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결산] ‘오버워치’ ‘서든어택2’ ‘검은사막’ 명암 엇갈려

“야구 몰라요”라는 고 하일성 해설위원의 명언은 게임업계에도 통한다. 어떤 게임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2016년 한 해에도 수많은 게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흥행 명암은 엇갈렸다. 어떤 게임은 대박을 터트렸고 어떤 게임은 고배를 마셨다. 올 한해 게임업계의 흥망성쇠를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으로 나누어 되짚어봤다.

‘리그오브레전드’ 아성 무너뜨린 고급시계 ‘오버워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5월 출시한 신작 FPS게임 ‘오버워치’가 한국 온라인게임시장을 휩쓸었다. ‘오버워치’는 출시 첫날 PC방 점유율 11.7%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더니, 25일만에 철옹성 ‘리그오브레전드’를 밀어내고 PC방 점유율 29.36%로 1위에 올랐다. 203주간 1위를 지켜왔던 ‘리그오브레전드’의 아성이 무너지자 게임업계는 크게 놀랐다.

‘오버워치’는 시간을 넘나드는 모험가 트레이서, 무법자 맥크리, 유전자 조작 고릴라 윈스턴 등 21명의 개성 넘치는 영웅들이 등장하는 팀 대전 하이퍼 FPS게임이다. 점령, 호위 그리고 쟁탈 등 다양한 게임 모드를 제공한다. 특히 비슷한 실력의 유저와 맞붙어 점수를 획득하는 경쟁전 모드가 도입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오버워치’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출시 5개월만인 지난 10월 ‘오버워치’의 이용자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디아블로3’가 확장팩을 포함해 20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기까지 2년 넘게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오버워치’의 성공은 이례적이다. 이에 힘입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도 동분기 대비 60%나 상승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오버워치’를 그대로 베낀 모바일게임 ‘태탄전기’가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라인하르트, 파라, 리퍼, 트레이서, 위도우 메이커, 바스티온 등 ‘오버워치’ 캐릭터와 흡사한 영웅들이 등장하는 이 게임은 한국에서 ‘저급시계’라는 별명을 얻었다.

조기 서비스종료 선언 ‘서든어택2’ ‘문명온라인’

넥슨지티가 개발한 FPS게임 ‘서든어택2’는 서비스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며 충격을 안겼다. 유저들의 평가를 받아들여 심사숙고 끝에 내린 과감한 결정이었다.

‘서든어택2’는 국민 FPS게임 ‘서든어택’의 정식 후속작으로, 4년의 개발 기간동안 약 300억원을 투자해 만든 넥슨의 기대작이었다. CBT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출시 전 사전등록자 6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뚜껑을 여는 순간 상황은 급변했다. ‘서든어택2’는 여성 캐릭터의 선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출시 초기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고, 비슷한 시기에 나온 ‘오버워치’와도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넥슨은 여성 캐릭터를 게임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초강수를 뒀으나 유저들을 붙잡지는 못했다. 결국 넥슨은 ‘서든어택2’를 출시한지 23일만에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엑스엘게임즈의 ‘문명온라인’도 론칭 1년만에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엑스엘게임즈는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고 게임을 보완해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명온라인’은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만든 송재경 대표가 세계적인 게임 ‘시드마이어의 문명(Civilization)’을 MMORPG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2015년 12월 2일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다. 특히 이 게임은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한 문명이 승리하면 시스템이 초기화되는 ‘세션제’를 도입, 화제를 모았다.

북미-유럽서 흥행돌풍 ‘검은사막’, 한국 역대 최고기록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MMORPG ‘검은사막’이 북미와 유럽에서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월정액모델로 3월 서비스를 시작해 첫달 가입자 40만명, 최고 동시접속자 10만명을 기록한 것. 한국 온라인게임 사상 최대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해외에서 성과를 낸 개발사들은 많았지만, 검은사막처럼 글로벌로 골고루 성공한 사례는 없다”며 “최고의 그래픽 퀄리티와 무한한 자유도가 있다는 점에 해외유저들이 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은사막’은 북미와 유럽의 성공에 힘입어 대만과 중국 등 중화권에도 서비스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펄어비스는 12월 대만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직접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개발 외에 운영 및 서비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펄어비스가 개발중인 ‘검은사막’의 모바일 버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펄어비스에 따르면 이 게임은 ‘검은사막’의 세계관을 그대로 활용한 모바일 MMORPG다. 원작을 그대로 이식할지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재해석할는 알려지지 않았다. 출시 예정일은 2017년이다.

‘창세기전’의 몰락… 소프트맥스 역사속으로

PC 패키지게임 ‘창세기전’으로 유명한 한국 1세대 게임개발사 소프트맥스가 23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경영권 매각에 이어 이름도 이에스에이(ESA)로 바꿨다. 엔터테인먼트, 문화 콘텐츠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1993년 설립된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개발사로 떠올랐다. 이후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광시곡’, ‘창세기전3’, ‘포리프(4LEAF)’, ‘마그나카르타’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창세기전’ 시리즈는 단일 타이틀 기준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기록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IP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올해 3월 온라인게임으로 출시한 ‘창세기전4’의 흥행성적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소프트맥스의 2016년 2분기 매출은 전년도 동분기 대비 37.57% 감소했으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의 폭은 더 커졌다. 결국 소프트맥스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창세기전’ IP는 ‘데스트니차일드’를 개발한 넥스트플로어가 20억원에 사들였다. 넥스트플로어는 ‘창세기전’ IP를 활용해 휴대용 콘솔 타이틀을 개발하는 한편, ‘데스티니차일드’에 ‘창세기전’ 콘텐츠를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핵프로그램 기승… 위기 빠진 ‘리그오브레전드-오버워치’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의 ‘리그오브레전드’가 3월 비인가 프로그램인 ‘롤헬퍼’로 큰 논란에 휩싸였다. ‘롤헬퍼’는 게임상에서 보이지 않는 사정거리나 스킬을 표시해 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상대방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사건은 ‘리그오브레전드’의 한 유저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롤헬퍼를 방관했다”고 주장하면서부터 일파만파 퍼졌다. 그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 핵 프로그램 판매자들의 정보를 제보했으나 몇 개월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담당자들은 판매자들을 만나서 법적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가 사과에 나섰다. 그는 “(판매자에 보낸) 메일 내 지나치게 우호적인 뉘앙스의 문구는 저희의 잘못”이라며 “다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저희의 노력과 성과를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있으며 강력한 법적 조치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도 자동조준 프로그램인 ‘에임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에임핵’들은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을 통해 버젓이 판매중이었지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별다른 손을 쓰지 못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핵 때문에 게임을 못하겠다”는 불만이 폭주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게임 불법 프로그램(핵)을 제작하고 유통하거나, 게임사의 허가 없이 사설서버를 운영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적용되는 2017년 6월부터 게임 불법 프로그램 제작·유통을 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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