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게임’들과 청춘 바친 개발자들 ‘누가 그들을 기억할 것인가’

닌텐도 코리아가 3DS용으로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2’를 출시했다. 22년 전에 슈퍼패미컴 용으로 나온 ‘신들의 트라이포스’의 정식 후속작이기도 하고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최신작이기도 하다.

지금 와서는 요즘 게임의 복잡함이 없으면서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멋진 게임이었다. 첫 번째 ‘젤다의 전설’이 1986년이 나왔으니 2년만 있으면 ‘젤다의 전설’도 30년이다. 패미컴으로 '젤다의 전설'을 즐기는 초등학생이 지금은 초등학생을 자녀로 두었을 그런 시간이 지난셈이다. 부모가 같은 게임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

안타깝게도 한국의 경우는 그런 종류의 경험이 이어져내려고 있지는 않다. 부모와 자식이 같은 게임을 할 수는 있지만, 부모의 어린 시절 즐겼던 경험을 지금의 아이들이 즐길 수 있을 만큼 콘텐츠가 이어져 내려오는 데는 실패했다. ‘바람의 나라’ 정도가 20년 넘게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혹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게임 산업의 시작을 어디쯤으로 잡아야 할까.

혹자는 ‘신검의 전설’을 꼽을지도 모르겠고, 혹자는 세운상가와 청계천에서 기판을 복제하던 시대를 고를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바람의 나라’를 꼽을 수도 있겠고.

지금이야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고 부르지만 그 전에도 게임산업은 있었다. PC 게임도, 콘솔 게임도 하는 사람이 있었고,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게임 산업은 사람이 필요한 일이고, 온라인 게임은 PC 게임 개발자들을 흡수해서 성장했다. 지금은 모바일 게임 회사들이 온라인 게임 개발자들을 흡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개발자가 없으면 게임이 나오지는 못하리라.

‘신검의 전설’, ‘창세기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피와 기티’, ‘망국전기’ 같은 콘텐츠들은 지금의 게이머는 거의 모른다. 하물며 그걸 만든 사람들을 알까. 일부 스타 개발자들을 제외하면 프로그래머 A, 아티스트 B는 그냥 잊혀져가고 있다. 산업이란 것이 아주 없던 시절에 자신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젊음을 바친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은 성장한 회사에서 남아있기도 하지만, 격동의 게임업계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다. 경제지에서 벤처스타로 소개되는 일부 사장들이나, 아니면 평소에 미디어 노출에 주저하지 않는 일부 팀장 정도가 그나마 기록되고 기억될 뿐이다.

그런 게임들은 한 사람이 만들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지금까지 업계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상황이 좋지만, 건강 등의 이유로 세상을 먼저 등진 이들도 있고, 직업을 바꾼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그냥 잊혀진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씁쓸하다. 다행스럽게도 온라인게임 ‘팡야’ 일러스트레이터 Seed 박정훈님의 추모 페이지는 아직 살아있다. 홈페이지는 그 어머님이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반쯤은 취미삼아 한국 게임의 크레딧들을 정리해보고 있다. http://kgdb.org 에 공개를 해놓고 있다. 조금 더 정리가 되면 미국의 mobygames처럼 개발자들을 기록해놓을 수 있는 공간처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패키지게임이야 어떻게든 엔딩까지 가면 스탭롤이 나오니까 다행이지만, 모바일 게임은 어떻게 할지 앞이 막막하기도 하다. 하물며 피처폰 게임들은 어떨까.비슷한 고민이랄지, 외국에서도 게임 크레딧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KGC 행사 모습
한국이야 게임에 크레딧을 넣자! 이야기를 해야 하는 수준이지만 게임 크레딧을 만드는 게 굉장히 당연한 곳이기 때문에, 크레딧을 만들자 정도의 논의는 아니었다. L.A. 느아루의 게임의 크레딧에서 누락된 100명의 개발자들이 항의의 표시로 제대로 된 크레딧을 만들어서 공개한 것이었다. 이 논의 덕분에 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IGDA)에서는 게임 크레딧에 대한 스탠더드를 만들기도 했다. 2013년에 새로운 버전이 나왔으니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IGDA의 크레딧 스탠더드는 한국의 실정과는 맞지 않다. 멀티 플랫폼 게임이 워낙 많기 때문에 멀티 플랫폼 게임의 경우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은 흥미롭지만 대신 계속 서비스와 패치가 되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고민은 없다. 이런 부분은 한국의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고민을 하고, 세계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스탠더드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안타깝게도 KGC가 10년 넘게 열리고 있는 동안 KGDA 는 이런 고민을 전혀 안했으니, 게임 개발자 연대 등을 통해 이런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크레딧이 생기고 개발자들이 기록되기 시작하면 적어도 그들이 게임에 이름이 남으니, 잊혀지고 보상받지 못하는 씁쓸함이 조금 덜해지지 않을까.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객원 기자 krucef@gmail.com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지금은 NOVN에서 기술이사로 새로운 모바일 게임에 도전 중이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획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게임개발자연대에서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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