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립자 김정주, 그는 뜨거운 삶을 살았다. 향년 54세.

그는 늘 책이 가득한 가방을 들고 또는 배낭(색)을 메고 글로벌을 누비었다. 이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직접 기업과 사람을 찾아가서 인연을 맺었다. 태생적으로 글로벌을 품은 삶을 살았다. 

서울 테헤란로 역삼동 성지하이츠Ⅱ 오피스텔 2009호는 1994년 넥슨이 창립한 첫 번째 사무실이었다. KAIST 전산학 박사과정을 그만 두고 이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한 넥슨은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그는 전략가였다. ‘본투글로벌 리더’였다. 그는 본사를 제주로 옮겼다. 지주회사 NXC는 제주에 있다. 2008년 중국 게임시장에 ‘던파’를 수출한 이후 매년 연 1조 이상 로열티를 받아냈다. 그리고 2011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했다. 

김정주의 넥슨은 ‘바람의 나라’ ‘카트라이더’ ‘던파’ 같은 게임으로 한국 1위에 올랐다. 이후 글로벌 최대 게임사 중 하나였던 EA(일렉트렉 아츠)를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한국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던 그의 꿈은 ‘아시아 작은 회사에는 팔 수 없다’는 이사진의 반대로 실패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게임 외에 노르웨이 유아용품 스토케, 암호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한국 최초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을 인수하면서 과감히 첨단산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열정이 남달랐다. 

그는 우선 그는 IT 개척자 이전에 예술가였다. 초등학교 시절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했다. 대학 시절에는 음대 강의를 듣다가 전공 수업에서 과락해서 한 학기 늦게 졸업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그가 KAIST에 입학해 한 방을 쓴 사람이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었다. 지금도 ‘김정주-이해진방’이라고 기억된다고 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대학로 연극인들을 적극 후원한 얘기는 유명하다. 실제 무대 조명과 음향을 점검하는 스태프 일부터 시작하기도 했다. 이후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예술 경영 석사 과정을 밟았다. 

내가 그를 직접 만난 건 딱 한 번이다. 서울 이문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였다. 그는 찢어진 청바지와 니트 옷을 입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대기업 창업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같이 학생식당에서 식권을 구매하는 그에게 직원은 “교수님이세요”라고 물었다. 그와 식판을 들고 같이 식당 벽을 타고 걸어 배식을 받았던 시간들이 벌써 십여년 전이다. 점심을 마치고 캠퍼스 운동장 옆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셨다. 

그는 EA와의 인수 문제 이슈에 대해서도 그냥 웃을 뿐이었다. 그의 특유의 선문답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의 행보에는 “글로벌 회사를 만들어내겠다”는 비전과 전략이 있었다. 

나는 늘 그의 걸음을 성원했다.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은 한국 IT역사의 한 페이지였으니까. 그런데 삼일절 믿기 어려운 소식을 들었다. 그의 별세...황망했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직접 찾아가던 김정주. 그리고 가능성에 투자하고 사람에게 투자했던 그. 그는 정작 넥슨에는 사무실이 없거나 자기 방이 없었다. 보고와 결재가 없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운동장 옆 카페 테이블에서 그는 “넥슨모바일 회사에 찾아갔는데, 저를 몰라봐서 출입을 막았다”고 웃었다. 그는 담백했다. 과장이 없었다. 

그가 사망했다는 생각하면서 참 슬펐다. IT기자로서 테헤란로 그러니까 선릉과 삼성동의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떠올랐다. 엔씨소프트의 기자실과 선정릉 옆 ‘넥다(넥슨다방)’의 추억을 빼놓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느닷없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그의 부재라는 청력벽력 같은 부음, 개인적으로 오랜 침묵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힘이 들었다. 지난해 NXC 대표직을 그만두었을 때 힘든 시기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려왔다는 소식에 더 슬펐다. 

내 슬픔은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슬픔이 아니다. 10년 전 창간한 나의 인터넷신문 게임톡이 내일이면 창간 10주년이었다. 게임업계를 같이 걸어왔던 사람으로서의 슬픔이 더 컸다. 

넥슨을 시가총액 24조, 매출 3조로 키워낸 ‘은둔의 경영자’ 김정주. 테헤란로와 판교의 넥슨에 드나들었던 내 발길 끝에는 김정주라는 거목의 그늘이었을 것이다. 

그는 넥슨을 ‘아시아의 디즈니’ ‘MS 같은 회사’로 만들고 싶어했다. 앞으로 한국 게임업계에서 김정주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니다. 누군가가 그를 이어 꽃을 피울 것이다. 가슴이 미어진다. ‘글로벌을 품은 게임IT 거인’ 김정주 영면하시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