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현 변호사, “살아있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 인식 필요

[동물법학회의 첫 세미나에서 참가한 황인현 변호사(오른쪽)]

황인현 변호사, “살아있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 인식 필요

얼마 전 이번 설 연휴 최고의 블록버스터 모험 영화인 ‘드래곤 길들이기3’을 봤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보고 같은 생각을 한 듯하다. 구글에 “투슬리스 키우고 싶다”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경쟁자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투슬리스처럼 귀엽고 멋있고 사랑스럽고 영리하며 헌신적이기까지 한 생명체를 만나게 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그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함께 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수백만의 동물들이 사람들과 반려를 맺고 있다. 사회 현상에 비추어 이제 반려동물들은 어엿한 가족의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1인가구 증가, 저출산 등의 사회 변화와 맞물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며 투자하는 ‘펫팸족’들이 등장하면서 펫택시, 반려견 전용 미디어, 반려견용 스파까지 등장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반려동물들이 사람과 다름없이 아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생산업들의 등장과는 부합하기 어려워 보이는 현실도 한켠에 함께 존재한다. 바로 버려지는 동물들의 문제다.

2018년 발표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구조된’ 유기-유실 동물의 수만 10만이 넘는다. 지난 주말에 열린 동물법학회의 첫 세미나는 최근 있었던 안락사 이슈와 관련하여 그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이렇듯 버려지는 동물이 너무 많음에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왜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버려질까? 유기 동물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지만, 우선 이번 모임에서는 발생의 원인을 찾고 제도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조사 자료와 현행 법령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을 통해 느낀 점 몇 가지를 이 글을 빌려 공유해보고자 한다.

우선, 현행 동물보호법의 규제는 동물과 관련된 ‘영업’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기때문에 개인 간의 동물 분양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복수의 통계에서 모두 반려동물을 펫숍을 통해 분양받았다는 응답보다 지인 등을 통해 분양받았다는 응답이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 김태림 변호사의 고양이 미미. 사진=김태림]

펫숍을 통한 분양은 동물보호법 제36조 제3호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43조 및 별표 10에 따른 규제를 받는다. 이는 지나치게 어린 동물의 분양금지(개-고양이의 경우 2개월령 이상부터 분양 가능)와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 알선 또는 중개 금지를 포함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제는 판매업에만 적용되어야 할 성격의 규제가 아니라 개인간 분양의 경우에도 분양되는 동물의 보호를 위해 적용되어야 할 것임에도, 전체 분양의 절반 이상이 규제밖에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분양도 적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판매업자가 아닌 이상 분양이 유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역시나 앞서 언급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동물판매업자에게 주어지는 계약서 작성 및 교부의무가 없다. 법 제37조에 따라 판매자로서 동물의 보호 등에 관한 교육을 이수할 의무도 없다.

법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동물 판매업자들 사이에서는 똑같이 동물을 판매함에도 본인들만 규제를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뿐더러, 인터넷 분양을 생산 및 판매업 관련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동물보호법이 관련 영업을 중심으로 짜여 있어 발생하는 또 하나의 빈틈은 분양에 있어 수분양자에게는 별다른 제약이 가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분양자의 의무로 동물 등록 정도를 들 수 있겠으나, 현행법상 등록의무가 있는 동물로는 ‘3개월령 이상의 개’만이 규정되어 있다.

법에 규정된 동물 등록제의 취지는 동물의 보호와 유기-유실 방지이며, 앞서 언급한 농림축산검역본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발생한 유기동물 중 고양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4분의 1이상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동물 등록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등록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40.7%나 된다. 이는 등록제 역시 정비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동물을 쉽게 버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쉽게 분양하고 쉽게 분양받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 현행법에는 ‘쉽게 분양받는’ 부분을 규제할만한 마땅한 장치가 없다. 반려동물 ‘산업’ 만이 아니라 동물권도 고려한다면 이제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일이 어느 정도의 책임감과 부담을 요하는 일인지 수분양자가 인식하고 각오하게 하는 단계를 어떻게 제도화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통계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필요성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 소비자원 발표 『반려동물 관련 소비실태 및 개선방안』(2013),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발표 『2017 반려동물 양육 실태 조사』(2017), 엠브레인의 『반려동물 관련 인식 조사』(2016) 등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이유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항목은 ‘동물을 좋아해서’, ‘또 하나의 가족을 갖고 싶어서’, ‘가족-자녀가 원해서’인데, 반려동물 양육을 중단한 사유로는 ‘배설물과 털 등의 관리가 힘들어서’와 ‘환경 문제(공동주택 거주)’ 등이 높은 응답 비율을 기록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라고 응답한 비율도 22.8%(KB 금융지주경영연구소 조사), 13%(엠브레인)에 이르렀다. 배설물과 털 문제, 거주 형태 등은 분명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에 충분히 고민했어야 할 문제인데도 양육 중단 사유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 충분히 고민하도록 제도로써 유도할 필요가 있다.

영업 중심의 규제에서 그 범위를 확장하는 것, 그리고 신중한 선택을 제도를 통해 유인하는 것. 칼럼의 다음 타자로 예정되어 소재를 고민하던 지난 주말에 수첩에 메모로 끄적일 때는 그럴듯한 생각을 해낸 것만 같아 신이 났지만, 막상 수첩을 벗어나 다른 이에게 보이기 위한 글로 옮기려니 규제 완화라는 작금의 트렌드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듯한 글을 쓰는 것이 사실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전도 유망한 산업이다.

일반적으로 유망 산업에 관해서는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의 필요성이 주로 논의된다. 그러나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관련 제도를 논의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다른 산업과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

해당 시장이 살아있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를 다룬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은 동물의 보호와의 균형을 갖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와 균형점을 달성하기 위한 입법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소망한다.

글쓴이=황인현 변호사(동물법학회 부학회장)  ihyun9011@gmail.com                           
 

황인현 변호사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행정학을 전공하면서 ‘보이는 손’으로서의 법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변호사가 된 후 수습기간 동안 법제처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정책이 집행되는 실무 현장을 경험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고, 현재는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또한 로스쿨 재학 중 현 동물법학회 회장인 김태림 변호사의 고양이 미미와 코봉이에게 보인 애정과 법제에 대한 관심 덕분에 미미 팬클럽 회장과 동물법학회의 부학회장을 맡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