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아야꼬의 ‘계로록’, 어떻게 늙어가는 것이 아름다운가 연상
“그녀는 시시한 인생이었어.”
오늘 본 일본 영화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30년만에 사망 후 만난 고모의 집 유품정리를 부탁하며 고모에 대해 알려주었던 말이다.
먼지가 쌓인 페허 같은 고모의 집을 정리하는 주인공이 느끼는 상상보다 사자의 여인을 보여주는 과거의 영상이 관객에게 보여주는 감독의 의도가 더 크다.
시시한 인생? 어쩌면 나 또한 마지막에 결국 시시하게 혼자 지구를 떠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혼자 있을 때가 너무 편해서 혼자 산에 가거나 ‘혼밥’(혼자 먹는 밥)을 먹거나 혼자 술을 간단하게 마시는 경우가 많다.
어울림이 싫어지고 소음이 만연한 곳도 싫어진다. 시시하게 시는 것도 좋지만 영화처럼 시시한 인생보다는 좀 더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것이 여행이든 일에 매진하든 늙어가며 멋진 사람으로 남는 것도 나름 괜찮고 폼나는 인생이다.
소노아야꼬의 ‘계로록’에는 어떻게 늙어가는 것이 아름다운가를 보여준다. 책 내용 중에 이런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재미있는 인생을 보냈으므로 언제든 죽어도 괜찮다고 늘 심리적인 결재를 해두어라.”
참 멋진 말이고 멋있게 늙어가는 사람들의 자신감이다. 시시하게 살지 말고 멋지게 살았던 인생이라면 그만큼 충분한 인생의 결재를 했다는 말이다.
나를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을 결재했는가? 자신의 몸값은 얼마인가? 늙어가는 것을 감춘다고 노인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늙어있는 노인이 청춘의 색과 물을 들인다고 청년이 될 수는 없다.
매 순간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게 멋진 인생이며 자신이 청년이라면 그렇게 살면 그만이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주홍수 감독은 30년 가까이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며 올 해 출판이 예정된 산문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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