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엑스기어와 넥스트코어가 출시한 국산 중저가 VR기기의 장점은?

영화 ‘백투더퓨처2’에 나오는 2015년 마티의 집에서는 자녀들이 고글을 쓰고 집을 활보한다. 당시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망상을 비웃었다. “말도 안돼, 저건 가도 너무 갔다.” 그러나 25년이 흐른 지금, 망상은 현실이 됐다. 마침내 가상현실(VR)의 시대가 도래했고, 시중에는 그 고글과 비슷한 VR기기들이 넘쳐난다.

VR열풍은 PC, 콘솔, 모바일 등 전방위적인 플랫폼에 걸쳐 나타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을 기기에 마운트해서 사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VR 입문용에 걸맞게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최저가를 자랑하는 구글 카드보드부터 고급화 전략을 선택한 삼성전자 기어 VR까지 스펙트럼은 넓다. 그 사이에는 가격대 성능비가 높은 중국산 VR기기인 폭풍마경, 소택마경 등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에프엑스기어와 넥스트코어가 합작해 2015년 10월에 출시한 Noon VR(이하 눈VR)도 그 중 하나다. 출고가는 8만9000원으로, 1만~2만원대 소택마경과 3만~4만원대 폭풍마경보다 다소 가격이 높다. 출고가 12만원대의 삼성전자 기어 VR보다는 저렴하지만, 그만큼 자이로센서 및 근접센서 등 일부 기능이 빠졌다. 

눈VR이 내세운 차별화 요소는 동명의 전용 앱인 ‘NOON VR’이다. VR과 CG분야에서 노하우를 축적해온 에프엑스기어의 야심작으로, VR콘텐츠를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전용앱이 눈VR의 경쟁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까. 직접 사용해봤다.

하드웨어는 평범, 호환성과 휴대성 합격점

외관상 눈VR의 스펙은 지극히 평범하다. 너비 164mm, 높이 87mm, 길이 97mm(덮개 포함)이며, 무게는 230g이다. 전체적으로 다른 기기들과 큰 차이가 없고, 무게만 다소 가볍다. 참고로 삼성 기어 VR의 무게는 318g, 폭풍마경의 무게는 360~400g이다. 자이로센서 등의 기능이 빠지면서 그만큼 무게를 줄일 수 있던 걸로 추측되는데, 이유야 어찌됐든 분명한 장점이다. 머리에 착용하는 VR기기 특성상 스마트폰의 무게까지 더하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눈VR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기기 안쪽에 피부에 닿는 부분은 스폰지를 덧대고 천으로 마감했다. 착용감은 나쁘지 않으나 세탁이 불가능한 부위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VR기기를 사용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땀이 차고, 땀을 흡수한 스펀지에서는 나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땀이 더 차더라도 오염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실리콘이나 쿠션으로 처리했으면 어떨까 싶다. 대신 실리콘으로 마감한 다른 제품의 경우 습기가 쉽게 찬다는 단점이 있는데, 눈VR의 경우 바람구멍이 있어서 그럴 염려는 없다.

눈VR의 또다른 장점은 4.7인치부터 5.7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스마트폰을 마운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삼성전자 기어 VR를 제외한 대부분의 VR기기들이 호환성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눈VR의 경우 기기 앞부분에 스마트폰을 마운트한 후 탄성력이 있는 벨트로 허리띠 죄듯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언뜻 불안해보이지만 실제로 마운트해보면 생각보다 튼튼하게 고정된다. 기기를 쓰고 클럽에서 헤드뱅잉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스마트폰이 박살날 걱정은 없다.

뛰어난 전용 앱, 탭기능과 헤드트래킹이 백미

이제 전용 앱을 사용해볼 차례다. 이 앱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모든 동영상을 양안으로 반반씩 쪼개 VR모드로 감상할 수 있도록 변환해주는 앱으로,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앱이 눈VR의 전용 앱인 이유는 앱을 처음 실행할 때 액티베이션 코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액티베이션 코드는 눈VR설명서에 첨부되어 있는데, 설명서에 따르면 하나의 코드로 최대 2대의 VR기기를 등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최대 5대까지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에프엑스기어에 따르면, 처음에는 2대로 한정했으나 사용자들의 요청이 쇄도해 편의 차원에서 5대로 확대했다고 한다.

이 앱은 비단 중계 소프트웨어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VR영상 플랫폼의 역할도 수행한다. 자신이 보유한 영상을 올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올린 영상을 내려받을 수도 있다. 에프엑스기어가 시범으로 올려놓은 몇 편의 VR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해외 리뷰어들 중에는 “콘텐츠 수가 너무 적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포커스가 틀렸다. 콘텐츠 플랫폼 기능은 이 앱의 핵심 기능이 아닌 부가 기능일 뿐이다. 많은 영상을 원한다면 유튜브 등 다른 동영상 플랫폼을 병행해 사용하면 된다.

눈VR 전용앱의 진가는 탭 기능과 헤드트래킹에서 드러난다. 탭 기능이란 기기를 머리에 착용한 상태에서 기기 앞부분(스마트폰 뒷부분)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면 영상 재생 중에 바로 메뉴화면을 표시하는 기능이다. 다시 말해, 영상을 교체할 때마다 일일이 기기를 벗고 영상을 재생하고 다시 기기를 쓰는 번거로운 과정이 없다. 거추장스러운 별도의 콘트롤러도 필요없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엄청나게 편리하다.

헤드트래킹은 화면 가운데 표시되는 커서를 머리 움직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탭 기능으로 메뉴를 띄우고 난 후, 머리를 움직여서 원하는 지점으로 커서를 이동시킬 수 있다. 이 역시 매우 유용하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내장된 자이로센서에 최적화되어, 별도의 자이로센서가 없어도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하드웨어의 단점을 소프트웨어가 보완해준 셈이다. 다만 일부 소개자료나 리뷰 등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시선트래킹 기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앱의 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에프엑스기어에 따르면 고성능 VR 엔진을 사용해 영상 재생시 타사 앱 대비 배터리소모를 70% 절약한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배터리 소모가 놀라울 정도로 적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배터리 이슈가 얼마나 민감한지를 생각해보면 이 역시 대단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전용 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다

요약해보면, 눈VR은 평범한 하드웨어와 비범한 앱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전용앱이 ‘하드캐리(월등한 일부가 전체를 견인한다는 뜻)’했다. 전용앱만으로 눈VR을 구매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한대의 눈VR을 구매한 후 액티베이션 코드를 나눠쓰는 방법이긴 하다. 개발사는 싫어하겠지만.

모바일 VR기기 시장은 어느새 치열한 레드오션이 됐다. 가격경쟁력이든 기능이든 무언가 특별한 차별점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다. 그런 면에서 눈VR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신토불이 VR기기로서 선전을 기원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