안 대학원을 다니려고 했는데 이제 너무 바빠 주 2일 중 매주 월요일만 나간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배우려고 한다.” 

그는 평생 사업을 하면서도 오랫동안 꿈을 간직해왔고, 또 꿈을 이루려고 하고, 그리고 결국은 나눠주며 살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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