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현지화’-생존전략 ‘엔드콘텐츠’-지갑을 겨누는 ‘취향 저격’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기자에게 ‘판교’는 그저 분당을 가는 길목 중 하나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게임 업체가 모여들며 기자들도 제집 드나들 듯 다니는 곳이 되었다. 어느덧 판교역에서 넥슨까지 가는 걸어서 10분 만에 가는 지름길을 터득하게 되었고, 어디 카페의 어떤 음료와 케이크가 맛있는지도 술술 외우게 되었다.

이렇게 사계절 밤낮 할 것 없이 판교를 누빈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위험한(?) 생각을 품게 된다. ‘이 자리에 이것만 있으면 정말 딱인데’라며 판교에서 대박을 예감케 하는 사업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다.

판교 대박 사업 아이템에 대한 키워드는 현지화, 취향 저격, 킬링콘텐츠 총 3가지다.

■ ‘테이크 아웃 해장국집’ 등 판교 현지화 핵심은 게임인-남자-2030

게임에서 ‘현지화’는 언제나 중요한 과제다. 현지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공과 실패가 엇갈리기도 한다. 가령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진출 초기 #황금, #용, #붉은색이 들어간 총을 출시하며 성공을 발판을 쌓았다.

사업 아이템에서도 현지화는 매우 중요하다. 만약 판교에서 사업을 한다면, 현지화의 핵심은 #게임인 #남자 #2030이 아닐까 싶다.

판교는 지하철에서 ‘암사역’과 ‘신사역’을 보면서 ‘암흑사제’와 ‘신성사제’를 떠올리는 어쩔 수 없는 게임인들의 천국이다. 따라서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은 중요하다.

판교에서는 회사앞 치킨집 이름이 ‘꼬꼬와톡’이거나, 퇴근길 판교역 앞 ‘카카호떡’이라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치킨집 전단지에서 발견하는 ‘자바소스’는 #게임인으로 현지화가 제대로 된 것들이다.

또한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게임이라는 산업의 특성상 ‘남자’의 비율이 높아 판교에는 양기(?)가 충만하다. 2015년이 되며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른 ‘전자담배’를 판교에서는 유난히도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점심 시간에 판교 유스페이스 건물 2층 당구장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남자와 #2030의 마음을 캐치한 것

게임톡이 이 모든 것을 통해 추천하는 사업 아이템이 있다면, 테이크아웃 해장국 전문점이다. 저녁 시간만 되면 술집에 가득한 2030 게임인 남성들의 힘세고 좋은 아침까지 배려한 것으로, 이른 아침 육교를 건너며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만취의 흔적(?)들에서 착안했다.

해장국 이름은 ‘북어라이더’나 ‘콩나물 스토리’, ‘황태에이지’ 등으로 게임인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테이크아웃에 용이하도록 세련된 커피잔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메리카노 대신 콩나물국으로 쓰린 속을 달래는, 겉은 차가운 도시남성이지만 속은 따뜻한 판교남성이 완성된다.

■ 톡톡 튀는 핵심 콘텐츠 어디 없나?

게임 간담회를 할 때, 기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무엇인가요?”이다. ‘핵심 콘텐츠’란 게임 속 다양한 콘텐츠들 중 가장 핵심적이고 재미를 주는 콘텐츠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사업에서도 이런 핵심 콘텐츠는 중요하다. 판교의 경우, 카페가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다. ‘판교인들은 밥은 안 먹고 커피만 먹나’ 싶을 정도로 각 건물의 1층은 작은 카페들로 가득하다. 따라서 이들의 경쟁은 모바일 게임의 경쟁만큼이나 치열하다.

아무래도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같은 대형 퍼블리셔(?)들은 큰 매장 규모와 적절한 자리선점으로 유리하지만, 인디게임이나 중소개발사의 작은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핵심 콘텐츠’를 준비해야한다.

그래서인지 판교의 카페에서는 자몽을 통째로 넣고 위에 얼음을 곱게 갈아 넣은 꿀자몽, 홍시를 그대로 갈아만든 홍시슬러시, 탄산수와 생레몬을 사용해 다른 곳보다 건강한(?) 맛을 주는 레몬에이드, 초콜렛을 끈적하게 녹여 추러스를 찍어먹는 핫초코 등 독특한 아이템들을 만날 수 있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김치찌개 집이지만 직접 계란 프라이를 원하는 만큼 해먹을 수 있는 미니게임형 식당, 함박스테이크 비빔밥 등의 신선한 메뉴를 자랑하는 식당, 음식은 평범하게 맛있지만 진리의 알바 혹은 사장님이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는 비주얼형(?) 식당 등 다양하다.

따라서 판교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모바일 게임이 살아남는 방법과 유사한 듯 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남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확 튀어야 한다.

■ ‘커피여신’ ‘사보리스토어’처럼 ‘키덜트 취향’ 저격 필수

요즘 사람들은 취향을 저격하는 물건에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스타벅스 덕후들에게 4만 9000원짜리 럭키백의 가격은 장애물이 되지 않다.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 속 ‘니코니코니’를 라이브 콘서트로 듣기 위해 과감히 덕밍아웃을 한다. 따라서 취향을 저격한다는 것은 지갑을 저격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판교에서도 이런 취향저격은 필요하다. 이미 많은 ‘덕’들을 저격중인 곳으로는 남자들의 가슴 속 깊은 로망(?) 중 하나인 메이드를 테마로 하는 ‘사보리스토어’와 개점 전부터 대대적인 미인 마케팅으로 소문난 ‘커피여신’이 있다.

‘사보리스토어’의 경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마니아라면 한번쯤 가보길 추천하는 독특한 컨셉의 메이드 카페다. 아기자기하면서도 기발한(?) 물건들로 꾸며져 있을 뿐만 아니라, 마니아들이 인정한 ‘긴 메이드복’도 직접 볼 수 있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다.

또한 미인 마케팅 역시 판교에서 무시할 수 없다. 한때 미인 알바가 있다고 소문난 판교 ‘공차’ 매장의 경우, 네이버 검색어에 ‘판교 공차’까지만 쳐도 ‘판교 공차 알바’가 함께 검색될 정도였다. 아무래도 산업적 특성상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높은 판교에서 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탓이다.

이러한 취향을 제대로 파고들어 판교 삼환하이팩스에 위치한 카페 ‘커피여신’의 경우 오픈 행사로 모델들이 워킹을 선보이며 입소문을 내기도 했다. 때문에 짧은 점심시간에도 길게 줄을 서서 먹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판교의 취향저격 사업 아이템을 추천한다면, 먼저 레고나 피규어 등을 포함해 장난감을 판매하는 가게다. 이미 각종 게임을 판매하는 가게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기한 아이템까지 포함한다면 호기심 많은 키덜트 판교인들의 취향을 저격할 것이라 예상해본다.

더불어 남성 전문 옷가게 역시 필요하다. 판교 아브뉴프랑에는 옷가게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여성옷들이다. 잘 입지 않는 넥타이나 정장류는 과감히 빼고,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체크무늬 남방을 종류별로 들여놓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편안한 후드티와 발표할 때 입음직한 깔끔한 니트류까지 곁들여서, 지루한 쇼핑을 5분 만에 끝낼 수 있는 신개념 남성 전문 옷가게다.

2년 전과 비교해 어느덧 판교 상가에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이 빼곡하게 상점들이 들어섰다. 유행을 타면서 반짝 인기를 누리다가 어느새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가게도 있고, 꾸준히 손님을 유지하며 자리를 잡은 곳도 있다. 판교는 아무래도 게임인들의 도시인 만큼,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것이 현지화의 필수 요건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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