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부대행사 IGF2016, 프리뷰로 증명된 빛나는 인디게임 창작열

드디어 3월 16일 인디게임 페스티벌(Indie Games Festival; 이하 IGF)의 수상작들이 발표된다. 올해 18회째를 맞는 IGF는 인디게임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권위있는 대회 중 하나다.

IGF는 전 세계의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서 비디오 게임 산업과 관련된 여러 이슈들을 토론하고 강의하는 가장 큰 행사인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 Conference, 이하 GDC)의 부대행사로 진행된다.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서 올해의 최고 게임을 시상하는 행사에서 인디 게임만 따로 모아 8개의 부문에서 시상을 한다.

 

▲ 그녀의 이야기

■ 6개 후보작 모두 PC 기반...인디게임은 ‘스팀’이 중요 플랫폼
그 중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한 게임은 수상과 동시에 상당한 지명도를 얻게 된다. 이 그랑프리 상은 인디 게임 개발자 시머스 맥널리(Seumas McNally)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그는 2000년 IGF에서 ‘트레드 마크(Tread Marks)’라는 게임으로 그랑프리를 포함한 3개의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공모전을 위해 무리한 탓인지 수상 후 열흘 만에 호지킨 림프종이라는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다. 그로부터 IGF는 게임 개발에 매진하다 요절한 맥널리를 기려 그의 이름으로 그랑프리 상을 시상하고 있다.

올해의 그랑프리는 총 6개의 게임이 후보작으로 올라가 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는 말처럼 후보작들은 '이름난 것은 헛되이 전(傳)해지는 법이 아니다'는 말을 증명했하고 있다. 

‘다키스트 던전(Darkest Dungeon)’, ‘그녀의 이야기(Her Story)’, ‘계속 말해야만 폭탄이 터지지 않을 거야(Keep Talking and Nobody Explodes)’, ‘미니 메트로(Mini Metro)’, ‘슈퍼핫(Superhot)’, ‘언더테일(Undertale)’이 그 작품들이다.

올해의 후보작들이 예년과 다른 점은 모두 PC 기반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멀티플랫폼 작품은 PS4와 PS Vita용으로 게임을 출시한 ‘다키스트 던전’뿐이다. 이미 인디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스팀은 가장 먼저, 그리고 중점적으로 개발해야 할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후보작들을 소개하고, 여기에서 공통되는 경향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 그녀의 이야기-계속 말해야만 폭탄이 터지지 않을 거야
이미 지난달 칼럼에서 자세히 소개했던 ‘다키스트 던전’은 로그라이크 스타일의 게임에 전략적인 요소를 가미한 작품이라는 정도로만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수사관의 입장에서 남편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여자를 취조한 기록물을 검토해나가는 게임이다. 옛날 윈도우 95 정도로 보이는 컴퓨터 인터페이스에는 그 여자를 취조한 11개의 비디오가 존재한다. 이 비디오를 보면서 그녀의 혐의를 입증해내면 된다. 그러나 이 비디오를 검토할수록 플레이어는 그녀의 삶에 빠져 들어가 그녀가 왜 남편을 죽여야 했는지에 관해 점차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 영어 히어링에 크게 문제가 없다면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할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 게임의 외형은 스릴러의 문법을 지니고 있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 해보면 한 여자의 내면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것 같은 특이한 구성에 감탄하게 된다.

 

▲ 계속 말해야만 폭탄이 터지지 않을거야

‘계속 말해야만 폭탄이 터지지 않을 거야’는 상당히 특이한 멀티 플레이 방식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3명이 한 조를 이루어 플레이하며, 한 명은 모니터를 보고 폭탄을 해체한다. 또 다른 두 명은 멀리 떨어져 폭탄 해체 매뉴얼을 읽으면서 모니터를 보는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해야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처럼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가 서로 다른 플레이 과정을 경험하게 될 때, 이를 두고 비대칭적 게임플레이(asymmetric gameply)라 부르는데 이 게임은 이를 아주 잘 활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폭탄은 점점 복잡해지고 제한 시간은 5분 그대로이기 때문에 설명하는 플레이어의 목청은 점점 높아지고, 폭탄을 해체하는 사람의 긴장감은 높아져만 간다. 이처럼 특이한 비대칭적 게임플레이를 활용하여 플레이어들 사이의 교류를 높이는 것은 최근 게임 트렌드에 비추어볼 때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 런던, 파리 지하철 건설-특이한 FPS 메커닉 시선집중
‘미니 메트로’는 런던, 뉴욕, 파리 등의 유명한 도시를 배경으로 지하철을 건설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이 지하철을 건설하는 과정은 매우 미니멀리즘적으로 디자인된 지하철 노선도 위에서 벌어진다. 단순한 직선과 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의 기호로 전철역이 표시되며, 강이나 산을 지날 경우 점선으로 터널임을 표시하는 것이다.

 

 

 

 

▲ 미니 메트로
이는 실제로 우리가 지하철 노선도를 표시하는 방식이지만, 이러한 최소한의 기호로 게임을 만들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현실을 기호화하는 단순한 방식이 게임으로 치환될 수 있음을 알려준 소중한 게임이 되었다.

 

 

‘슈퍼핫’은 FPS 게임의 문법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인공이 움직일 때에만 시간이 흐르고 움직이지 않으면 화면이 정지하는 메커닉을 도입함으로써 영화 ‘매트릭스’의 전투 장면 같은 것을 비슷하게 연출할 수 있게 만든 게임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시간이 멈추는 동안 플레이어는 지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총알을 피하고, 맞혀야 할 적을 판별하여 여러 방의 총알을 발사할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게임은 겉으로 보면 FPS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플레이하면 할수록 턴제 전략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특이한 메커닉이 이 게임을 그랑프리 후보로 끌어 올린 이유이다.

 

▲ 슈퍼핫

‘언더테일’은 8비트 시절 레트로 게임 스타일의 투박한 그래픽을 가진 RPG이지만, 대단히 뛰어난 스토리와 세계관을 가진 게임이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엄마 품으로부터 떨어진 조그만 여자 아이를 조종하게 된다. 그녀가 떨어진 곳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고 몬스터만이 존재하는 지하 세계이다. 일반적인 RPG의 문법에 따르자면 플레이어는 이 여자 아이를 조종하여 모든 몬스터를 무찔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언더테일’에서는 이러한 일반적인 RPG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각각의 몬스터가 가진 욕망과 태도를 읽어내야만 한다. 다시 말해 길을 가로막는 몬스터를 죽이지 않고도 타협하거나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이 게임에는 존재한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고 이 게임의 놀라운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해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을 듯하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이 게임이 어쩌면 당신이 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바꿔줄 수도 있을 것이다.

 

 

 

 

▲ 언더테일
이 6개의 게임 중 하나는 3월 16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IGF의 그랑프리를 거머쥘 것이다. 그러나 아깝게 수상을 놓친 나머지 5개의 게임들도 그에 못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디자인 요소로 가득 찬 게임들이다.

 

 

지금 바로 PC를 켜고 스팀을 실행하여 이 게임들을 찾아보도록 하자.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들 중에서 지난 번에 소개한 ‘다키스트 던전’과 ‘언더테일’의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여러분들의 판단은 어떠한가 한 번 시험해 보는 것도 올해 IGF를 바라보는 재미있는 기준이 되리라 믿는다.

게임톡 이정엽 객원기자 elises@snu.ac.kr

 

이정엽은?

1980년대 초 아케이드 게임과 아버지가 사주신 애플 ][e와 북미판 닌텐도를 시작으로 게임을 하드코어하게 즐기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7년째 게임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을 개설해 왔다.

이 수업들을 통해 제자들의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후원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회사 엑스몬게임즈의 감사 겸 서울대 연합전공 정보문화학 연구교수 및 카이스트 대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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