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개발자 세상을 바꿀 능력 충분 “응답하라 국회의원" 등도 점차 관심

게임중독 같은 일부 정치가나 혹은 사회계층에서 게임에 대한 성토가 나올 때 흔히들 나오는 이야기가 “게임 회사가 사회에 충분히 공헌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고, 사회공헌백서 같은 건 읽으셨나요? 라고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대상과 할 일이 조금 바뀐다. “게임개발자가 민주시민으로서 사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라는 것이다.

게임산업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게임의 문법이 크게 바뀌었다. 그 전까지 완성품을 게이머에게 전하고 게이머는 그것을 가지고 노는 형태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 게임은 게이머에게 공평한 경험을 제공하게 되고, 게이머에게 재미를, 그리고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고민은 게임개발자의 몫이 되었다.

21세기의 첫 10년이 지나가면서 게임 외의 분야에서 게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리어스 게임이 언급되고, 학자들은 게이미피케이션을 연구하고 있고, 예술가는 게임을 통해 예술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10년동안 게임은 정말 크게 변해왔다 하드웨어의 발전과, 더 재미있는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게임은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게이머의 입맛을 맞추지 못한 게임은 결국 서비스 종료가 되거나 잊혀졌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다른 부분을 보면 어떨까.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우기는 하지만 교육 방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21세기가 되면 모두 집에서 수업을 듣고 가상현실을 통한 체험학습을 할 것 같았지만 현실은 조금 더 좋은 시설에서 칠판 대신 PPT를 쓰는 정도의 변화이다. 여전히 학생들에게 수업은 재미없는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정치는 재미없고 사람들은 모두 불공평함을 느낀다. 법과 제도는 항상 불평등하다고 느껴진다. 피해가는 사람들은 정말 잘 피해가고,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보는 기분이 든다.

▲ 출처=응답하라 국회의원 페이스북
게임개발자들은, 그리고 게이머들은 사실 밖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우리야 그냥 즐겁게 게임만 하면 그만이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게임개발이 시작된 30년 동안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해왔다.

게임은 IT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며 계속 발전해왔다. 문제는 그 발전에 대한 과실을 게임만이 누려왔다는 것이다. 그 동안 사회는 적어도 한국 사회는 계속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게임 안에서 게이머들은 자신의 상태나 현재 상황에 대해 계속 정보를 제공받고 그 안에서 선택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당장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만 봐도 실제 우리 삶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래야 했을까. 어째서 죄없는 학생들이 그렇게 희생되어야 했을까.

우리는 게임에서 얻은 수많은 것들로 현실을 사회를 바꿀 수 있다. 게임을 만드는데 사용하던 IT 기술로도 게임을 서비스하며 얻었던 경험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게임 내 경제에 대한 고민과 어뷰징에 대한 대응은 수많은 제도의 허점에 대해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콘텐츠를 어떻게 게이머에게 전달할지 고민한 게임 디자이너들의 경험은 그대로 교육으로 피드백될 수 있을 것이다. 임용고시에 합격한 교사보다, 게임디자이너가 학생들에게 콘텐츠 전달을 더 잘할 수 있다. 더이상 고전적인 방법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번에 세월호 참사에서 '응답하라 국회의원!'(https://www.facebook.com/HeyCongressKR)이란 서비스가 생겨났다. 몇몇 게임개발자와 스타트업 개발자들이 모여 뭔가 해보려고 만든 사이트고 1만7000여명의 사람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국회의원에게 세월호 피해자의 구제를 위한 요구를 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랭킹과 피드백. 선순환등 게임 개발에서 흔히 사용되는 아이디어들이 사이트에 들어갔다. 게임과 서비스를 만들던 사람들이라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고 경험이 녹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 필자 오영욱의 인터뷰. 출처=응답하라 국회의원 페이스북
이번 NDC에는 팀을 구하는 툴 개발이라는 세션도 있었다. 툴로 팀의 생산성을 높이자는 멋진 내용의 이야기였다. 우리는 팀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도 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지금 우리는 우리가 게임에서 얻은 지식으로 사회를 조금 더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굳이 여기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라는 것은 아니다. 밖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리고 거기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만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나오고 그런 움직임들이 변화를 이끌어 올 것이다.

게이머와 게임개발자는 세상을 바꿀 능력이 충분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세상에서 굉장히 많은 일을 겪어왔고 해결해왔다. 서로 룰을 만들기도 하고, 그 룰의 허점을 파헤쳐보기도 하고 때로는 협력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시민사회에 돌려주는 것 역시 고민해야할 때가 아닐까 싶다.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그 것은 더 이상 게임을 만만하게 보지 않게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폭주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좀 더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고, 더 이상 무능한 자들에게 아이들과 우리들의 목숨줄을 맡겨놓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객원기자 krucef@gmail.com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지금은 NOVN에서 기술이사로 새로운 모바일 게임에 도전중이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획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게임개발자연대에서 이사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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