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KYO #6 – ‘전국 에이스’(戦国エース)...해외판은 ‘텐가이’ 이름 수출

[[‘내가 문어라고?’]https://steamapp.net/app/1279390

‘전국 에이스’는 ‘스트라이커스 1945’로 유명한 사이쿄가 만든 또 다른 슈팅 게임 시리즈이다. ‘스트라이커스’ 시리즈로 슈팅 게임의 명가로 거듭난 사이쿄는 ‘스트라이커스 1945’, ‘건버드’ 시리즈와 ‘전국 에이스’ 시리즈 외에도 많은 슈팅 게임을 만들었다. 사이쿄가 슈팅 게임의 명가로 거듭 날 수 있었던 시작에는 ‘전국’ 시리즈가 있었다.

‘전국’ 시리즈는 1993년 4월 22일 발매한 ‘전국 에이스’(戦国エース)를 시작으로 1996년 출시한 ‘전국 블레이드’(戦国ブレード)를 거쳐 2005년 7월 28일 출시한 ‘전국 캐논’(戦国キャノン) 시리즈로 ‘전국’ 시리즈를 완성했다.

‘전국 에이스’(戦国エース)는 일본판은 ‘전국 에이스’라는 이름으로 발매했지만 ‘전국(戦国)’이라는 일본의 시대적 배경과 문화를 이해하기 힘든 해외 유저를 고려해 ‘사무라이 에이스(Samurai Aces)’라는 이름으로 발매했다.

[‘전국 에이스’(戦国エース)]유튜브(/watch?v=bzYGyh9uARI)

같은 게임이지만 내수용과 해외판 이름을 달리 한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일본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게임 이름에 넣은 이유에 대해 불필요한 역사적 배경 설명과 같은 많은 부가적인 요소가 필요했기 때문에 괜한 힘을 빼느니 차라리 외국인들이 일본 하면 떠올리기 쉬운 캐릭터로 ‘닌자 에이스’나 ‘쇼군 에이스’와 같은 이름을 생각하다 ‘사무라이 에이스’로 결정된 것이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무로마치(室町) 막부 말기 시절부터 시작된 각 지역의 세력간 다툼이 끊이지 않던 대 혼란의 시대다. 이 시기를 중국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빗대어 전국시대라 부르고 있는데 이때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것이 다이묘(영주)와 그에 소속되어 있는 사무라이들이었다.

[日本 戰國時代)]https://daynews.co/news/364050/

그래서 전국시대의 대표적인 캐릭터이기도 한 사무라이를 해외판 게임 이름에 붙인 것이다. 아무래도 전국시대의 영어식 표기인 ‘the age of civil wars’ 보다는 ‘Samurai’라는 표현이 더 간결하고 게임의 전체적인 느낌을 전달하기에 확실했기 때문이다.

원래 전국시대(戰國時代)라는 말에 전국(戰國)은 한고조의 동생이었던 초원왕의 현손인 유향이 저술한 역사서 ‘전국책(戰國策)’에서부터 유래된 말이다. 전국시대는 보통 중국의 춘추시대부터 진나라로 통일되기 이전까지의 중국의 난세를 일컫는 말인데 일본에서는 이를 빗대어 자국의 혼란기 시절을 전국시대(戰國時代)라고 부르고 있다.

[五胡十六國]https://yamatake19.exblog.jp/240247752/

한국의 경우 전국시대(戰國時代)는 삼국시대를 말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전국시대라 하지 않고 삼국시대라 한다.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수십 개 이상의 각 지역 단위의 정치적 체계로 전쟁을 벌이던 시절이 거의 없었고 전국시대(戰國時代)라 할 만큼의 치열한 내분도 없었다.

중국의 경우 춘추전국시대 외에도 5호16국(五胡十六國) 시대라 불리는 대혼란기가 있었는데 여기서 5호란 중국을 둘러싼 5개의 오랑캐 국가 흉노(匈奴), 갈(羯), 선비(鮮卑), 저(氐), 강(羌)를 뜻한다. 물론 중국의 입장에서 본 개념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내륙 밖에 있는 세력은 모두 오랑캐로 보았다.

그리고 16국에는 전량(凉), 전조(趙), 성한(漢), 후조(趙), 전연(燕), 전진(秦), 후연(燕), 후진(秦), 서진(秦), 후량(凉), 남량(凉), 북량(凉), 남연(燕), 서량(凉), 북하(夏), 북연(燕) 등이 있었고 실제로 16개 국가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그보다 작은 세력도 많이 있었지만 얼마 안가 사라지거나 세력이 작았던 경우에는 16개 국가에 포함시키지도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 십개 이상의 국가 세력이 존재했던 대혼란기가 중국의 5호16국(五胡十六國) 시대이다.

[Samurai Aces]https://cdn.cloudflare.steamstatic.com/steam/apps/1261980/header.jpg?t=1611907763

더 깊이 파고들면 한도 끝도 없고 책 몇 권의 설명으로도 모자랄 정도인데 이렇게 자국의 역사일 때도 머리 아픈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해외의 외국인들에게 ‘‘전국 에이스’(戦国エース, 戦国 Aces)’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일단 게임의 이름에서 대략적인 게임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고 게임을 선택하는데 있어 제일 먼저 접하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이 별 이상스럽게 유난히 어려운 게임 중에서 성공한 게임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성공한 게임들이 10자 이내의 간단한 이름으로 대박 흥행한 게임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부르기 쉽고 쓰기 쉽고 그 자체만으로도 전파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건 게임뿐만 아니라 어느 비즈니스에도 마찬가지)

그래서 결국엔 ‘사무라이’라는 흔하지만 많이 알려져 있고 대중에게 익숙한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 이름은 알기 쉽고 간단해서 해외에서의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사이쿄의 전국 시리즈는 시리즈 처음 게임부터 게임의 이름을 내수용과 해외판 버전을 달리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것은 전통 아닌 전통이 되었던 것인지 다음 후속작인 ‘전국 블레이드(戦国ブレード)’도 내수용은 ‘전국 블레이드’라는 이름을 사용한 반면 해외판은 뜬금없이 ‘텐가이(TENGAI)’라는 이름으로 발매했다. 텐가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게임을 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텐가이는 전국 시리즈에 등장하는 스님 캐릭터의 이름이기도 하다.

[Samurai Aces - Tengai]https://cdn.cloudflare.steamstatic.com/steam/apps/1261980/header.jpg?t=1611907763

스님의 본명은 ‘카노우 텐가이’로 일본어로는 ‘てんがい’라고 쓰지만 같은 표기의 한문으로는 ‘天涯’, ‘天外’, ‘天蓋’가 있다. ‘전국 에이스’에 등장하는 스님 캐릭터 텐가이는 한문 표기로 ‘天外’라고 되어 있는데 ‘天外(천외) – 하늘의 바깥, 머나먼 곳’이라는 뜻이다.

‘天外(천외)’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흔히 ‘기상천외(奇想天外)’하다 할 때 그 한자이다. 다른 한자인 ‘天涯(천애)’는 ‘天外(천외)’와 비슷한 의미로 ‘하늘의 끝,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국 땅, 머나먼 타향’이라는 의미이다. 흔히 ‘천애고아(天涯孤兒)’라고 할 때 쓰는 그 천애이다.

‘天外(천외)’ 와 ‘天涯(천애)’ 모두 일본어 표기로는 ‘てんがい’라고 쓰지만 같은 표기를 쓰는 다른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天蓋(천개)’라는 단어이다. ‘天蓋(천개)’도 ‘てんがい’라고 쓰지만 그 뜻은 ‘옥좌, 불상 등을 가리는 집(덮는 천)’, ‘유발승이 쓰는 삿갓’, ‘문어’ 등의 의미이다.

영화에서 보면 아라비아나 유럽의 호화로운 궁전에 있는 공주님 방 침대에 천장부터 바닥까지 가려주는 흰색 덮개 천 등을 일본에서는 ‘てんがい’라고 한다.

허드슨의 명작 RPG 중에 하나인 ‘오리엔탈 블루 – 푸른천외(オリエンタルブルー 青の天外)’라는 게임도 영문 표기로는 ‘Oriental Blue – Aono Tengai’라고 ‘텐가이’라는 표기로 되어 있다.

이렇게 ‘Tengai(텐가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는데 전국 시리즈에서 스님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텐가이’는 한문으로는 하늘의 바깥, 머나먼 곳 등의 의미인 ‘天外(천외)’라고 써 놨지만 실제 주인공 모습을 보면 ‘유발승이 쓰는 삿갓’, ‘문어’ 등의 의미로도 쓰이는 ‘天蓋(천개)’라는 이름을 장난스럽게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オリエンタルブルー 青の天外]https://cdn.cloudflare.steamstatic.com/steam/apps/1261980/header.jpg?t=1611907763

일본에는 ‘天蓋大王’이라는 문어캐릭터도 있다. 낙지라는 설도 있지만 생긴 모습은 영락없는 문어의 모양으로 지옥에서 벌을 주는 왕 중에 하나라는 설정으로 되어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오지만 문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天蓋大王]https://edo-g.com/blog/2016/03/kibyoshi.html/5

전국 시리즈 게임의 스님 캐릭터로 등장하는 ‘텐가이’가 ‘天外’, ‘天涯’, ‘天蓋’ 중에 과연 어떤 텐가이를 의미하는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속 캐릭터인 텐가이는 굉장한 법력과 괴력의 소유자로 나오지만 불법에 정통한 스님이라기보다는 정통에서 살짝 벗어난 기이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Turbo Monk Tengai’로 일명 터보 스님 텐가이라고 불리는데 애완매로 함께 등장하는 괴조 ‘젠지로’와 함께 하늘을 나는 불도승이다.

전국 시리즈는 이렇게 캐릭터의 설정과 이름에 대한 배경 하나에도 다양한 의미의 개그를 복합하여 만들었을 만큼 정성을 기울였는데 본명은 ‘제인 파랜드’이지만 ‘질풍의 제인’으로 불리는 ‘疾風のジェーン(Jane the Ninja)’와 같은 캐릭터도 있고 천재견으로 알려진 ‘천재견 켄오마루(超天才犬 犬王丸, Genius Dog Kenno)’와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던 ‘무녀 코요리(暴れん坊巫女 こより, Holy Tomboy Miko)’와 섬광의 아인(閃光のアイン, Flush the Samurai)으로 불리는 ‘아인 샤인’과 ‘장인 겐나이’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도 재미있게 짜여 있다.

이 중 코요리와 텐가이, 아인은 시리즈 전체에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로 특히 무녀 코요리는 표지에 메인 인물로 장식될 만큼 많은 인기를 누렸다.

[富樫 こより]https://i.exophase.com/steam/games/o/30dd05.png?1612519547

무녀(무당) 캐릭터로 등장하는 ‘토가시 코요리(富樫 こより’는 텐가이와 아인과 함께 ‘전국 에이스’(Samurai Aces), ‘전국 블레이드’(Tengai, Samurai Aces II), ‘전국 캐논’(Samurai Aces III) 등 전국 시리즈에 모두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로 해외판에서는 ‘코요리(Koyori)’라는 이름 대신 ‘미코(Miko)’라고 불린다. ‘

미코(Miko)’는 일본어로 ‘미코(みこ, 巫女’라고 쓰면 ‘무녀’라는 의미이다. 공식 명칭은 ‘망나니 무녀(暴れん坊巫女)'라고 해서 단번에 그녀의 성격을 대변해 준다. 10대 소녀로 설정되어 있지만 10대 답지 않은 외모와 성격으로 엄청나게 돈을 밝히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

실제 전국 시리즈 게임 내에서의 공격력은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최고 등급에 속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캐릭터의 외모로 선택하는 비중은 가장 높았다. 코요리는 전국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성장도 함께 계속되어 첫 작품에는 남성적인 면모의 꼬마 아가씨로 등장하지만 전국 캐논에서는 상당한 매력의 소유자로 변모하기도 한다.

[PSiKYO SHOOTING STARS]https://i.exophase.com/steam/games/o/30dd05.png?1612519547

전국 시리즈가 많은 인기를 얻은 배경에 캐릭터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데 그것이 당연한 것이 다른 슈팅 게임들처럼 탈 것들이 등장하여 무기를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탈 것 대신 등장하기 때문이다. 기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선택하면 해당 캐릭터에 맞는 공격을 할 수 있다.

사이쿄의 ’스트라이커스 1945‘ 시리즈가 기체와 캐릭터의 혼합이었다면 전국 시리즈는 아예 탈 것을 빼고 캐릭터에 집중한 슈팅 게임으로 어느 게임보다도 캐릭터의 설정에 디테일을 살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캐릭터들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간 상호작용하는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하여 설정 자료를 만들었다.

전국 시리즈는 본격적인 캐릭터 슈팅 게임으로 1993년 ‘전국 에이스’ 출시를 시작으로 이제 곧 발매 30주년 기념일을 맞이하는 장수 인기 게임이다. 전국 시리즈는 최근까지도 ‘사이쿄 슈팅 컬렉션’이나 ‘사이쿄 슈팅 스타즈’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출시되고 사이쿄의 슈팅 게임 모음집에 빠지지 않고 수록되어 있는데 최근 ‘사이쿄 컬렉션 Vol.3 (SWITCH)’까지 출시되었다.

국내에는 슈팅 컬렉션 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고 북미판은 ‘슈팅 스타즈’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는데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지난 20~30년 전에 즐겼던 사이쿄만의 특색 있는 슈팅 게임의 향수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PSiKYO SHOOTING STARS]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스트라이커스 1945’ 시리즈는 최신 시리즈 ‘스트라이커스 2020(가칭)’이 계획 중인데 전국 시리즈는 시리즈3편을 끝으로 별다른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부디 스트라이커스 1945의 최신판의 부활을 시작으로 건버드 시리즈와 전국 시리즈도 다시 한번 부활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팬들이 많다.

아마도 다시 한번 하늘을 날며 호탕하게 웃으며 호통 치면서 부적을 던져보고 싶은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사이쿄라는 회사 이름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만든 게임은 아직까지도 살아있다. 복잡한 비지니스의 사정으로 완벽하게 정리하지 못했던 저작권 문제도 다 해결되었으니 최신 시리즈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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