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관리법령 근거 철거 요구, 법령에는 ‘먹이주기’ 금지 없다 팽팽

[SBS TV 드라마 '의사 요한'에서 길고양이 먹이주기 장면. 사진=SBS 캡처]

아파트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대를 철거하는 문제로 아파트 주민들이 다투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반대하는 주민이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관리규약을 근거로 급식대 철거를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급식대를 설치한 주민이 공동주택관리법령에는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내용은 없고, 상위 법규에 근거 없이 자치법규인 관리규약만으로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철거를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요?

■ 아파트는 집합건물...‘공용부문’ 아파트 복도 자전거 거치대 철거 요구 가능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법이 아파트라는 건물과 그 대지를 어떻게 규율하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흡연은 적법하지만, 학교 건물 안에서 흡연하는 것은 위법한 것처럼 장소에 따라 행동의 적법성 판단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길고양이 먹이 주기도 장소에 따라 적법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집합건물법의 규율을 받는 ‘집합건물’입니다. 집합건물법에 따르면 집합건물은 전유부분, 공용부분, 건물의 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주민 각자가 사는 집은 전유부분(집합건물법은 전유부분을 소유한 사람을 ‘구분소유자’라고 정의합니다), 복도, 계단, 아파트 지하 등 전유부분에 외의 건물은 공용부분, 지상 주차장, 화단 등 토지는 ‘건물의 대지’입니다.

구분소유자는 각자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을 공유하고, 공용부분을 그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임차인은 구분소유자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을 근거로 공용부분을 그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용부분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집회의 집회결의로 결정하지만, 보존행위는 각 공유자가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느 주민이 관리주체나 관리단집회의 동의 없이 공용부분인 아파트 복도에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한다면, 구분소유자 각자는 그 주민에게 자전거 거치대를 철거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건물의 대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분소유자들은 아파트 건물의 대지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건물의 대지에 대한 대지사용권을 각자의 전유부분의 비율에 따라 공유하는데, 민법은 공유물의 보존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어느 주민이 아파트 지상 주차장 한쪽에 주차방지장치를 무단 설치하여 그 공간을 배타적으로 사용한다면, 대지권 또는 대지사용권을 공유하는 다른 구분소유자 각자는 그 주민에게 주차방지장치 철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 “공동주택관리법에는 길고양이 먹이주기 금지규정 없다”

이제, 아파트에 길고양이 급식대를 철거하는 문제에 관한 반대 측과 찬성 측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령부터 보겠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입주자의 층간소음 및 간접흡연 방지 의무는 명시적으로 규정하면서도,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내용은 없다는 반대 측의 주장은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상위 법규에 근거 없이 자치법규인 관리규약만으로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금지할 수 없다는 반대 측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관리규약은 주민들(공동주택관리법의 ‘입주자등’을 말합니다)이 제정하고 주민들이 따를 의무를 부담하는 자치규약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공동주택의 관리규약을 ‘사적 자치에 근거한 사인간의 규약’이라고 해석합니다.

쉽게 말하면 아파트의 관리규약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사이의 약속 또는 계약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계약의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범죄행위를 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임이 명백한 내용이 아니라면 상위 법규에 명시적인 근거가 없는 내용을 계약의 내용으로 정하더라도 유효합니다.

법원도 공동주택의 관리규약은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입주자등의 보호와 주거생활의 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가급적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관리규약이 입주자등의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SBS TV 드라마 '의사 요한'에서 등장한 길고양이. 사진=SBS 캡처]

■ “관리규약 근거로 이미 설치한 급식대 철거 불가, 4분의 3 주민 동의 필요”

과연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금지한 관리규약이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일까요?

관리규약이 주민들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 그 자체를 일반적으로 금지한다면 법원은 그 관리규약이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파트 단지 밖이나 주민 각자의 집 안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을 금지하는 관리규약은 주민들의 보호와 주거생활의 질서유지 등과는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약한 영역에서 주민이 하는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법원은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 복도, 주차장과 같은 공동생활공간에서만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관리규약을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앞에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복도와 같은 아파트의 공용부분과 주차장과 같은 건물의 대지는 일부 주민들이 자신이 쓰고 싶은 용도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따라서 일부 주민이 공용부분과 건물의 대지를 이용하여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을 금지하는 관리규약이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원래 제한되던 것보다 더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주민들은 공용부분과 건물의 대지 외의 다른 장소에서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줄 수 있으므로,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가 아파트 주차장 등에서의 고양이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관리규약을 근거로 이미 설치한 급식대를 철거할 수는 없습니다. 급식대 철거는 관리규약이 아니라 아파트의 구분소유자 각자가 집합건물법과 민법에 따른 공유자 중 1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파트의 공용부분이나 건물의 대지에 설치된 급식대를 합법적으로 설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용부분이나 건물의 대지에 급식대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아파트 구분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주차장 중 일부에 급식대를 설치하는 등 급식대의 설치로 인하여 공용부분이나 건물의 대지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러한 변경이 수반되지 않는 경우에는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및 의결권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으면 됩니다.

글쓴이=송심근 변호사(법률사무소 다안), song@daan.co.kr

송심근변호사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前)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연구원(형사항소부)
前)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민사항고부)
前) 법무법인(유) 충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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