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준 법무법인 제이앤 변호사, 법제 상속 불가능...신탁활용 수익자 지정

[칼 라거펠트의 반려묘 슈페트. 사진=jtbc 유튜브 캡처]

얼마 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를 지낸 패션계의 거장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1933~2019)가 췌장암으로 인해 85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과 함께 그가 아끼던 반려묘 ‘슈페트(Choupette)’가 유산을 상속할 것인지에 대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라거펠트는 유산으로 약 2억 달러(한화로 약 2200억원)을 남겼다. 그는 과거 “슈페트는 전속 경호원 그리고 두 명의 하녀와 함께 익숙해진 스타일대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 슈페트는 부유한 아이”라고 말해 슈페트에게 상당한 재산을 남길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슈페트는 이미 잡지 촬영, 광고 등으로 매년 수십억원을 벌어들이고 있고, SNS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상속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 싶기도 합니다.

■ 한국에서는 현행 법제상으로 동물에 대한 상속 불가능

동물에게 상속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법률상 생존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고, 동물에게는 ‘권리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다118594 판결). 아직 우리나라 법제에서 동물의 지위는 ‘물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한국도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외로움의 대체수단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이 더 이상 단순한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동반자 또는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사람(펫팸족, Pet+Family)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라거펠트처럼 반려동물을 단순히 동물이 아닌 자신과 정신적 교감을 하고 함께 추억을 공유하는 동등한 주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망한 후에도 그들이 자신과 함께 지낼 때처럼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반려동물을 돌봐줄 것인가...신탁의 활용

결국, 반려동물에 대한 상속의 문제는 사망한 사람의 자산을 처리하는 문제보다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반려동물을 돌봐줄 것인가’라는 반려동물의 처우에 관한 문제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먼저 논의가 시작되었고, 주로 신탁의 방법을 통해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동물의 보호를 위한 ‘명예신탁’ 등을 인정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보험을 활용한 신탁 등이 운용되고 있는 등 이른바 펫신탁(Pet Trust)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펫신탁의 구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직접 상속인으로 반려동물을 지정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지만, ‘신탁(유언대용신탁)’의 방법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재산을 남겨두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탁 계약에 있어 수익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반려동물’이 직접 수익자로 될 수 없으므로, 새로이 ‘동물을 관리해줄 자(새로운 주인)’를 정해 그를 수익자로 지정하게 됩니다.
 
■ 반려동물에 대한 상속? 신탁? 그 전제조건으로서의 ‘동물등록’

그런데, 앞서 본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신탁자와 신탁회사 간에 그 계약의 대상이 되는 동물을 객관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반려동물의 이름, 사진 등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보다 편리한 방법으로 동물등록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신탁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금융기관에서도 동물등록이 가능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현재 동물보호법에서는 “반려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3개월 이상의 개”에 대해서만 등록의무를 규정하고 있고(동물보호법 제2조 제2호, 제12조,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각 지자체에 따라 고양이에 대한 등록을 받아주는 곳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반려동물 중 등록비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등록제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은 양육인이 상당하다는 것은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결과입니다.

동물등록제에 대해 소개할 때 동물의 유실·유기를 방지하고, 유실된 동물을 소유자가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많이 강조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유실·유기를 방지하려는 목적 외에, 사람의 경우에도 이름, 주소와 함께 주민등록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각종 공적부조를 제공하는 것처럼, 동물의 경우에도 국가의 관리와 보호가 보다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물등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물등록제가 동물의 유실·유기를 방지하는 효과와 더불어 동물에 대한 보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등록대상동물의 범위 확장, 등록비용 부담의 완화(등록비용 지원 등)를 통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과 동시에 미등록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정책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경준 변호사(법무법인 제이앤)kjjeong@outlook.com

정경준 변호사는?

지금은 법무법인 제이앤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김건호 변호사, 한재범 변호사와 함께 주로 집합건물 관련 소송들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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