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미술제·제주 아시아 예술교류전·아트제주 통해 도약의 기틀 마련 주목

제주미술이 ‘소통·연대’로 도약의 기틀 마련하나?

제주를 대표하는 미술 플랫폼은 전통의 4.3 미술제, 제주미술제 그리고 다시 복원된 제주 비엔날레를 꼽는다. ‘제주선 경찰 수사, 광주는 특혜 논란…일그러진 비엔날레’라는 매스컴의 헤드라인은 현재 비엔날레 혹은 제주미술을 설명하는 한 단면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제주식 괸당문화로 ‘제주미술의 내일’을 모색하는 몸짓들이 있어 위안이 된다. 한 두 다리 건너면 거의 다 아는 사이로 그 자리서 ‘형과 아우, 선배와 후배, 삼촌과 조카’ 서열이 가려지는 것이 ‘괸당’이다.

■ 제미재미잼잼, 제주 미술 협업 키워드로 ‘연결할 수 있으면 확장’

먼저 제주미술제 이야기다. 오는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제주 문예회관 1, 2, 3 전시실 및 야외공간에서 열리는 2018 제주미술제 쇼케이스전 제미재미잼잼은 한마디로 제주미술의 ‘혁신의지’를 나타낸다.

지난해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제주미술의 환경을 재 정리했다. 특히 다원화된 현대미술과 제주미술의 포지셔닝을 읽어낸 것이다.

그 결과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예술진흥원 등 지역의 공공기관과 한국미술협회 제주와 서귀포 지부, 한라미술인협회, 탐라미술인협회, 이주 작가까지 400여명이 넘는 작가들이 제주와 미술이라는 두 개의 큰 울타리 안에서 하나가 되는 장을 마련하자는 협업 플랫폼을 이끌어냈다.

‘연결할 수 있으면 확장이다’라는 슬로건을 내 건만큼 시작부터 산뜻하다. 공감을 이끌어냈다. 섹션별로 세 개의 전시관을 통해 열리는 아카이브 및 라운지, 호기심의 수납장, 호기심의 백화점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제법 매력적이다.    

[제주미술제를 소개하는 이나연 디렉터]

예를 들어 ‘미술은 시각예술이다’라는 명제 아래 굿즈 등의 형태를 매개체로 삼아 관객들에게 큐레이팅과 콜렉팅을 동시에 제안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재미를 통한 제주미술의 대안모델이라는 점에서 일단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나연 독립기획자를 이번 쇼케이스 디렉터로 과감하게 등용한 건 파격이다. 지난 23번의 미술제를 진행하는 동안 형식만 남고 재미는 사라진, 기존의 미술전시라는 틀에 박힌 구조를 탈피하자는 해결사로 최적의 선택이었다.

이나연 디렉터는 “제주 미술은 결국 제주 사람들이 만든 미술이다. 해외에 있건 이주를 했건 현재 제주에 적을 두고 있으면 모두 제주 미술”이라며 “미술은 언어와 다른 만국 공용어로서 어렵다, 비싸다는 통념을 이번에 깨트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문화예술섬 제주, 33명의 아시아 작가들의 다양한 미술 레시피

두 번째는 문화예술섬 제주에 아시아 작가들이 모여 아시아 도시의 역사, 문화와 자연을 그림, 판화, 도예, 사진 등 작품으로 표현하고 교류하는 전시회다.

㈔제주문화포럼(원장 홍진숙) 주최로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문화공간 제주아트에서 열린 ‘2018 제주 아시아 예술 교류전’이 주인공이다.

제주를 중심으로 타이완과 홍콩,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함께했다. ‘지역문화’라는 탐구를 모색했다. 동양의 경계를 벗어나 문화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제주에서는 홍진숙 작가 외 16명이 참여했다. 대만은 쫑 요우훼이 등 11명, 말레이시아는 리유 타우훼이, 위에위에·사만타 셰 등 3명, 홍콩의 유 윤하 등 모두 33명의 아시아 작가가 함께했다.

특히 워크숍과 아트투어를 통해 아시아 작가들에게 제주의 매력적인 문화와 아름답고 청정한 제주 자연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이는 아시아 문화를 매개한 민간 교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말레이시아의 리유타 우훼이와 김현진 작가(오른쪽)]

앞으로 참여 작가들은 서로에게 예술 작품 창작에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교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홍진숙 작가는 “이번 교류 전시를 통해 아시아 작가들과의 문화 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며 “현장 워크숍에서도 작가적 공감이 이뤄졌으며 향후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지속 가능한 예술 플랫폼으로 기대 된다”고 밝혔다.

사실 관광의 섬 제주를 감안할 때 맛집으로 소문난 제주의 식당들처럼 ‘아시아 도시의 문화적 현상들’이라는 현대미술의 명제 역시 훌륭한 레시피가 되어 줄 수 있다.

워크숍에 참여한 말레이시아 작가 리유 타우훼이도 “특정한 주제를 통해 현대미술 사조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던 여러 비엔날레를 생각하면 ‘아시아 도시의 역사·문화·자연을 작품으로 교류’하는 국제전 '2018 제주 아시아 예술 교류전'은 문화예술섬 제주의 미래 플랫폼으로 충분해 보인다”고 전했다.

■ ‘2018 아트제주’ 제주미술을 주목하게 하는 ‘파란’ 기대

마지막은 ‘2018 아트제주’ 이야기다. 오는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시 메종글래드 호텔에서 진행되는 2018 아트제주는 제주미술에 콜렉터층을 이식하는 수술대 같은 무대다.

상업적 토대라는 인식으로 제주에서 저평가된 아트제주 플랫폼은 강명순 대표 나 홀로 고군분투, 벌써 세 번째를 맞이한다. 강 대표는 2016년 이후 해마다 공을 들여 ‘아트제주’의 진면목을 전시해 한국 갤러리들에게 제주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강명순 아트제주 대표(오른쪽) 문종태 도의원. 제주도립미술관]

올해는 메종글래드 호텔과 협업을 선언했다. 호텔 12층은 이십여 개의 한국 상업 화랑들이 포진한다. 16층 스페셜 섹션은 메이저 화랑 혹은 유니온아트와 연계한 한국 청년작가 초대전, 런던 출신의 현대미술 아티스트인 스티븐 윌슨의 크렁크를 차용한 특별전 등 주목도 높은 특별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플랫폼 형식의 ‘청년 아티스트 특별 콘서트’나 지역 기업가들의 개별 콜렉팅 작품을 초대전 형식으로 열린다. 콜렉터 형성을 위해 5번의 특강을 운영한 지난해에 이어 또 다른 ‘파란’을 기대한다.       

제주미술의 내일을 견인하는 세 개의 플랫폼들은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제주도립미술관의 역사와 재건을 꿈꾸는 2019 제주비엔날레와 궤를 같이 한다면 ‘연대와 소통의 힘’으로 제주국제관악제에 버금가는 효도종목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300여 개의 비엔날레가 열린다. 수많은 비엔날레 속에서 ‘아시아 동시대의 문화적 현상들’을 현대미술을 통해 성찰하고 대안제시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제주의 세 개의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제주미술의 미래는 기대해도 좋다.

제주도는 문화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통해 오는 10월 ‘문화도시 선정’을 노리고 있다. 제주 미술은 제주도 두 개 시의 안목을 시험하는 매력적인 문화 플랫폼이다. 충분한 인력 지원과 전시에 관한 재정적 자구안이 시급하다.

문화는 향유층도 중요하지만 인프라도 중요하다. 앞으로 관객들의 반응이나 시장 형성의 추이까지 살펴봐야겠지만 손 안에 잡히는 미술, 체감하는 그림, 찾아가는 갤러리가 필수다. 특히 읽고 외워야 직성이 풀리는 요즘 제주미술 플랫폼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천혜의 자연환경과 연결된 현장 체험장으로 이어진다면 문화경제 모델로의 도약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글쓴이=이재정 add61@naver.com    

이재정은?

1964년생. 중앙대 졸. 미술세계, SK상사, 경향게임스, 마크앤리스팩트 등 20년차 직장인 졸업. 2012년 제주 이주 후 제주기획자로 '괜찮은삼춘네트워크'를 만들어 제주소비에 관한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