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3년 후 생존비율은 20% “이제 복근보다 뇌섹”

최근 ‘뇌섹남’이 핫 키워드로 뜨고 있다. 복근에 ‘임금왕(王)’ 자를 새긴 오빠들이 가고, ‘뇌가 섹시한’ 남자들의 세상이 왔다고 한다. 지적인 모습도 섹시한 매력이 된 것이다.

게임톡이 3월 3일 창간 3주년이다.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 삼짇날을 창간일로 정할 때 ‘과연 3주년’이 올 수 있을까 아득했다. 스타트업이 ‘3년 후 생존비율 20%’라는 풍문도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1999~2001년 ‘벤처붐’ 당시 코스닥시장에 무더기로 상장됐던 기업의 3분의 2가 상장 폐지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숨이 턱 막혔다. ‘한 집 건너 커피숍, 창업 3년 안에 절반 문 닫는다’ 는 기사 헤드라인도 마찬가지였다.

■ ‘맨주먹 붉은 피’로 마포서 노트북 하나로 창업
새삼 게임톡이 출발한 3년 전을 돌아본다. 게임톡이 탯줄을 끊고 고고지성(呱呱之聲)’--어린아이가 세상에 처음 나올 때 우는 소리--를 지른 것은 2011년 11월. ‘맨주먹 붉은 피’로 마포 자택에서 노트북 하나와 도메인 하나로 시작했다.

주위의 시선은 묘했다. 속 깊은 지인들은 ‘잘 될 거야’라는 격려를 했지만 ‘무모한 도전’에 대한 안타까움이 슬며시 배어있었다. 대다수는 의견 표현을 보류했다. 그건 그냥 부정이 담긴 침묵과 다름없었다.

드디어 3월 3일 게임톡이 정식 오픈했다. 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동북쪽’에서 귀인을 만났다. 게임톡은 4월 홈페이지 주소를 ‘한경닷컴 게임톡’으로 바꾸었다. 5월 블리자드의 게임 ‘디아블로3’ 서울 왕십리 런칭 행사가 끝난 주말 다음 월요일, 포털에 게임톡 기사가 등장했다.

이렇게 시절 인연이라고 입버릇처럼 하는 ‘정신적 쌍둥이’ 절친 게임도 생겼다. 사이트 출범했던 무렵 12월 출시해 6개월 만에 외산 게임으로 1위에 오른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와 기이한 인연의 ‘디아블로3’가 그들이다.

소위 종이신문 밥(?)을 20년 먹었지만 세상은 완연한 웹-모바일 시대였다. 전략도 바뀌어야 했다. 페이지 열기 전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열공’했다. 지인의 ‘큐레이션의 시대’라는 책 선물도 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창간 출발부터 SNS도 게임톡의 대표 절친 중 하나다.

게임톡은 창간 이후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인생에서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었느냐고 스스로 물을 정도였다. 술도 담배도 끊었다. 창간 1년 이후에는 강남역 앞 5번 출구 앞(남에게 말하기 쉽게 삼성 본사 뒤쪽)에 사무실을 얻었다. 2년 만에 1호 기자도 뽑았다. 이제 3년을 맞아 2호 기자도 합류했다.

개그맨 김병만은 뭐든 16년간 하면 ‘달인’이 된다고 설파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 시간의 연습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일에 매일 2~3시간 이상의 노력을 10년 이상 쏟아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1만 시간의 법칙’이다.

3년, 달인과 1만 시간의 법칙에 비교해보면 게임톡 생일상은 조족지혈(鳥足之血), 새발의 피다. ‘청년 10명 중 6명, 3년 내 첫 직장 관둔다’는 말일랑 내팽개치고, 대신 ‘초심’으로 더욱 더 달려야 하고, 찾고 만들고, 스스로를 더 숙성시켜야 하는 시간이다.

■ 규제+불황+외산게임 습격... ‘스타트업’ 엎친데 덮친격
최근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한국 게임시장에 대해 “절박하다”라고 표현했다. 전통적 글로벌 강자였던 PC온라인게임에서는 외국산 ‘리그오브레전드’의 40% 점유율 독주 속 길을 잃었다. 모바일게임도 매출 1위 ‘클래시오브클랜’과 ‘도탑전기’로 대표되는 외국산의 습격이 ‘태풍’급이다. 이제 중국산 게임이 20위 안에 30%를 점유했다. 6개월이 지나면 모바일게임도 PC온라인게임처럼 글로벌 게임들이 다 접수할 기세다.

이처럼 외국산 게임의 한국 시장 습격은 ‘카카오 게임하기’가 촉발한 모바일게임 창업 열풍까지 꽁꽁 얼어붙게 했다. 불황과 정부 규제 이슈, 이미 선점한 장르별 게임사별 장수게임 때문에 ‘부익부빈익빈’은 심해졌다. 그래서 게임 스타트업은 ‘고행 수행길’이 되었다. 더욱이 100억대 공중파를 비롯한 외국산 광고폭탄은 ‘엎친데 덮친격’이 되었다.

이런 격변기 속에서 뉴스 중심의 미디어, 특히 게임 전문지들의 형편도 녹록지 않다. 큰손이었던 온라인게임사들은 신규 프로젝트를 폐기하거나 고전하고 있고, 모바일 시장은 바로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광고전략을 구사해 좀체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살림살이’가 더 빠듯해졌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의 화두는 ‘모바일’이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PC 순 이용자는 네이버가 1위지만 모바일 앱 이용자는 카카오톡이 네이버를 제쳤다. 이 같은 흐름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독자가 젊은이인 게임웹진의 경우 이제 모바일 이용 습관을 파고들어 ‘겜심’을 담아내고 트렌드를 접목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한 인터뷰이는 프레임이 변화하는 시기에서 CEO의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고 역설했다. 그 말을 들으며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게임톡에 적용하면 3년간 ‘복근에 임금왕(王)자’를 새긴 것보다 이제 ‘뇌가 섹시한’ 미래 생존전략을 짜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 소수 정예로 맷집은 길렀으니 뇌(전략)를 섹시하게 만들어야하는 것이 순서다.

■ 스타트업 3년 후 생존 20%...다가온 ‘O2O 비즈니스’ 길 묻다
그렇다면 프레임이 ‘모바일’로 급변하는 시대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스로 채근하면서 의지를 불태우게 한 통계가 있다. 스타트업이 3년 후 생존비율이 20%, 다시 3년이 지나면 20% 중 80%가 사라져 결국 4~5% 정도만 생존한다는 것. 그리고 방준혁 의장이 강조한 ‘절박함’을 다시 되새긴다.

게임톡 3주년 창간사도 콘텐츠 최고, 트래픽 최고, 네트워크 최고를 지향하다는 식의 ‘자화자찬’보다는 ‘절실하게’ 스스로 물어야 한다. 성큼 다가온 ‘모바일 세상’에서 게임톡은 과연 어디로 달려가야 할까?

강남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 봄의 전령사 제비가 물어다 준 게임톡의 행운의 박씨는 뭘까. 단순한 모바일 시대가 왔다는 소회보다는 뛰어넘는 미래를 꿰뚫는 혜안이 필요하다. 요즘 유행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의 흐름에 대해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게임톡은 이제 게임웹진으로서 걸음마 단계를 벗고 진정 뇌가 섹시한 ‘뇌섹남’의 생존법을 터득해야 할 시간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대표 박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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