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스크 쓰고 아프리카 개인방송-온게임넷 종횡무진 BJ

아프리카TV에서 BJ(방송자키)는 연예인처럼 인기를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다양한 개성으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 중 게임 BJ는 전체 아프리카 방송 중 6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LOL(리그 오브 레전드)의 독보적 인기로 LOL방송만 주구장창 나오는 요즘, BJ PD대정령(이하 PD대정령)은 4월 18일 기준 폭풍같은 인기로 게임방송 순위 7위를 기록하며 고전게임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 PD대정령의 귀여운 포즈
그는 우연히 시작한 아프리카 마술 방송에서 독보적 카테고리를 만들고, 이후 게임방송에 매진하며 어려운 고전게임을 손쉽게 격파했다.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는 PD대정령. 온게임넷 ‘G맨 종결자’ 방송에 출연해 유감없는 입담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참 쉽죠?’, ‘어때요, 정말 쉽죠?’라며 TV로 그림 그리는 법으로 잘 알려진 서양화가 ‘밥 로스’를 떠올리게 하는 유행어와 주입식 게임 교육으로 독특하게 플레이를 한다.

한경닷컴 게임톡은 창간 1주년을 맞아 ‘최고 인기 BJ 열전’ 특집 시리즈를 하고 있다. BJ 양띵에 이어 두 번째 손님은 재치 넘치는 걸출한 입담과 신비주의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PD대정령이다.

■ 게이머가 된 마술사, 마스크 쓰고 방송 

PD대정령이 BJ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보아가 친구따라 오디션 왔다가 가수가 된 것처럼 그도 친구따라 방송봤다가 BJ가 됐다. “친구가 아프리카TV를 추천해줘서 처음 알았다. 처음엔 영화를 보러 들어왔는데, 다른 영상들이 녹화된 것이 아니라 생방송인 걸 알게 됐다. 그 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게임 BJ는 아니었다. 원래는 마술관련 일을 꿈꿔 마술방송 BJ로 시작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마스크를 쓰고 방송하는데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아 마술 카테고리까지 만들어냈다. 그는 “마술 실력을 늘리기 위해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중에 마술을 위해 방송을 하는 게 아니라 방송을 위해 마술을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다른 방송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게임도 무척 좋아해 게임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 마스크를 쓴 PD대정령의 모습. 출처=블로그
PD대정령은 독특하게도 이름 앞에 PD를 붙인다. “원래 아프리카에서 처음 마술 BJ를 할 때는 ‘아킬레스’라는 이름을 썼다. 그러다 중간에 잠깐 다른 곳에서 방송을 했다. 거기선 ‘대정령’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BJ가 아니라 PD라고 불렀다.”

이어 “후에 게임방송으로 전향한 후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오니 이미 ‘대정령’이란 아이디가 있어서 그냥 PD를 붙여 사용하게 됐다. 대정령은 그냥 리니지 게임의 몬스터 이름에서 따온 거다”며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를 말했다.

그는 방송 5년차 베테랑 BJ다. 오랜 시간 방송을 한 만큼 처음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방송을 거칠게 했다. 그야말로 내 멋대로 방송이었다. 요새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종종 ‘거친 모습이 좋아서 방송을 봤는데 왜이렇게 부드러워졌냐. 다시 거칠게 돌아와라’고 말하는 시청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부드러운 모습을 좋아하셔서 다수결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 ‘어때요, 참 쉽죠?’, ‘이런건 다 외우세요’

PD대정령의 목소리는 뭔가 독특하다. 귀에 착착 감기면서 내용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박힌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저음에 약간 허스키하다. 발성도 보통 사람들과 다른 무언가 특별한 개성이 있다. 그야말로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다.

▲ PD대정령의 뒷모습
평소 고전게임을 좋아해 PD대정령의 방송을 즐겨 본다는 홍승호 아프리카TV 팀장은 PD대정령의 인기 비결을 목소리라고 꼭집어낸다.  “목소리가 트레이드마크다. 특히 마지막 보스를 깨면 환호를 하는데 마치 내가 깬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칭찬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별로 안 좋아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있다. 왠지 모기소리 같이 앵앵거리는 것 같다. 광고에 나오는 ‘뉴 논스톱 암보험’하고 목소리가 똑같다”며 성대모사까지 해서 한순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PD대정령의 매력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는 보통 개그맨이 하나 갖기도 어렵다는 유행어를 몇 개나 가지고 있다. 게임 클리어 했을 땐 ‘어때요, 참 쉽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땐 ‘이런 건 다 외우세요’, ‘어차피 이거 할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즐기세요’가 있다.

그는 ‘우럭회무침날치알쌈’같이 독특한 어감의 단어들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재치만점 BJ다. 그는 방송에서 재밌는 말을 사용하기 위해 재밌는 말을 들으면 틈틈이 암기를 한다고 한다. 요즘 영어 학습에서 유행하는 ‘통문장 외우기’가 PD대정령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타고난 말빨(?)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뷰하는 기자로 하여금 ‘아..참 좋은 인터뷰 대상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다. 그는 “게임 BJ는 시청자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다양한 연령층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게임을 설명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설득하는 기술이 늘었다. 하지만 짧게 말해도 되는 말을 너무 길게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개성있는 목소리와 센스만점의 말들, 유창한 말솜씨가 PD대정령이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신비주의 BJ임에도 불구하고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 고전게임 ‘아이작의 구속’ ‘아이 워너비더 보시’ 좋아해

아프리카TV의 게임방송 순위는 온라인 게임방송 순위와 비슷하다. 따라서 요즘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게임방송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모두가 ‘YES’라고 할 때 PD대정령은 ‘NO’를 외쳤다.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고전게임방송을 고집한다는 것. 그렇다. 그의 주요 콘텐츠는 ‘고전게임 공략 방송’이다.

▲ PD대정령의 재치있는 포즈
‘공략 방송’은 시청자들이 한번 보고 나면 공략을 알아버리기 때문에 다시 보지 않아 손해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아프리카TV는 한 방송을 계속 보는 시청자수보다 왔다갔다 방송을 보는 유동인구가 훨씬 많다. 그래서 가끔 똑같은 게임을 연속으로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공략 게임을 자주 못하는 사정이 있다. “같은 게임을 하면 시청자들이 방송을 ‘재탕’한다고 별로 안 좋아한다. 같은 게임이지만 매번 다른 플레이가 나와도 금방 유저들의 반응이 온다. 그래서 요즘은 공략방송을 거의 못해서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고전게임의 신(神) PD대정령이 뽑는 최고의 게임은 무엇일까? 그는 잠시 망설인 끝에 ‘아이작의 구속’을 꼽았다. 에드먼드 맥밀렌이 만든 이 게임은 귀엽지만 전혀 귀엽지 않은 게임이다.

간단한 스토리는 이렇다. 엄마와 함께 작은 집에 살고 있는 아이작. 그러나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엄마는 아이작을 죽이려 한다. 방안에서 트랩도어를 발견한 아이작이 그곳으로 떨어지며 게임이 시작한다.

그는 “방송용으로 최고의 게임이다. 수백 판을 해도 다 다르다. 랜덤으로 흘러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한순간 노숙자에서 대기업 회장님이 되는 것처럼 인생역전 대반전이 있는 게임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쫄깃한 방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아이 워너비더 보시’을 꼽았다. 그는 이 게임을 설명하기 전 한숨부터 쉬었다. “후..아..정말 너무 힘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간신히’라는 말로 부족할 만큼 힘들게 깼다. ‘솔그린’이라는 시리얼 박스같은 보스를 3일동안 봤다. 깨기 직전까지도 못 깨는줄 알고 시청자들이 ‘오늘도 못깨나’라는 반응이었는데 갑자기 깼다”며 그때의 감동을 전했다.

▲ '아이 워너비더 보시'의 '솔그린'을 귀엽게 표현한 PD대정령 팬아트.

■ "얼굴 공개 절대 불가" 손가락이 6개 '신 들린 컨트롤'

PD대정령은 최고의 게임 BJ다. 지독한 신비주의로 인해 방송 중 얼굴 공개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D대정령의 인기가 이 정도다. 주변에서 알아보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알아보지는 못한다. 가끔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인기를 가장 실감했을 때는 언제일까? 그는 ‘시청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가장 크게 느꼈다고 한다. “평소에는 사실 인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그런데 G-Star같은 게임 행사에서 소개 멘트가 나가면 사람들이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 깜짝 놀랐고 고마웠다. ‘내가 이 정도의 환호성을 들을 만한 사람인가’라고 반성하며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PD대정령의 인기는 2011년 9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방영된 케이블 방송 ‘G맨 종결자’에 출연하며 더욱 높아졌다. 재치있는 말솜씨와 손가락이 6개 정도 되는 듯한 엄청난 컨트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 PD대정령의 온게임넷 'G맨 종결자' 방송 장면. 출처=온게임넷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역시 게임 마왕이다. 신컨(신의 컨트롤)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사람은 ‘PD대정령의 방송을 보면 두근거림과 동시에 너무 잘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방송이 곧 좋은 방송’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PD대정령에게 방송이란? 그는 “아프리카TV 개인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말에 웃을 때 쾌감(?)도 느낀다”고 말한다.

케이블 방송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프리카TV 방송과 달리 바로 피드백이 오지 않아 더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눈치보지 않고 마음대로 던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쿨하게 시청자들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기존의 애청자분들께는 우린 맨날 만나는 사이다. 어차피 또 우리끼리 떠들고 놀텐데 굳이 오글거리게 할 말은 없다. 방송에서 만나자”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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