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기자실-릴레이 미팅-인터뷰, 자유롭지만 바쁜 ‘꿀벌’의 일상

직장인들의 하루는 대개 비슷하다.

야박하게 울려대는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1톤 같이 무거운 이불을 걷어내며 일어나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이른 시간부터 사람이 가득한 만원 지하철에 낑겨(?) 타고는, 스마트폰으로 웹툰이나 기사를 멍하니 읽다가 떠밀리듯 내려 회사에 간다.

출근 후에는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햇빛 볼 시간도 없이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끝없는 일을 시작한다. 오후에는 다른 부서와 바통 터치하듯 이어지는 회의를 끝내고 나면 어느덧 퇴근 시간이다. 대개는 야근을 피하지 못하지만, 칼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친구들과 치킨집에서 맥주 한 잔이라도 하고 들어가면 한밤중이다.

하지만 기자들의 일상은 조금 다르다. 매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 자유로운 편이다. 여기 2015년 2월, 게임기자 생활 2년을 꽉 채운 27세 여자 사람이 있다. 창간 3주년을 맞이하여 아침 9시부터 퇴근까지 일반적인 게임기자의 삶은 어떤지 1월 31일의 하루를 소개한다.

■ 게임기자의 오전은 ‘회의’로 시작해 ‘기자실’로 마무리

오전 7시 40분
출근길 지하철 전쟁은 기자도 피할 수 없다. 약간 다른 것이 있다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기자의 직업적 특성과 잔주름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는 27세 여성이기 때문에 화장은 필수다. 2년차 기자라면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라도 완벽한 균형감각을 보여주면서 흔들림 없는 아이라인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오전 9시
이렇게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달라진 여기자는 사무실에 도착해 간단히 정리정돈을 하고 상쾌하게 아침 회의를 시작한다. 오늘 하루는 어떤 기사를 쓸 예정이고, 누구를 만나기로 했는지. 다른 매체에서는 어젯밤과 오늘 아침 사이에 어떤 기사를 썼고, 새롭게 들은 정보는 없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회의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침 회의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할 만큼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하지만 일정에 따라 생략을 하거나, 메일 및 메신저로도 대체가 가능하다. 회사에 꼭 들르지 않고 일정이 있는 곳으로 직출(직접 출근)이 가능한 것은 기자의 특권 중 하나다.

오전 10시
보통 게임회사의 출근시간은 9시에서 10시 사이다. 게임사의 출근시간은 기자들의 기사 작성에도 영향을 끼치곤 한다. 처리해야 할 보도자료가 오는 시간이나, 이슈가 생겼을 때 원활하게 이야기가 가능한 시간과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10시는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보도자료를 정리하고, 그날 써야하는 기사 작성을 시작하거나 행사-미팅 일정이 있다면 이동해야 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오전 11시

게임 기자의 특성상 게임사들이 몰려있는 판교와 구로-가산-삼성동 등에서 미팅이 잡힐 일이 많다. 다행히(?) 기자의 사무실은 강남이라 신분당선 판교도, 2호선 구로-삼성동도 쉽게 갈 수 있지만, 광화문이나 홍대에 사무실이 있는 게임기자들은 울상이다.

기자의 교통비에서 지분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신분당선을 타고 판교에 도착해 1번 출구로 나오면, 눈앞에는 약간은 황량하지만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리를 지나, 기자실이 있는 게임사를 찾아 떠난다.

엔씨소프트 기자실
판교에 기자실이 있는 곳은 엔씨소프트와 NHN엔터테인먼트 두 곳이다. 기자실에서는 빠른 인터넷과 콘센트, 음료수와 간단한 간식도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카페에서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콘센트 근처 자리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하지만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많아, 특별히 행사가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기자들의 동접(동시 접속자)은 높지 않다.

■ 한 마디 속에 특종...‘릴레이 미팅’과 ‘인터뷰’ 철강 일정

12시
본격적인 미팅의 시작은 점심부터다. 다시 말해 ‘정보전쟁’이 시작된다. 기자 사회서 정보를 쥐는 자가 ‘갑’이다. 미팅은 자연스럽게 점심을 먹으면서 시간도 절약하고, 홍보 담당자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사무실에 딱딱하게 앉아 취조하듯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얼큰한 김치찌개를 함께 먹으면서 말하면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진다.

특히 먹는 낙으로 사는(?) 여자들의 경우, 먹으면서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파스타와 피자를 폭풍 흡입하고, 생크림 케이크로 마지막 턴을 마무리하면서 다이어트 따위 까맣게 잊고 ‘뭐 같이 먹었으니 괜찮아!’라며 합리화를 하기 때문. 덕분에 입사 전후로 기자의 몸무게는 +7kg 만큼 불었다. 같이 먹어도 전혀 괜찮지 않다. 

오후 2시~
직장인들이 오후 시간에 릴레이 회의가 있다면, 기자들에게는 릴레이 미팅이 있다. 판교의 경우 게임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에, 심할 경우 점심미팅에 이어 2시, 3시, 4시, 5시 등 한 시간 간격으로 미팅을 빼곡하게 잡아놓는 경우도 있다.

‘미팅을 하면서 무슨 얘기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는 각자의 능력에 달려있다. 회사에 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도 있고, 업계의 이슈를 이야기하거나, 준비 중인 기획기사에 대해 팁을 얻을 수도 있다.

기자의 역할은 보통 ‘꿀벌’이라 이야기한다. 꿀벌들은 꽃에 있는 꿀을 찾아다니면서 자연스레 꽃가루를 묻히게 되는데, 정보를 전달하는 기자의 역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게임 기자들 역시 이야기를 나누며 ‘이 게임사의 새로 출시된 게임을 해봤는데 대박이더라’, ‘새로운 협회장은 누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등의 정보를 공유하며 꽃가루를 묻힌다.

한 꽃가루를 단서로 해서 ‘더 큰 정보’를 얻어낸다. 승부는 역시 ‘고급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개인의 비밀 네트워크와 정보(트렌드) 분석에서 갈린다.

더불어 인터뷰 타임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크게 직출(직접 출근)을 할 수 있는 오전 10시, 점심식사까지 이어지는 11시, 나른함을 떨칠 수 있는 오후 2~3시, 일정이 빡빡할 땐 4시, 직퇴를 할 수 있는 5시로 나뉜다.

이날 기자의 인터뷰는 오후 4시에 있었다. 기자의 일정은 무서울 정도로 한가로웠지만, 인터뷰이의 일정이 빡빡했기 때문. 더군다나 선배들과 함께하는 단체 인터뷰로 각 매체의 13명의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기도 했다.

인터뷰는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로 진행되지만, 인터뷰이에 따라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답변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음...좋다고 생각해요”라며 멘붕에 빠트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 다행히(?) 이날의 인터뷰이는 엄청난 달변가로 한 시간 반동안 무려 A4용지 5장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후 6시~
9시에 출근을 했다면, 6시 퇴근은 직장인들의 권리다. 하지만 자유로운 기자의 특성상 퇴근도 자유롭다. 딱히 야근을 하며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더라도, 저녁미팅을 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것도 업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업계 이야기를 하면서 정보공유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별한 저녁미팅도 없고, 모든 업무를 끝마친 후 퇴근길 위의 발걸음은 가볍다. 물론 판교는 많은 사람들이 야근으로 하얗게 불사르며 늦은 시각까지도 환한 등대 같은 곳이지만 말이다.

평범한 기자의 무난한 하루는 이렇게 끝이 났다. 물론 넥슨과 엔씨의 지분 인수 사태처럼 갑작스런 큰 이슈가 터진 날에는 오후 5시부터 모든 일정은 ‘야근’으로 통일되고, ‘지스타’가 있는 11월의 오전 시간에는 각 게임사의 행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도 하다.

흔히 인터넷 매체라고 실시간 검색어를 체크하면서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과 ‘이를 본 네티즌들은’을 복사-붙여넣기 하는 안락한(?) 삶을 연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톡은 발로 뛰고, 정보와 네트워크로 ‘촉’을 발동해 특종을 잡아낸다. 말 한마디를 듣고 탐정의 돋보기처럼 백가지 상상으로 독자가 알고 싶은 바로 그 정보를 찾아내고 전달한다. 팩트의 힘을 믿는다.

또한 많은 오해가 있는데 게임기자라서 그렇다고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그런 날도 있기는 하다). ‘이슈를 쫓아다니는 꿀벌’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틈 날 때마다 게임을 하는 게이머와 기자 사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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