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김은동 STX감독과 다섯 개의 직함

e스포츠의 마지막 남은 비기업팀 STX soul팀의 감독 김은동(36).
그는 20대 후반에 프로게이머 하려는 친구들을 모아 대회를 나가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아 스스로 팀을 꾸렸다. 2000년 처음 감독이 된 이래 현장을 지킨 지 벌써 7년째다. 팀을 꾸려오면서 가장 힘든 것은 PC방을 세번이나 ‘말아먹은’ 재정 문제였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클럽팀이 아니라 ‘말로만’ 기업 프로팀의 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억세게 운이 없었다. 2002년 게임 방송 온게임넷이 나오기 전에는 우승도 10여번 했고. soul팀이 본격적으로 리그에 참가해 단체전이 활성화되었을 때인 2003~2004년엔 성적이 5위 이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초부터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침 올해 초에는 e스포츠에 기업프로팀 창단붐이 일었다. 기업팀이 10개로 늘어나는 와중에도 soul팀에는 창단 제의를 하는 기업이 눈에 씻고 찾으려 해도 없었다.

조선·해운 기업인 STX로부터 스폰서 제의를 받은 건 올 4월. 하지만 그 모양이 다른 팀하고는 좀 달랐다. 사무국도 두지 않고 스폰서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선수 연봉(3명만 지급)만 제외하면 운영비는 타구단과 비슷한 수준의 후원은 있지만 사무국 구성이 안돼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외 활동이 늘어나 그의 직함만도 5개가 됐다. 그는 STX soul의 구단주며 감독이고. 단장이며 1인 사무국이고. 매니저다.

다른 팀은 선수관리와 대외적인 행사 및 스케줄에 대한 업무 분담이 척척 이뤄지고 있는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개인적으로 업무가 많아진 것은 물론 사무적으로 게임단이 많아져 회의 참가 등으로 일처리가 늦어지는 것도 예사가 됐다.

그는 물론 STX팀의 후원에 늘 고마워한다. 서울 성수동에서 10여 명이 직접 밥 해먹고. 반찬 사러 다니며. 자주 다운되던 PC를 갖고 어렵게 팀을 꾸려온 것에 비하면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전이 탄탄해진 20여명 선수단이 서래마을에 둥지를 틀었고 업그레이드된 환경에서 경기외적으로 신경쓸 일이 훨씬 줄었다. 성적도 좋다. 지난 시즌 꼴찌팀이었던 STX는 5일 현재 4위다. 10일 마지막 경기 결과 봐서 플레이오프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가 진정 바라는 것은 STX팀이 어서 빨리 후원이 아닌 진짜 기업팀이 되는 것. 협회도 STX측과 3번이나 접촉 실무진의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하지만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STX 기업이 구단주가 경남 도지사인 축구팀 경남 FC처럼 사무국을 두지 않고 후원팀으로만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팬들도 마지막 하나 남은 팀이 예상대로 차질없이 창단이 진행돼 STX와 soul팀의 계약기간은 내년 4월 이전이라는 막연한 답변이 아니라 ‘600년 만의 황금돼지띠’라는 내년 첫달에 프로팀이 탄생되길 바라고 있다.

“e스포츠는매력적이고 세계로 뻗어나갈 콘텐트”라는 생각을 7년째 갖고 있는 그에게 좋은 성적과 함께 기업프로팀 창단이라는 낭보가 빨리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일간스포츠 2006.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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