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각 이상자 등 감각기관 장애 위한 게임업계 노력 더 확산되어야

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접근성이야 뭐 튜토리얼이 얼마나 되는가라든가, 게임을 하기위해 입력해야 하는 정보들이다. 하지만 감각기관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게임을 할 수 있는가 아닌가라는 중요한 문제다.

게임이라는 매체는 그 특성상 시각, 청각뿐만 아니라 복잡한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력장치를 잘 다루지 못하거나, 감각기관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에게는 그것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힘들다. 손가락을 마음 먹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에게 ‘슈퍼마리오’ 같은 게임을 클리어하라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할까. 한국에서는 이런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해서 인색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일째가 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1년에 한 번뿐인 장애인의 날이었지만 한국장애인총연맹은 국가가 슬픔에 잠겨있던 때라 대부분의 행사를 취소하고 하나만 진행하였다. ‘장애인 이동권 확보 퍼포먼스’였다.

한국에서 고속버스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장비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리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는 결과적으로 경찰이 취루액을 뿌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런 사회 환경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게임을 할 권리까지 보장해주자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게임개발자가 그런 부분에 대해 전혀 고민이 없다는 것은 사회에 해야할 도리를 안 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어가 아닌 게임들을 한국어 자막으로 많이들 보게 된다. 특히 영어 게임들의 한국어화는 일부 성우까지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막 한글화다. 영어를 잘 못하는 게이머들에게 고마운 존재이긴 하지만 가끔 자막에 효과음 등이 섞여있는 것을 보고 갸우뚱 하게 된 게임들도 있으리라. 사실 게임에서 자막은 이런 외국 게이머들뿐만이 아니라 청각장애자들에게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이 하는 흔한 오해는 청각장애자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든가, 시각장애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장애라는 것이 그렇게 무 자르듯이 끊을 수는 없다. 정상적인 생활은 힘들지만 아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약간만 느낄 수 있는 감각기관으로 느낄 수만 있게 한다면 게임 플레이도 가능하리라.

게임 ‘스타크래프트’ 테란황제로 불렸던 프로게이머 임요환이 시각장애자 게이머와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남들과 같지 않은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남들보다 몇배의 노력을 했겠지만, 만약에 게임 개발사가 별 생각없이 유닛이 모두 같은 소리를 내게 했다면 게임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게임 잡지 ‘가마수트라’에 언급된 리포트에 의하면 미국 시민의 8%가 청각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1만 명의 유저가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면 800명은 청각에 문제를 가지고 있고, 게임에서 소리가 아니면 진행을 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면 그리고 여기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800명은 그 시점부터 더 이상 게임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장애인의 웹 접근성은 최악이다. 시각 장애인들은 콘텐츠의 내용을 읽어주는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한국에서 많은 웹사이트가 프로그램이 읽지 못하는 이미지로 내용을 전달하고는 한다. 물론 주석은 달려있지 않다. 이제 법적으로 웹 접근성에 대한 준수가 의무화 되고 있으니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게임 크리에이터가 알아야 할 97가지’라는 책이 이번에 번역되었다. 여러 개발자들의 간단한 칼럼들이 모여있는 책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건 한국판에 추가된 한국에서 작성된 7개의 칼럼이다. 마지막에 들어간 ‘색각이상자를 위한 접근성팁’은 평소에 찾아보기 힘든 접근이라 굉장히 반가웠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색맹이라 부르는 색각이상자가 배려되지 않은 게임 인터페이스로 얼마나 힘들 게 게임을 하는지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실제로 ‘리그오브레전드(LOL)’이나 ‘월드오브 탱크’, ‘심시티’ 등은 색각이상자를 위한 옵션을 마련해놓고 있다.

핫독스튜디오의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모두의게임’ 안의 ‘알록달록 색종이’ 게임은 색약유저들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색약모드’를 빠르게 지원해 박수를 받았다는 것은 상기할 만하다.

남성의 5~8% 정도가 색각이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 포함되는 1명으로서 게임업계에서 앞장서서 이런 접근이 많아지고 좀 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해야하지 않나 싶다.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객원기자 krucef@gmail.com

 

■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회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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