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6번째 확장팩 ‘군단’ 정식 서비스 돌입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는 접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이라고 했다.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열중해서 레이드 몬스터를 잡다가도 ‘현자타임’이 오면 미련 없이 아제로스를 떠났다. 그렇게 1년 넘게 ‘와우’에 접속 한 번 안하고 살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자연스럽게 복귀해 스톰윈드 시티를 내 집인양 거닐었다. ‘와우’가 서비스된 12년동안 몇 번을 반복해서 ‘쉬었다가’ 복귀했는지 모른다.

원래 MMORPG와 유저의 관계는 오래된 연인들의 그것과 비슷하다. 헤어질 적기의 타이밍을 놓치면 한없이 구질구질해진다. 불꽃 튀던 열정은 식은지 오래인데 추억과 정 때문에 떠나지 못한다. 이래저래 힘겹게 헤어져도 술기운에 다시 기웃거리기 일쑤다. 새 MMORPG를 시작할 때마다 지겹도록 반복됐던 밀당 스토리다. 오직 ‘와우’만 빼고.

‘와우’와의 만남과 이별에 쿨내가 진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Pay 2 Win(현금을 많이 쓴 사람이 게임에서 더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 요소가 없는 게임이라는 점과 확장팩이 출시될때마다 모든 유저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와우’가 예전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이 기조를 12년간 잘 유지해왔다.

‘와우’는 한달에 1만9800원을 지불하면 모든 콘텐츠를 제한없이 즐길 수 있는 정액제 게임이다. 탈것이나 펫 등의 부가 유료상품은 게임 밸런스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구매하지 않아도 딱히 게임에 방해받는 일은 없다. 한달 요금을 지불하면, 그에 맞는 재미를 한달간 충분히 즐긴다. “그동안 내가 지른 캐시아이템이 얼만데”라며 주판을 두드리지 않아도 된다. 유저와 ‘와우’ 사이에 청산해야 할 빚은 없다. 이 덕분에 현자타임이 왔을 때 언제든지 게임을 접을 수 있었다.

[한때 신화 아키몬드를 쓰러트렸던 영웅이 염소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

게임을 떠나기도 쉽지만, 돌아오기도 쉬웠다. 매번 확장팩이 출시될 때마다 이전 아이템보다 훨씬 더 좋은 아이템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아제로스의 구원자’도 ‘강철파멸자’도 ‘검은바위 군주’도 새 확장팩 초기에는 다들 넝마를 둘둘 말고 앞마당 늑대를 때려잡는 꼬꼬마가 된다. 게임을 오래 했다고 받는 특혜는 없으며, 왕년에 데스윙이나 가로쉬를 잡고 세계를 구했다며 텃세를 부리거나 ‘꼰대질’을 하는 사람도 없다. 확장팩 출시에 맞춰 제때 복귀하면 누구나 ‘와우’의 영웅으로 맹활약할 수 있다.

이번엔 진짜 일리단만 잡고 효도할게요

‘와우’의 여섯번째 확장팩 ‘군단’이 9월 1일 출시됐다. 첫번째 확장팩 ‘불타는성전’의 최종 보스 일리단이 돌아온다고 해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당시 “일리단만 잡고 효도하겠다”며 레이드에 올인했던 유저들은 ‘불타는성전’ 이후 효도에 성공했을까. 실패했다면 이번이 재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군단’에 새로 등장하는 신규 콘텐츠는 신규직업 악마사냥꾼과 유물무기로 압축된다. 악마사냥꾼은 죽음의 기사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추가되는 영웅직업으로, 일리다리(일리단이 이끄는 군단)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나이트엘프와 블러드엘프로만 생성할 수 있다. 90일 이용권을 구매한 이용자들은 ‘군단’ 출시 이전에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었고, ‘군단’ 출시 첫날 100레벨을 달성한 악마사냥꾼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간단한 퀘스트 몇 개 마치면 바로 유물무기를 얻는다]

유물무기는 파멸의 인도자, 둠해머 등 ‘와우’ 역사를 관통하는 최고의 무기를 유저들에게 1인당 하나씩 턱턱 안겨주는 혜자스러운 콘텐츠다. 정확히 말하면 1인당 하나가 아니라 1특성당 하나다. 드루이드의 경우 수호, 야성, 조화, 회복 4개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최대 4개의 유물무기를 갖게 된다. 덕분에 게임 시작 하루만에 유물무기 부자가 됐다. 다른 게임이었다면 랜덤박스 400개 정도는 구매해야 했을 것이다.

[성기사의 로망 파멸의 인도자가 국민무기가 됐다. 신성성기사조차 파멸의 인도자를 들고 다닌다]

확장팩이 출시될 때마다 늘 그랬듯이, ‘군단’ 출시 첫날에는 복귀 유저들이 몰려들며 북새통을 이뤘다. 1서버 ‘아즈샤라’에는 수천명의 대기열이 발생했다. 게임하려고 연차를 썼다는 사람, 연차는 안썼지만 내일 아마 아플 예정이라 병가를 쓰게 될 것 같다는 사람 등 채팅창은 금세 시끌시끌해졌다. ‘와우’ 아직 안죽었다.

[아재요ㅠㅠ 와저씨들이 부장님 개그를 시전하고 있다]

1년만에 복귀한 ‘와우’는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장했다. 스톰윈드 국왕 바리안 린의 죽음에서 시작하는 퀘스트라인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흡인력이 뛰어났다. 같은 진영끼리는 선점 몬스터를 공유하고, 캐릭터 레벨에 따라 필드 몬스터 레벨이 자동조정되는 등 유저 편의성도 한결 상승했다. 이전 확장팩에서 호평을 받았던 추종자 시스템과 필드 ‘은테몬스터’ 시스템은 여전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난다.

‘군단’의 첫 레이드 던전인 ‘에메랄드의 악몽’은 9월 20일 열린다. 그 전까지는 최고레벨을 달성하고 레이드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와우’를 다시 시작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복귀하려면 지금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와우’가 변했니 어쩌니 해도 ‘와우’만한 게임이 없다는 것은 ‘와저씨’라면 잘 알고 있을 터. 아제로스의 영웅들이 힘을 합쳐 ‘불타는군단’의 침공을 막아낼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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