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텔 전신 KETEL 큰 인기-한경 'PC라인'도 창간, ‘게임톡’ 조상뻘 인기

한경닷컴 게임톡 2주년 축하원고를 발송하고 나서 '아차' 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었다. 그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번에는 게임언론에게 바라는 점을 했다면 이번엔 ‘게임톡 비긴즈’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게임톡이 올라오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은 사실 한국 게임 문화 그리고 인터넷 문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경제신문과 인터넷 문화라니? 언뜻 보면 상상이 잘 안가는 조합이다.

지금이야 모두들 웹브라우저로 인터넷 서핑을 하는 시대지만,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에는 PC통신이라는 텍스트 중심의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였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서비스는 응답하라 1994에 익숙한 세대들한테는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리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지어서 사용하는 문화가 생겨난 것도 그 무렵이었고, 새롭게 온라인 세계가 열리면서 지금까지는 없었던 여러 가지 문화가 나타났다.

그 중심에 PC통신이 있었고 역시 그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가장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하이텔이었다. 각 PC통신 서비스들은 각각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나가기도 했지만 역시 서비스를 가장 처음 시작한 하이텔이 가장 영향력이 컸다.

그 하이텔의 전신이 KETEL인데, 그 첫 시작은 '한국경제 프레스텔'이었다. 원래는 한국경제신문의 콘텐츠와 함께 다양한 뉴스 등을 보여주는 인터넷 서비스에 중심을 두었으나, 같이 서비스되고 있는 게시판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거듭났다.

이후 한국경제 내부 사정으로 한국통신 중심으로 KETEL을 인수하여 하이텔이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하이텔에 있었던 수많은 게임동호회들은 한국의 초기 게임 문화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KETEL의 흔적은 하이텔에서도 약간씩 찾아볼 수 있었는데 한가지 예를 들자면 '개오동'되겠다. 하이텔에서 가장 큰 게임동호회였던 게임오락동호회가 약자가 개오동인데다가 바로가기 명령어가 KGA 라는 것은 조금 의아하기도 한데, 개오동이 개털(케텔의 속칭) 오락 동호회의 준말이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KGA 의 K 가 KETEL에서 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렇게 생겨난 KGA는 게임문화뿐만이 아니라 게임개발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제작자동호회로 나오기도 했다. 하이텔 게임제작자 동호회는 이후 한국 게임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그 밑받침이 되는 인력들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런 하이텔도 점차 인터넷 문화가 PC통신에서 월드 와이드 웹으로 넘어오면서 점차 쇠락하여 KT는 자체 웹서비스 파란에 하이텔 서비스를 통합하고 그나마 2012년에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하이텔의 기록들은 더 이상 찾아볼수 없는 자료가 되었다.

물론 KETEL이 아니었더라도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하긴 했겠지만 그 시작이 조금 더 늦어지지 않았을까. 한경은 KETEL뿐만이 아니라 'PC라인'이라는 잡지도 창간하였다. 1990년도에 창간된 PC라인 역시 KETEL과 함께 초반에 PC 문화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경 PC라인 역시 93년에 한경으로부터 독립을 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 때에 이런 잡지들은 소중한 정보제공처였다. 이러한 것들이 거름이 되어 지금의 인터넷 문화가 자라났으리라.

KETEL의 성공요인은 그것이 처음이고, 무료라는 것도 있었지만 결국 유저들이 모여서 놀 공간을 제공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게임톡도 단순한 정보전달을 넘어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는 공간이 되면 어떨까.

게임톡이 KETEL의 PC라인의 직계는 아니지만 한국 PC 통신 문화의 첫 페이지를 연 한경에서 다시 한번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기자 krucef@gmail.com

■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회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