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구-서울-춘천 등 아티스트 연대 ‘지역 한계’ 극복 한국형 플랫폼 주목

[국악과 록, 국악과 재즈가 콜라보된 누모리 공연]

한국 동시대 현대예술의 특징이 많지만 우선 다채로운 표현방식과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작가들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또 젊은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미술 시장으로 직접 진입해보려는 의욕, 작지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플랫폼(혹은 연대)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의 등장이다.

가령 대구 공간을 중심으로 준비되는 ‘바나나 프로젝트’도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바나나 프로젝트는 흑백사진관 초록우체부에 이어 새로운 공간을 통해 청년들의 현대미술 플랫폼을 실험하려는 이영희, 김창희 대표의 새로운 모험이다.

[초록우체부 공간]

창작하고 발표하고 또 먹고 살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일회용 인스턴트적 관계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거기서 좌절할 수는 없다. 이젠 서울뿐 아니라 제주섬, 대구, 춘천 등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뭉친다. ‘연대’를 통해 전시 플랫폼을 직접 만들고 작품을 유통시킨다. 관객들과 소비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유니온 아트다. 아티스트가 창의성을 담보로 함께 주체로 나서는 미술축제이자 작가 미술장터 플랫폼이다. 관객들은 현대미술의 생생한 현장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행복감을 선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 대구 ‘바나나 프로젝트’ 생산된 풍경 시리즈 신선

그 중 ‘생산된 풍경(Produced scenery)’ 시리즈 작업을 통해 과잉 공급되는 정보의 왜곡과 소비되어 없어지는 정보에 대한 단상을 그려낸 김진수 작가가 눈에 띈다. 가장 흔하고 저렴한 출력물을 통해 소비 가능성을 질문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특히 ’생산된 풍경’은 현대사회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정보에 대한 다중적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나아가 작가가 선택하는 풍경과 시각적 이미지, 사회적 이슈가 표현적 생산성을 통해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왜곡된 정보를 가늠해 본다는 의미 역시 창조적이다.

장지, 린넨, 아스테이지 등 화면에 등장하는 디지털 출력물도 인상적이고 흑백으로 출력된 1차적 결과물에 먹으로 이미지를 추가하고 또 2차적 결과물을 만든 사실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적 표현에 근거한 1차적 이미지와 작가가 인식한 정보와 사회적 이슈 등의 2차적 이미지를 결합시키는 작업은 작가의 미래를 가늠하는 단서가 되어 준다. 화면의 재질에 따라 홍묵, 분채, 아크릴 등의 채색과정을 거치고 화면의 정착을 위해 아교와 금분으로 마감하는 실험적 과정은 앞서 언급한 작지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유입작가로 기대가 된다.    

[2018 유니온아트페어 최두수 대표 사진]

■ 제주신화 이정애 작가 발상 주목-춘천 아트페스티벌 매력적인 공간

제주신화를 짧은 시간 조형적 결과물로 유추해냈다는 점에서 이정애 작가도 주목된다. 인간과 공존해야 하는 자연을 작가적 애정법으로 표현한 박길주 작가는 오늘보다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영희 대표는 “대한민국 동시대 청년작가들의 다채로운 표현방식을 오프라인 공간뿐 아니라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으로 확산해 유니온 아트를 지향해 볼 생각”이라며 바나나 프로젝트를 통해 “2~3년 내 글로벌 미술 시장으로 직접 진출하는 작가군들의 토양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강원도 춘천에서 닷새 동안 선보인 또 다른 아티스트 연대 플랫폼 ‘춘천아트페스티벌’도 뜨거웠다. 우리 시대 최고의 공연 예술을 한 자리에 소개하는 축제장인 만큼 연대와 평등으로 똘똘 뭉친 축제극장 몸짓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바나나프로젝트]

공연자들과 기획자, 기술 스태프가 모여 자발적으로 운영된다는 축제의 철학만큼 ‘춤, 동시대를 읽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역시 걸출하다. 열 개의 숟가락이 모여 밥 한 그릇을 만든다는 ‘십시일반’ 예술 나눔 실현은 2018 유니온 아트페어와 비교될 만큼 기대가 크다.

현 시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통무 ‘신전통춤’전을 구현한 김수현의 신전통팀은 전진희, 김재득, 이희자, 곽시내, 김정민 등이 참가해 독특한 춤사위는 물론 심살풀이, 벅구놀음, 5인 군무 형식 등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했다.

특히 국악과 록, 국악과 재즈가 콜라보된 누모리, 고주파시나위 공연과 연희별곡 연주는 관객들에게 뜨거운 에너지와 음색을 발산하며 현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장승헌 프로그래머는 “기획자, 아티스트, 스태프들이 각자의 시간과 재능을 기부해 만든 도네이션 플랫폼이 춘천아트페스티벌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기간 내 진행된 무대기술 워크숍, 소리디자인 워크숍, 축제워크숍이 축제의 성장 엔진이 되어준다”고 강조했다.

■ 9월 개막 ‘유니온아트페어’ 동시대 현대예술의 대표적 플랫폼 뜰까

오는 9월 28일 개막 10월 7일까지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 D동에서 진행되는 유니온아트페어가 열린다. 다채로운 표현방식과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작가들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한국 동시대 현대예술의 대표적 플랫폼으로 손색이 없다.

또 홍콩크리스티 5월 경매 ‘한국현대미술특별전’으로 한국 젊은 작가들의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플랫폼이다. 이런 측면에서 작지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플랫폼(혹은 연대) 가능성에 진일보한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두수 스페이스XX 대표는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에서 만들어가는 미술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자본 중심 미술시장의 대안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첨단기술과 현대 미술의 대중화를 견인한 미술 축제라는 지난해 포토폴리오를 감안하면 이번 가을 축제의 성공 가능성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필자는 예측한다.

조서영 아트제주 대표도 “새로운 미술 플랫폼을 준비하는 2018 아트제주를 주목해 달라”며 “유니크한 공간, 새로운 유통 플랫폼, 매력적인 사람(작가)을 모토로 만들어지는 제주도의 새로운 실험”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2018 아트제주 캠페인]

젊은 기획자들을 중심으로 디지털과 네트워크의 장점에 주목하는 새로운 실험들이 쏟아진다. 이를 잘 활용하는 훌륭한 젊은 작가군들이 곧 만들어질 것이고 작가들의 해외진출 교두보 역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모두 작지만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새로운 연대 플랫폼 ‘유니온아트’를 눈여겨보고 적극 동참해 보자. 결국 작지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플랫폼(혹은 연대)이 답이다. 독특하지 않으면 현대미술이 아니다. 협업이 현대미술을 견인해 줄 것이다.

선한 가격이 존재하는 예술가와 시민들의 협업축제가 유니온아트다. 디지털 시대, 지역과 연령과 시장을 묶고 손에 손을 잡고, 예술가들이 외친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글쓴이=이재정 add61@naver.com

이재정은?

1964년생. 중앙대 졸. 미술세계, SK상사, 경향게임스, 마크앤리스팩트 등 20년차 직장인 졸업. 2012년 제주 이주 후 제주기획자로 '괜찮은삼춘네트워크'를 만들어 제주소비에 관한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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