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누가 e스포츠팬을 화나게 하나

올해 들어 르까프팀에 이어 MBC, CJ 등 프로리그 개막을 앞두고 e스포츠 기업팀이 줄줄이 창단됐다.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자부심, 지난날 `어린이와 함께 꿈을`을 외쳤던 프로야구 캐치프레이즈가 이제 e스포츠로 옮겨가 어필하고 있다는 점, 두 게임 채널에서 하루 종일 중계를 할 정도로 1330 젊은 소비세대의 입맛에 딱 맞아 기업 홍보에 안성맞춤이라는 점 등이 창단 열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이상 열기가 외화내빈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우선 2006 프로리그의 개막을 앞두고 벌어졌던 방송사간 볼썽사나운 줄다리기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해에 이어 중계권 배분을 놓고 온게임넷-MBC게임 양 방송사가 벌인 신경전이 결국 4월 초에 시작되어야 할 일정을 흐트러뜨리고 리그를 파행으로 몰아간 주 원인이다.

지난주 가까스로 29일 개막과 함께 양방송사 동시 중계로 타결이 되었다. 하지만 각 구단이나 협회 등의 뜻을 한데 모으지 못한 채 이루어진 이사회의 결의는 방송사의 입김에 휘둘리는 e스포츠라는 인상을 남겼다. 앞뒤가 맞지 않지만 두 방송사들의 창단 관련 소문이 이사회에서의 한 표만을 위한 발상이라는 뒷말까지 떠돌 지경이다.

스폰서인 SKY의 독주도 문제다. 그동안 연간 10억여 원의 지원금을 내놓고 e스포츠 대표 브랜드의 위상을 다져왔지만, 합법적인 결의라 할 수 있는 이사회 결의와 정면 대결하는 모습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e스포츠협회다. 대한민국e스포츠대상에서 보여준 팬 없는 시상식,한 팀의 싹쓸이 수상,주먹구구식 진행 등으로 결국 회장사의 입김에 좌우된다는 인상을 씻어내지 못하더니, 중계권 문제로 프로리그 개막 일정의 파행이 계속되는 동안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는커녕 각 팀의 불만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채 오히려 끌려다닌다는 원성을 들었다.

새해 들어 까치의 울음소리처럼 반가운 기업팀들의 창단 소식이 결국 제 날짜에 개막을 못한 프로리그 파행으로 묻히고 말았다. 모두 팬들의 분노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들만의 이전투구` 때문이었다.

양 방송사와 SKY, 협회는 지금이라도 훌륭한 경기와 멋진 스타들을 보고 싶었던 팬들은 물론 많은 연봉을 주며 기업 홍보 효과를 기대했던 구단, 일정이 흐트러져 연습에 전념하지 못한 선수들 모두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e스포츠계가 덩치만 커졌지, 일처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는 소리가 듣기 싫다면 말이다.

일간스포츠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200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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