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황제’ 그리고 ‘겨울나그네’...같은 동네 살았던 두 거장 떠올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인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2악장이 요즘 FM에서 매일 나온다.
좋은 음악은 시대를 건너 사랑받게 되어 있다. 베토벤은 당시에 요즘 방탄소년단(BTS)처럼 많은 소녀팬들을 몰고 다녔다고 한다.
그가 공연을 하는 날이면 많은 여성들과 심지어 소녀 팬들이 공연장에 진을 치고 있었다고 하니 과연 아이돌의 원조격인 셈이다.
겨울이면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항상 흘러나온다. 이번 격리 기간 중에 함박눈이 내렸는데, 그 시간 그 타이밍에 절묘하게도 FM 93.1에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흘러나왔다.
잠시 창밖의 풍경을 보며 행복했었다. 인생에서 ‘겨울 나그네’를 듣고 잊지못할 남산의 기억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평생을 가져갈 것이다.
슈베르트에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자면 슈베르트는 베토벤이 살고있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 베토벤에 대해, 소녀들처럼 베토벤을 흠모하고 그의 음악을 사랑했다고 한다.
베토벤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운명하기 몇 주 전 용기를 내어 자신의 악보를 들고 병문안을 처음 갔는데, 슈베르트를 만난 베토벤은 그를 보며 이렇게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자네를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쉽구먼.” 음악가로서 슈베르트의 재능을 알아본 것이다.
만약 슈베르트가 지척에 사는 베토벤을 일찍 찾아가 음악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베토벤이 죽고 1년이 조금 지나 슈베르트도 죽었다. 슈베르트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렇게도 존경했던 베토벤이 묻혀있는 빈벨링크 공동묘지에 묻혔다.
내가 가난한 고흐의 그림을 사랑하듯 슈베르트의 음악에도 가난과 혹독한 고독이 묻어있다. 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가 보낸 겨울처럼 차디찬 그만의 풍경이 녹아있다.
요절한 프리츠 분달리히가 부른 ‘겨울나그네’ 모노 LP판을 꺼내 턴테이블에 올려 들으며 커피 원두를 갈아 내려 뜨거운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 마시며 눈 오는 창 밖의 풍경을 상상한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주홍수 감독은 30년 가까이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며 올해 출판이 예정된 산문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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