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결산] ‘히트’ ‘포켓몬GO’ ’데스티니차일드’ 흥행바람 거셌다

“야구 몰라요”라는 고 하일성 해설위원의 명언은 게임업계에도 통한다. 어떤 게임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2016년 한 해에도 수많은 게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흥행 명암은 엇갈렸다. 어떤 게임은 대박을 터트렸고 어떤 게임은 고배를 마셨다. 올 한해 게임업계의 흥망성쇠를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으로 나누어 되짚어봤다.

“히트다, 히트!” 넥슨 웃음짓게 한 ‘히트’

넷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액션RPG ‘히트(HIT)’가 올해 모바일게임의 최대 승자였다. ‘히트’는 ‘리니지2’, ‘테라’ 등 대형 MMORPG를 개발한 박용현 대표가 처음 선보이는 모바일게임으로, 언리얼엔진4를 사용한 그래픽으로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화려한 액션 연출과 탄탄한 콘텐츠로 액션RPG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히트’는 정식출시일 기준 하루만에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해를 넘겨서 9월까지 구글 매출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7월에는 북미, 유럽, 태국 등 전 세계 140개 국에 출시,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 1300만(올해 11월 기준)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히트’의 성공은 ‘넷마블 천하’였던 모바일게임시장에 넥슨의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넷게임즈에 따르면 ‘히트’는 ‘레이븐’을 이기겠다는 목표를 갖고 출시한 게임이다. 김의현 넷게임즈 디렉터는 “언리얼엔진4로 만든 아트와 실시간 동기식 콘텐츠에서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히트’는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차지한 ‘레이븐’을 왕좌에서 밀어내고 2016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히트’의 성공에 힘입어 넷게임즈는 내년 3월 코스닥에 상장한다. 넷게임즈의 최대주주는 바른손이앤에이, 2대주주는 넥슨이다.

전세계에 몰아친 ‘포켓몬GO’ 열풍, 한국도 예외 없었다

나이언틱이 증강현실(AR)을 활용해 개발한 모바일게임 ‘포켓몬GO’가 7월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고, 다운로드 수가 폭증하면서 서버가 멈추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주요 외신들은 ‘포켓몬GO’가 출시 1개월만에 매출 2억달러(약 2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클래시 로얄’이 기록한 첫 한달매출의 2배에 가까우며, ‘캔디 크러쉬 사가’의 첫 한달매출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포켓몬GO’는 구글 지도 서비스 문제로 한국에 정식 출시되지 않아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러나 속초와 간절곶에서는 플레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해당 ‘포켓몬GO 성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나이언틱은 “우리와 구글은 완전히 별개의 회사이므로, 구글 지도와 상관 없이 한국서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한국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정식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포켓몬GO’로 인해 발생한 여러가지 사건사고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게임에 정신이 팔려 전방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도랑 아래로 굴러떨어져 다친 사람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물에 사는 포켓몬을 잡으러 나갔다가 신원미상의 시체를 발견한 사례도 있었고, 공공건물에 무단침입하는 탓에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는다는 뉴스도 보고됐다.

대형신인 등장, 하반기 흥행돌풍 ’데스티니차일드’

시프트업과 넥스트플로어가 공동개발한 ‘데스티니차일드’가 가을 모바일게임시장을 휩쓸었다. 10월 출시된 ‘데스티니차일드’는 5일만에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양대마켓 1위를 석권한 신작게임은 7월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10월 ‘데스티니차일드’, 12월 ‘리니지 레드나이츠’ 뿐이다(12월 12일 기준).

‘데스티니차일드’는 마왕이 되어야만 하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서큐버스들이 펼치는 모험을 다룬 카드수집게임으로, 출시 전 사전예약 93만 명을 달성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국내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 대표가 창업한 시프트업이 일러스트를 맡아 기대를 모았다. 2D 일러스트를 살아 움직이듯이 표현한 ‘라이브 2D’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흥행가도를 달리던 ‘데스티니차일드’는 11월 연이어 악재를 만났다. 게임 일러스트 작가 중 한명이 트위터에서 메갈리아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자, 넥스트플로어는 해당 작가의 일러스트를 교체해 진화에 나섰다.

곧이어 차일드(캐릭터) 소환 확률을 조작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넥스트플로어는 5성을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 1.44%라고 안내했지만, 유저들이 뽑기를 반복해 본 결과 실제 획득 확률은 1.44%의 절반 수준인 0.7%에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회사측은 뒤늦게 실수를 인정하고 소환 확률을 새로 공지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게임에 일본 신주쿠 건물과 일본식 사찰이 등장하는 점도 문제로 불거졌다. 회사측은 처음부터 일본 서비스를 목표로 제작된 게임이 아니냐는 의혹에 “장기적으로는 일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나, 한국 서비스 안정화가 우선”이라고 해명했다.

주류로 떠오른 중국게임… 한국게임 성역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발 게임들이 흥행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룽투코리아의 ‘검과마법’, 신스타임즈의 ‘해전1942’, 쿤룬코리아의 ‘가디스’,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니키’ 등이 구글 매출 최상위권까지 진입하며 한국 모바일게임시장에 더 이상 성역이 없음을 증명했다.

6월 출시된 ‘검과마법’은 8일만에 구글 매출 3위에 올랐다. 중국게임이 구글 매출 순위에서 3위 안에 든 것은 ‘검과마법’이 처음이다. 지난해 출시된 ‘천명’의 최고기록은 출시 한달만에 기록한 4위였다. 이후 ‘검과마법’은 장기간 10위권에 머무르며 룽투코리아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걸그룹 씨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눈길을 끈 ‘해전1942’는 출시 3개월만에 구글 매출 4위까지 올랐다. ‘해전1942’는 2차 세계 대전의 실제 유명 해전과 전장에서 활약한 유명 군함을 실감나게 구현한 모바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전략적인 재미 요소와 함께 박진감 넘치는 전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0월 출시된 MMORPG ‘가디스’도 시간이 갈수록 뒷심을 발휘중이다. 구글 매출 기준 출시 첫날 147위로 출발해 10~20위권을 유지하다가 12월 5일 10위권에 진입했다. 이 게임은 중국 iOS 최고 매출 6위, 대만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3위에 오른 인기 게임이다.

패션스타일로 배틀을 펼치는 게임 ‘아이러브니키’도 구글 매출 5위까지 올랐다. 5위권에 여성향 게임이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리니지2 레볼루션’ 연말 대격돌

12월 들어서는 엔씨소프트가 자체개발한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초고속으로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출시 하루만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1위와 매출 1위를 석권한데 이어, 4일째에는 구글 플레이에서도 인기 1위와 매출 1위를 휩쓸었다. 12일 기준으로 누적 다운로드는 100만 건을 넘어섰다.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성공은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 개발력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출시 초반에는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게임성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으나, 매출 1위를 찍은 후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씻은 듯 사라졌다. 요동쳤던 주가도 다시 상승세를 탔다.

게임업계에서는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1위 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장르가 다르기는 하지만, 12월 14일 출시되는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순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용호상박의 싸움에서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원톱 자리를 굳힐지, 아니면 ‘리니지2 레볼루션’이 신흥 강자로 떠오를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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