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상무, e스포츠 창단으로 임요환 지키기 '이기적' 이어도 좋다

사람들은 이기적이라는 말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다. 나도 가끔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인 유전자>란 책에서 생물학적으로 인간에겐 이기적인 유전자만 살아남는다고 했다.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이란다. 자연 진화된 것은 무엇이든지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대의 아버지들이 어떤 상황에서 선택했던 결단, 선택 등은 DNA 속에 유전형질로 전수되었으리라. 아들도 아버지와 유사한 상황에선 본능적으로 비슷한 선택을 할 것이다. 나도 짧은 내 삶의 선택의 순간에 나의 우유부단이 아버지의 생존법에서 연유한 건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프로게이머로 7년간 장수한 임요환을 취재하면서 나는 그를 `이기적`이라고 적었다. 아니 `이기적일 정도로 연습에 철저하다`고 썼다. 그는 말 잘하고 웃음 많고, 얼굴이 잘생겨 팬도 많다. 그런 슈퍼스타가 이기적이라니. 적어도 그는 게임을 앞두고는 여자 친구에게마저 전화를 걸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 12시간 20~30게임을 한번도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때까지 프로게이머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지루해지면 바로 그만두겠다고 했다. 게임이 진짜 즐거워 한번도 지루할 틈이 없었단다. 그런 즐거움의 이기주의가 그를 만들고, 그가 가는 길이 곧 한국 e스포츠계의 역사가 됐다. 데뷔 동기들이 모두 스러진 속에서도 장기간 독야청청하며 한국의 게임 지형을 변화시킨 주인공으로 기억하게 했다.

이쯤 되면 올해 스물여덟을 맞은 슈퍼스타 임요환의 병역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수순이다. 요즘 들어 e스포츠의 `포스트 임요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가 떠나면 e스포츠라는 판이 침체일로로 접어들지 않을까. 임요환 브랜드가 창출하는 파급력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슈퍼스타의 등장까지는 어쨌든 그에게 기대야 하지 않는가 등등. 역시 초점은 아무도 그가 없는 한국 e스포츠계를 상상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팬들의 바람은 바둑의 이창호가 그러했듯 e스포츠도 떳떳이 국가공헌이 있는 스포츠로 인정받고, 상무의 e스포츠단의 창단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결코 병역 특례의 차원이 아닌, 그가 더 오랫동안 팬들 곁에 머물며 e스포츠계를 튼실히 키워냈으면 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하지만 프로선수협회는 상무의 e스포츠단 창단만을 주장해 왔지, 치밀하게 창단의 효과를 분석하고, 입단 대상을 표준화시키고, 국민들이 e스포츠를 사랑해야 할 이유를 당당히 제시하는 데는 등한시해 왔다.

이제 협회는 감정적인 주장에만 머물지 말고 이기적일 정도의 치열한 반성과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외형만 비대하지 제 밥그릇도 지켜낼 역량이 없다는 혐의를 벗을 수 있다. 어떤 땐 이기주의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진정한 미덕이 된다는 생각은 정녕 불온한 것일까.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일간스포츠 200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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