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삭빵 패기 GM-훈훈한 GM 등 각양각색 "게임 운영자도 인간"

학생 시절 친구들과 이상형 이야기를 하면 ‘키 크고, 잘생기고, 돈 많고, 자상하고, 센스 있고’ 등 수없이 많은 조건들을 늘어놓았다. 이 말을 들은 한 선배는 “다 필요 없어. 그냥 정상인만 만나고 싶어”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렇다.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다.

▲ 이말년 시리즈 81화 '미스터 공부왕' 중
며칠 전 “왜 라면 안 끓여와?”라는 발언과 함께 승무원을 폭행한 한 유명사 임직원, 소위 ‘라면상무’가 사회의 격분지수를 높였다. 그는 비행 내내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진상짓’을 했다. 온갖 트집으로 라면을 다시 끓여오게 할 뿐만 아니라, 승무원을 잡지로 가격하기도 했다. 이런 진상의 만행을 승무원들은 서비스라는 이름하에 받아줘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진상’이 그냥 커피라면, 온라인에서의 ‘진상’은 TOP(한 커피 회사가에서 자시의 상품을 고품격 비유하며 광고로 알려짐)다. 창의적이면서도 원색적인 욕설과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처리하는 사람은 GM(Game Master, 운영자), 소위 ‘영자’다.

블리자드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한 유저가 게임에 대한 불만을 욕설과 함께 게시판에 올렸다. 이를 보다못한 GM은 게시물을 올린 유저에게 ‘캐삭빵(캐릭터 삭제 내기)’을 신청했다. 하지만 업무에 사적인 감정을 개입한 이 GM은 결국 직권남용으로 해고되었다. 진상 유저에 대한 그의 처사와 패기가 ‘멋지다'는 생각도 들지만 동시에 ‘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랬을까’라는 안타까움도 든다.

▲ 유저에게 캐삭빵을 신청한 와우 GM
게임을 즐기는 것은 사람이다. GM은 매일 새로운 사람 이야기를 듣는다. 라이엇게임즈의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는 센스 있고 인간적인 GM들로 잘 알려졌다.

한국 LOL의 한 GM은 백혈병 걸린 유저가 올린 글에 희망적인 답변을 전했다. “초중반에 형세가 기울어 항복을 누를 수도 있지만, 끝까지 버티면 억제기가 재생되고 한타 싸움에서 승리하면 역전이 가능하다.” GM 다리우스, 잭스, 룬테라는 직접 병원을 찾아가 진심으로 격려해주기도 했다.

▲ 백혈병 유저를 찾아 따뜻한 위로를 건넨 LOL의 GM 룬테라(왼쪽)-유저-다리우스
또 미국 라이엇게임즈는 평소 LOL을 즐기던 희귀병 소년 조 캘리를 본사에 초대해 파티를 열어주었다. 완쾌를 기원하며 조가 특히 좋아하던 챔피언 ‘잭스’와 스킨 ‘잭시무스’를 세일해 판매 전액을 기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는 끝내 사망했다. 라이엇은 그를 추모하며 ‘잭시무스’ 스킨에 ‘Here’s to you kid(이건 널 위한 거란다 얘야)’라는 대사를 추가했다.
▲ 잭시무스 스킨(위)-희귀병 소년 조 켈리
유저와 회사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GM은 스튜어디스와 비슷하다. 사람들의 불만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으며 함께 웃고 운다. 하지만 스튜어디스가 비행경로를 바꿀 수 없듯,  GM이 게임 자체를 바꿀 순 없다.

그들에게 불만을 털어놓는 욕설을 쏟아내거나 호통만 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영자’도 스튜어디스도 인간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자. 적어도 그 정도의 소통이라도 꼭 필요하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한경닷컴 게임톡에서는 생활 속 게임 신조어와 문화 트렌드를 매주 2번 월요일과 수요일 '황인선 기자 레알겜톡'을 통해 연재된다. 황인선 기자는 20대 새내기 게임기자이며 MMORPG와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열혈게이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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