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의 게임업계, 여성개발자의 트위터 해시 태그, 남녀의 연봉 차이 10~30%

근래에 고등학교에 갈일이 있었다. 게임프로그래머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가볍게 직업설명을 해주는 자리였는데 여학생 비중이 25%쯤 되었던 것 같았다. 그 중에 학생 하나가 강의가 끝나고 나에게 찾아와서 물었다.

“여자도 게임 개발자를 많이 하나요?” 예전이라면 별 생각없이 웃으면서 ‘당연하다. 성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고 대답했겠지만 최근에 쭉 보아온 상황이나 근래에 터진 사건도 있어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게임 개발이란 직업은 상대적으로 몸을 쓰는 직업보다는 성별의 영향을 좀 덜 받는데다가, 다른 산업에 비해 개방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에 성차별 문제가 거의 없다 라고 생각하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개발 직군 중에 아티스트 같은 경우엔 여성의 비중이 적지 않지만 한국에서 조직이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곳이 어디 게임 뿐일까. 남초의 게임업계도 여성에게는 쉽지 않은 조직중에 하나인 것이다.

한국 이야기뿐만은 아니다. 2012년 트위터에는 한동안 #1ReasonWhy 과 #1RessonToBe 라는 해시 태그가 유행했다. 여성 개발자들이 업계가 자신에게 불편한 이유나 사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만드는 이유 를 트윗했는데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해당 태그들이 꾸준히 사용되며 이야기 되고 있는데, “전시회에서 1일 안내원으로 오해받았다” 부터 시작하여 “티셔츠 주문할 때 여성용 티셔츠를 주문하지 않으니까”까지 다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게임을 너무 사랑해서 가끔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지랄같은 경우를 겪더라도 계속 게임을 만들고 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더 많은 이슈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마수트라에서 조사한 연봉통계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의 연봉차이는 직군별로 10~30%가 차이가 나고 있고 QA를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적게 받고 있었다.

여성 게임개발자들뿐만 아니라 여성 게이머들까지 게임계가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까지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모여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닌가 싶다.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연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친구에게는 "지금은 여성 프로그래머도, 여성인 디렉터도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많아졌다" 라고 대답해주었다. 아직도 “여자라서 안된다” 같은 몰상식한 말을 내뱉는 사람이 있지만 지금은 여자 프로그래머란 이유로 신기하게 여겨지는 일은 줄어들었으니까.

그래도 게임 개발을 하는 이유 중에 세살 된 조카와 한 살 된 조카는 이것보다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니까 라고 이야기했던 개발자처럼, 그 친구가 업계에 들어오려면 짧게는 5년 정도 남았으니, 그 5년 동안 노력하면 그 친구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목소리를 내고 뭉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틀림없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한편 인구의 절반인 여성마저 게임에서 이런 대우를 받고 있는데, 소수인 LGBT(성적소수자들을 이르는 말.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글자를 딴 것)에 대해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하나라는 걱정도 든다.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객원 기자 krucef@gmail.com

■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지금은 NOVN에서 기술이사로 새로운 모바일 게임에 도전 중이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획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게임개발자연대에서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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