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e스포츠 좀먹는 ‘악플 팬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e스포츠 프로리그 중계권 문제가 MBC게임·온게임넷 양 방송사가 3년간 3억 9000만원씩 내는 것으로 타결되었다.

3t이 넘는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채찍이나 매질이 아니라 진심 어린 칭찬이라고 했던가. 우선 마음을 비우고 협상 타결에 최선을 다한 협회·IEG와 양 방송사 등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적어도 지난해 시즌 시작 뒤 한 달 이상 파행을 겪은 것에 비하면 기립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게 다일까. 이번 중계권 사태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다. “이번에 적과 아군이 분명히 나눠졌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e스포츠계에 나도는 가운데 소위 ‘팬심’의 실체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계권 이슈로 가장 팬심이 들끓었던 한 사이트의 관련 기사 댓글 800여 개의 IP 주소를 분석해 보니 60% 이상이 분당과 여의도였다는 소식이 들린다. 만약 사실이라면 온게임넷이나 MBC게임 등 양 게임 채널 관계자들이 ‘팬심’이라는 미명 아래 지속적으로 여론몰이와 팬심을 조작해 왔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쩐지 악성 댓글에는 몇 년 이상 e스포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기자들의 계보나 과거사들이 속속들이 ‘날것’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팬이라는 이름 아래 “협회에서 돈 받았나” 등 기자들을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도배질하다시피 반복됐다.

민주 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어떤 집단이 주요 사이트에 우르르 몰려가 집중적·반복적 악플로 ‘팬’이라는 단어를 먹칠하고 e스포츠 전체를 좀먹은 부분이 있었다면 이제라도 통절히 반성해야만 한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알아야만 진짜 프로다.

중계권 사태로 인해 한쪽으로 밀린 산적한 현안도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 팀 해체냐 매각이냐를 놓고 고민 중인 팬택 문제에도 각 구단과 협회가 적극 뜻을 모아야 한다. 1주일에 5일이나 프로리그를 하는 경기 수 조정 문제도 시급하다. 가령 금·토·일 등 사흘을 양 방송사에서 나눠 2경기 이상씩 대전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1년 내내 장기 레이스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나 개인 리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내년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차기 회장 문제도 이제부터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 연임이든 새 회장 영입이든 기존의 회장사가 이뤄 놓은 성과를 인정해 주고 그 바탕 위에서 새 체제가 모양새 있게 들어서야 한다. 2007 프로리그는 이제 겨우 첫 발걸음을 뗐다. 이제 모두 오로지 e스포츠의 대의만을 생각하며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일간스포츠 2007년 3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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