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변호사, “동물 생명에 다수 공감할 체계적인 법률 제정되어야”

[출처 - Image by Katrin B. from Pixabay ]

최근 반려동물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사람들이 동물을 유기하고 학대하는 사례도 있는 반면 동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 역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유명연예인의 프렌치불독이 옆집 사람을 공격하여 사망하게 한 사건, 동네 어린 아이를 공격한 폭스테리어 사건, 동물구조단체 대표가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수많은 반려동물들을 안락사시킨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으며, 그 외에도 거의 매달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건이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첫째, 사람을 공격한 동물을 안락사시킬 수 있는지 여부와 둘째, 위 동물의 안락사를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사람 공격한 반려동물 제재, 주인 의사에 달려있어
 
최근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폭스테리어가 35개월된 여자아이를 물어 아이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견은 수개월 전에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을 물고 여러 번 주민들에게 공격성을 드러낸 전과가 있었다. 하지만 견주는 숱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입마개를 씌우지 않은 채 개를 산책시키다 또 다시 사고가 난 것이다.

동물훈련사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는 “해당 사고견을 안락사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폭스테리어 견주는 “강형욱 대표가 극단적인 방안을 제시한다”고 비난하며 자신의 반려견을 안락사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견주의 의사에 반해 사람을 여러 번 공격한 사고견을 주인의 의사에 반해 실제 안락사를 시킬 수 있을까.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본다. 따라서 관리를 소홀히 하여 동물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 주인은 과실치상 혹은 과실치사(과실치사상 :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죽인 경우)죄로 처벌이 되고, 이와 반대로 소유주가 있는 동물을 공격하면 재물손괴죄로 처벌받는다.

형법상 범죄에 사용된 물건에 대하여 법원은 몰수를 선고할 수 있고, 몰수된 물건은 국가의 소유가 된다. 이후 판매가치가 있는 물건은 공매(국가가 하는 경매)되고, 판매가치가 없거나 파는 것이 적절치 않은 물건은 폐기처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법 체계상 사람을 공격한 동물 또한 법원이 몰수하여 폐기처분(안락사)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은 물건으로 정의되기 이전에 소중한 생명을 가진 존재다. 따라서 실제 몰수를 하더라도 창고가 아닌 동물을 위한 시설에서 보관해야하고, 폐기처분을 하는 행위자체가 생명을 뺏는 행위이기 때문에 다른 물건들과 똑같이 취급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한국에서는 사람을 공격한 동물을 주인의 동의 없이 몰수하고 안락사시키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참고로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사람을 공격한 동물을 몰수하여 처리하는 법과 절차가 정해져 있어 시행 중에 있다.)
 
■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를 일으킨 동물의 소유주 행정적 규제 필요

사람을 공격한 동물에 대해 그 주인만 처벌되고 동물은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은 언제든지 사건이 다시 벌어질 위험성을 열어두는 길이므로 사람을 공격한 동물에게도 제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동물의 소중한 생명을 함부로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동물을 안락사시켜야 하는 경우에 선행되어야 하는 단계의 규정을 촉구하고자 한다.

먼저 동물의 소유주에 대해서 첫째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맹견 소유자에 대하여만 맹견에 관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사람을 공격한 동물의 소유주 또한 전문교육기관에서 필수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둘째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를 일으킨 동물의 소유주에 대해서는 다시는 다른 동물을 키울 수 없도록 행정적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공격하여 문제가 된 동물에 대하여는 첫째, 해당 동물의 공격성을 교화시키는 의무적인 절차를 마련하고 교화의 가능성이 없을 때 안락사가 가능한 입법을 하여야 한다.

둘째, 사람을 공격한 동물은 동물교육시설에 견주의 비용으로 입소를 시켜 전문가들에 의하여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전문가가 교화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법원의 판단으로 몰수, 안락사 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야한다.

■ 사설 동물구조단체 및 동물병원들의 무분별한 안락사도 막을 판단 외부기관서

주인의 의사에 반하여 안락사가 어렵다고 하는 말은 주인의 의사에 따라 쉽게 반려동물의 안락사가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안락사 없는 동물구조단체를 표명하여 수억의 기부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수많은 반려동물을 안락사시킨 모 대표가 201마리를 안락사시킬 동안 밖에서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2200억원의 유산을 받은 칼 라거펠트의 반려묘 슈페트. 사진=jtbc 유튜브 캡처]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정당한 사유란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은 위 정당한 사유의 판단에 대한 기준과 절차에 대한 규정이 미흡하여 실제로 객관적인 이유 없이 안락사를 시켜도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따라서 필자는 사설 동물구조단체 및 동물병원들의 무분별한 안락사를 막기 위하여 동물 안락사에 대한 판단을 맡는 외부기관을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안락사를 시켜야 경우 외부기관에 신고를 하고, 외부기관은 실제 그런 안락사를 시켜야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에 대하여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 기존보다 번거롭겠지만 모든 안락사를 내부자들의 판단에 맡겨놓는 현재와는 달리 외부기관이 개입하게 되면 무분별한 안락사를 제지하는데 많은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 반려인 1000만시대 “사람과 동물 공존” 법령과 제도 개선해야
 
필자가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20년 전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애완동물이라는 용어대신에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더 널리쓰였다. 과거 동물을 사람의 소유로만 생각하던 사람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사람과 똑같이 감정이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사고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반려인 1000만시대를 돌파한 요즘 동물과 사람이 함께 생활하며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규율하기 위해 동물보호법이 제정 및 개정되고 있지만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하기 위한 동물보호법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따라서 사람들의 인식변화에 발 맞추어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여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글쓴이 = 이현승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세무변호사회 이사 catma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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