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칼럼 벌써 1년....“이제 긴 휴식, 게임톡과 독자에게 감사”

2013년 9월 17일 첫번째 ‘TOC까놓고’ 칼럼이 올라갔다. KGC에 대한 내용이었다. ‘GTA5’ 이야기도 하고 포켓몬 이야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좀 더 개발에 관한 이야기로 무게가 옮겨졌다. 돌이켜보면 게임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1년이 지났지만 업계 상황은 그때보다 좀 더 안좋아진 것 같다. 해외에선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인크래프트’의 모장을 2조5000억 원에 사는 엄청난 거래가 성사되었다. 과연 한국에서 그런 게임회사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회사는 만들려고 세워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의 현실은 그런 회사가 나올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게임회사뿐만이 아니라 게임웹진도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언제 위기가 아닌적이 있었느냐만은 요즘은 특히나 더 그런 것 같다. 게임계 안쪽으로도 바깥으로도 안좋은 쪽으로 흐르는 방향성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사실 게임웹진만이 위기는 아니다. 게임산업도 위기라고 하고, 언론 자체가 위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비단 이 위기는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신문이나 잡지들이 폐간하거나, 인수되었고, 뉴욕타임스에서는 혁신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허핑턴 포스트 같은 전혀 새로운 매체가 나와 기존 매체들을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게임웹진은 게이머들을 소비자로 한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고, 시대에 뒤처진 것에서 빨리 옮겨오기도 한다. 탄탄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종이 신문들마저 죽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걸 생각해보면, 게임 웹진들은 항상 게이머에게 새로운 뉴스와 재미를 선사해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게임 웹진들의 위기는 더이상 게이머에게 게임 웹진만이 주는 재미나 정보가 부족해졌다는 것을 뜻할지도 모르겠다.

예견되었을 사태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게임웹진에서는 비슷비슷한 뉴스들만이 눈에 띄었다. 다 같은 행사뉴스나, 다 같은 인터뷰. 다 같은 신작 소식들뿐이었다. 뉴스를 중심으로 하는 웹진들에게는 위기가 올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15년 동안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에 길들여진 탓에 자체적으로 취재를 할 수 있는 기자의 숫자가 적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 웹진들 외에서는 비슷비슷한 뉴스밖에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좋은 콘텐츠가 있는 웹진들조차 자신의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지 않고 있다. RSS가 유행일 때를 넘어서 SNS가 정보 유통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SNS에 대응하는 웹진들은 정말 극소수였다. 그도 당연할 것이 게임뉴스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많은 인터넷 뉴스들은 비슷비슷한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페이스북 같은데 링크를 걸었을 때 카드로 사진과 뉴스가 깔끔하게 뽑히는 게임 뉴스 사이트가 몇 개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시도들을 할 여력을 가진 게임 뉴스 사이트가 별로 없어 보인다. 하물며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 같은 사이트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아직까지 게임 뉴스 사이트에 CTO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기술 전문가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나 대응이 늦어지는 것이 아닐까.

지금 한국의 게임계가 가지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키 중의 하나를 게임웹진이 쥐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서비스 시작했을 때처럼, ‘퀴즈퀴즈’와 ‘카트라이더’가 캐주얼 게임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냈던 것처럼, 새로운 흐름이 필요한 때이다. 애플이나 카카오 같은 누군가가 그런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을 기다리는 것만 할 수도 있겠지만, 게임 웹진들에게도 그런 흐름과 분위기를 만들어낼 힘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20세기 말의 과다한 번들 경쟁으로 패키지 게임 시장 붕괴에 일조하고 자신들조차 공룡들처럼 멸망한 게임잡지의 길을 선택할지, 한국의 게임계를 산업을 넘어서 문화로 만들어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언론들의 노력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게임인으로서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TOC까놓고는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긴 휴식에 들어간다. 정말 다사다난한 1년이었다.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무너진 건물에 깔리고, 수장되었고, 유족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필자의 소속은 세 번 바뀌었고, 송사가 한 번, 딸도 얻었다. 조금 쉬면서 본업인 개발에 충실하고자 한다. 그 동안 졸문을 손봐준 게임톡 여러분과,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객원기자 krucef@gmail.com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지금은 NOVN에서 기술이사로 새로운 모바일 게임에 도전중이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획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게임개발자연대에서 이사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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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욱 TOC까놓고] 칼럼이 세상을 바꾼 것들
오영욱 TOC까놓고는 개발자로서 칼럼을 쓰는 필자들이 극히 적은 한국 게임업계에서 현역 개발자이자, 한국 게임사의 이면을 잘 들여다볼 눈밝은 관찰자다. 게임톡에 지난 1년간 격주로 연재되는 칼럼으로 목요일마다 독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필자는 게임 기획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과 '한국 게임의 역사'의 출간에 참여했다. 현장 기획자나 개발자들의 정서와 트렌드와 이슈를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자유자재로 잡아내는 것도 그런 경력이 작용했다.

그는 ‘지스타 보이콧’ 제안하는 도전적 이슈를 쓰기도 했고(2014년 8월 22일), 게임업계 남녀평등 더 달라져야(7월 24일), 한국 게임에도 크레딧을 넣자(7월 10일), 이제 게이머들 단체가 필요하다(6월 12일), 장애인의 날과 게임 속 색약모드(5월 1일), 인터넷 선구자 ‘한국경제 프레스텔’ 소개(3월 6일), 인디 개발자가 정말 필요한 것(2013년 12월 11일), 게임규제, 만화 화형식 떠오르는 이유(11월 15일), 쉬운 투자 ‘크라우드 펀딩’ (10월 30일) 등 시의적절한 주제를 선별하고 글로 담아내 큰 인기를 얻었다.

“개발자가 게임역사 만드는 사람”이라며 70~80년대 비디오 게임 암흑기-90년대 PC게임-현재 황금기 조망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13’의 주제 발표자로 게임톡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스스로를 ‘자료정리에 집착하는 보존주의자’로 소개한 그는, “이 세션은 ‘왜 게임 업계에는 개론서가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책을 쓰기 시작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 2001년 이후 온라인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한국 게임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그는 13년 ‘한국 게임의 역사’를 기록-출판한 열정처럼 앞으로도 개발자이자 저술자이자 칼럼니스트로 독특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게임톡은 그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 집중하고, 숨을 고르기를 마치고 더욱 ‘내공’이 깊어진 후 다시 독자 앞으로 돌아올 때까지 성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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