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브레송에서 김남진 사진전...미국 국립공원 "자연은 인생 닮은 황홀경"

[갤러리 브레송에서 만난 김남진 관장. 사진=이재정]

“좋은 사진은 어디에서도 살아남는다”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만난 김남진 사진전 ‘타임 랜드스케이프(Time Landscape)’는 진풍경이다. 늘 작가는 생태계보다 더 민감하게 진화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사진가 김남진을 생각하면 1980년대 혹은 최근 유흥가를 보여준 사진집 ‘이태원의 밤’이 떠오른다. 좀 더 관심 있는 팬덤(열혈팬)이라면 인간의 존재에 천착했던 ‘폴라로이드 누드’ 등의 연작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 ‘타임 랜드스케이프’는 말 그대로 ‘시간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자연의 속살에 뷰파인더를 대고 인생을 찍어대는 작가 김남진을 만나게 된다.

■ 다큐멘터리 사진가일까 아니면 파인아트 사진가인가?

누가 그랬던가. “예술은 인간이 자연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유일한 속성”이라고 했나. 이번 전시에서 김남진은 어떻게 진화되었을까? 그는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일까 아니면 파인아트(순수예술) 사진가일까?

브레송에서 전시하는 ‘타임 랜드스케이프’의 사진 속에서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사진들이 전시 중인 갤러리에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럼 ‘자연 속 벗은 인간’은 자연의 일부인가 아니면 예술인가?

Q. 당신에게 이번 전시작 사진을 찍을 때 영감으로 작용한 것이 뭐냐?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 오랜 시간 물과 바람이 축적되면서 만든 형형색색의 암석이 신비로웠다. 여러 겹의 퇴적암층으로 이뤄진 협곡지대는 지구의 속살을 느끼게 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이감에 매료되었다.

Q. 작가의 눈으로 들어온 매력들은 뭐였나?

-음, 원초적 지구의 모습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아닐까 

Q. 그렇다면 당신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냐. 비유적으로 ‘작가에게 재현이고 인체는 예술이었나? 아니면 자연이 예술이고 인체를 재현인가?’

-재현과 예술의 경계는 사진의 속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작품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다.

깔끔한 착지. 이 말 한마디로 파인아트와 다큐멘터리의 영역 구분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미국 국립공원에서 수십억 지구 만나 즐거운 고고학자처럼 상상력 발동 

Q. 촬영지로 하필 미국의 국립공원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인간에 의한 훼손이 적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덕분에 미국 서부의 데스밸리를 시작으로 유타 주의 에스컬란티, 브라이스, 캐니언랜즈, 모아브, 아치스와 지온 국립공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작가는 수백 만 년 전에서 수십 억 년 전에 형성된 지구의 모습을 만났다. 사진 속 풍경도 역시 그 자연경관을 벗으로 둔 인간의 몸짓을 겹쳐 보여준다.

Q. 사진 작가로서 당신의 뷰파인더(view finder), 카메라에서 눈을 대고 보는 부분에서 만난 풍경은 뭐였나?

- 시간의 지층 속에서 과거의 단초를 찾는 고고학자의 상상력처럼 태고에 존재했을 것 같은 혹은 당연히 있음직한 자연의 생명 이미지를 찾고자 했다.

거칠고 황량해 보이는 대지 위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변화하고 소멸하는 자연의 섭리를 색채로 구현하고, 원시적 자연의 근원을 추구하기 위해 최대한 간결한 형태를 유지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준엄함, 인간은 자연의 부속물일 뿐

Q. 혹 아쉽거나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 자연에 동화되고 화합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자연적 삶,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준엄한 힘을 드러내 보고 싶었다.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이 아니라 생태계의 구성원인 인간을  통해 생장하고 소멸하는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말이다. 인간은 자연의 부속물일 뿐이다. 아쉬움은 늘 있다.

[갤러리 브레송에서 만난 김남진 관장. 사진=이재정]

그의 설명을 들으며 ‘작가적 아르카디아(Arkadia, 이상향)’는 어쩌면 작가의 소유가 아니라 후대에 전승되는 순간 도판 위에서 아니면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찰나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20여 년 전 찍은 남성 누드의 아날로그 필름 이미지가 디지털 스캔 작업과 만나 합성되면서 시간적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이미지 조합은 또 다른 전시에서야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웠다. 

연암 박지원은 “그 허물은 눈에 있는 것이다”라며 “눈을 감자”고 권했듯 어쩌면 우리는 그냥 죽기 살기로 예술(?)을 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의 카메라와 사진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질문할수록 미궁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는 30년 가까이 인간의 감성과 영혼을 울리는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이제 비평을 넘어서는 존재가 우뚝 섰다. 앞으로도 성찰과 함께 예민한 순수의 경계를 뛰어넘는 큰 나무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이재정의 작설은 이재정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듣는 '작정하고 하는'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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