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쿄 #3 – ‘스트라이커스 1945 II’ 차지샷으로 비행슈팅 최강자 등극

[사이쿄 #3 – ‘스트라이커스 1945 II’ 차지샷으로 비행슈팅 최강자 등극]

사이쿄(PsiKYO)의 ‘스트라이커스 1945’는 얼핏 보면 기존의 비행 슈팅 게임들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보이지만 차지샷(Charge Shot)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기존 슈팅 게임들과 차별화를 두었다.

사이쿄를 설립하기 이전 ‘소닉윙즈’를 개발할 때 적용했던 차지샷 시스템을 사이쿄 설립 이후 출시한 ‘전국 에이스’에서 다시 적용하면서 차지샷을 쏘기 위해 긴 충전시간이 필요했던 불편함을 개선하여 ‘건버드’에 적용했다.

그렇게 적용된 ‘건버드’의 차지샷은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다시 한번 개선했는데 이렇게 최종적으로 개선된 차지샷을 적용한 것이 1995년 출시한 ‘스트라이커즈 1945’였다.

이렇게 사이쿄는 출시하는 비행 슈팅 게임들에 적용되는 차지샷 시스템을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점차 개선해 나갔지만 완성형에 가깝다고 자부하던 ‘스트라이커스 1945’의 차지샷도 충전 시간이 길어서 실제로 유용하게 쓰기에는 어렵다는 평이 많았다.

그래서 이 차지샷을 다시 한번 또 개선한 것이 ‘스트라이커스 1945 II’에 적용된 차지샷이다. 차지샷(Charge Shot)이란 말 그대로 무언가를 모아서 쏜다는 의미다. 보통 원거리 무기의 경우 기(에네르기)와 같은 개념을 일정 시간 집중해서 모은 다음 한 번에 발사한다는 개념으로 많이 사용된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차지샷은 보통 발사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으면 주인공 근처로 빛이 모이는 연출을 보여주던가 하는 식으로 무언가 충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어느 정도 모이고 났을 때 버튼을 떼면 특수 공격이 발동되는 식이다.

[드래곤볼]https://www.seekpng.com/png/full/865-8654561

약간 개념은 다르지만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사용하는 에네르기파나 원기옥 역시 무언가를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일정 시간 뒤에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차지샷이라고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쉽게 얘기하면 ‘모아서 쏜다’라고 정의되는 차지샷은 많은 게임에서 사용되는 특수 공격 패턴 중의 하나다. 비행 슈팅 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일반 공격으로는 한 번에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차지샷을 통해 데미지를 집중시켜야 하는 경우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스전에서 ‘핵폭탄’이라 불리는 비상무기를 아끼고 한 번에 큰 데미지를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매우 유용한 공격이다. 기존 슈팅게임들에서는 벌떼처럼 달려드는 적군을 상대할 때나 화면 가득 쏟아지는 적군의 탄막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핵폭탄’이라 불리는 비상무기 정도가 유일한 대응책이었지만 차지샷이라는 개념을 통해 확실한 방어를 선택할지 적극적인 공격으로 위기 상황을 탈피할지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게임 진행의 다채로운 변이점을 제공한 것이다.

[록맨(MegaMan)]https://www.deviantart.com/spritertib/art/Mega-Man-Reprise-Charge-Shots-703327072

차지샷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이전 비행 슈팅 게임에서는 위급한 상황에서 360도 회전을 한다던가 좌우로 급격한 롤링을 하는 식으로 수동적인 회피기동만 가능했지만 차지샷을 통해 상황 극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공격기동으로 위기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사용자 중심의 게임 전개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기 비행 슈팅게임에서 익히 그 유용성에 대해 입증을 받은 차지샷은 점점 다른 장르의 게임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그 중 격투 액션 게임에 적용된 것들도 많다. 격투 게임의 경우 펀치공격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다가 떼면 보다 강력한 펀치가 나간다던가 킥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다가 떼면 현란한 연속 발차기나 강력한 한 방의 발차기 공격이 가능하다던가 하는 식으로 차지샷의 개념을 활용했다.

하지만, 액션 게임에서는 차지샷을 발동하기 위해 주의해야 될 부분이 있었는데 차지샷을 위해 소모되는 시간동안 상대방이 기절해 있다던가 공격이 불가능한 상태여야만 차지샷의 성공 확률이 높았고 무턱대고 사용했다가는 차지샷을 위해 충전하는 동안 일반 공격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역으로 공격을 당해 큰 피해를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변신중에는 공격금지 같은 룰은 통용되지 않는다).

[진삼국무쌍]https://i.ytimg.com/vi/ICB3TQBVGZI/maxresdefault.jpg

액션 게임에서 이러한 차지샷 사용 시점의 어려운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량한 것이 코에이테크모(KT)의 ‘진삼국무쌍’의 무쌍난무이다. ‘진삼국무쌍’은 일반 공격 외 별도의 게이지 시스템을 통해 게이지가 채워지면 ‘무쌍난무’를 펼칠 수 있는 변형된 차지샷이 적용되었다. ‘진삼국무쌍’ 게임에서는 무쌍 게이지가 최대로 모이면 사용할 수 있는 특수 공격기인 무쌍난무를 펼칠 수 있다.

무쌍난무 시전 중에는 무적이 되며 버튼을 누를 때마다 연속 공격이 펼쳐진다. 보통 대다수의 액션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특수 공격을 펼치는 때라도 상대방이 반격기나 회피기 등을 통해 역으로 공격받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진삼국무쌍’의 무쌍난무는 무적의 상태에서 공격 버튼을 누를 때마다 연속 공격이 펼쳐진다. 무쌍 게이지는 일정 시간에 따라 게이지가 점차 사라지는데 게이지가 전부 소모될 때까지 쉴 새 없이 특수 공격을 펼칠 수 있는 무쌍난무는 적군에게 둘러싸여 포위된 상황이거나 몰려오는 수많은 적을 한 번에 처리할 때 사용하는 특수 공격으로 매우 유용하다.

거기에 더해서 무쌍난무 차지 공격은 캐릭터에 따라 부가속성이 추가로 부여되어 있다. 화염공격이 추가된 염(炎)속성이나 번개 공격이 부가된 뇌(雷)속성 그리고 장풍계열의 풍(風)속성과 통칭 레이저라 불리기도 하는 광(光)속성 등이 부여되어 선택한 캐릭터에 따라 부여된 부가 속성 공격이 펼쳐지는 연출로 게임의 재미를 더했다.

[진삼국무쌍]https://sm.ign.com/t/ign_kr/screenshot/default/jeontu-cugamugi-songyeon_bg5p.640.jpg

다만, ‘진삼국무쌍’의 무쌍난무의 경우 본격적인 의미에서는 차지샷이라기 보다는 부가적인 특수공격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초기 차지샷의 개념자체가 일반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공격을 중단하고 그 동안 적에게 공격당할 위험을 무릅쓰며 일정 시간동안 충전을 하여 한 번에 방출해 내는 공격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진삼국무쌍’의 무쌍난무는 일반 공격을 하는 중에 자동으로 무쌍 게이지가 채워지며 무쌍 게이지가 발동 조건 기준까지 채워졌을 경우 연타공격이 가능하다. 그래서 ‘진삼국무쌍’ 시리즈 초기에는 차지샷을 발동시켜 더 큰 데미지를 입히기 위한 지금 당장의 위험 감수를 할 필요가 없었고 공격 버튼만 눌러도 어지간한 공격은 다 들어가고 일반 공격을 하다가 게이지가 차면 무쌍난무로 한 번에 쓸어버리는 등 기존 액션 게임에서 어려움으로 작용했던 정확한 타격 시점과 딜레이에 따른 역 공격 피해 등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쉬운 게임이라는 점을 비꼬아 ‘풀 베기(제초)’게임 등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STRIKERS 1945 II]https://2.bp.blogspot.com/

하지만, ‘진삼국무쌍’은 기존의 액션 게임들이 차지샷의 유용성의 본질을 벗어나 차지샷 발동 시 역으로 공격당하는 위험부담에 집중해 게임의 난이도를 설정했던 것을 캐치하고 이런 부분에 어려움을 느끼고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플레이어들을 위해 화려하고 호쾌한 액션을 쉽게 펼칠 수 있도록 게임 재미의 초점을 설정하고 게임 시스템을 맞췄기 때문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공로를 인정받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보다 많은 게임에서 차지샷이라는 시스템이 적용되었는데 ‘스트라이커스 1945’는 비행 슈팅 게임에서 차지샷을 가장 잘 활용한 게임 중에 하나로 꼽힌다.

‘스트라이커스 1945’에서 선보인 차지샷은 시리즈 2편에서 더욱 개량되어 새로운 차지샷 시스템을 선보였다. ‘스트라이커스 1945 II’는 전작의 차지샷에서 레벨 시스템을 도입하여 단계별 차지샷을 선보였다.

레벨 1, 2, 3단계까지의 차지샷을 활용하여 최고 레벨인 3레벨의 차지샷은 극한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최고의 필살공격이 가능했지만 차지샷을 충전하는 동안 적에게 당하는 사례가 많아서 초보자들에게는 그림의 떡 같이 실존하지만 그 실체는 접할 수 없는 가까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전작보다 강력해진 차지샷 시스템과 정교하게 모델링된 기체 그래픽,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배경음악 등으로 전작을 능가하는 비행 슈팅 게임으로 평가받으며 ‘스트라이커스 1945’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STRIKES 1945 PCB]http://www.world-of-arcades.net/1945/Strikers%201945/Hardware.htm

‘스트라이커스 1945 II’는 특히, 전작에서 사용한 기판에서 더욱 성능 개량이 된 ‘Psikyo SH2 Hardware’ 기판을 사용했다. SH2 기판의 경우 PS3, PS5계열은 512×256 픽셀 크기 또는 512×512 픽셀 크기, 타일당 16색(4비트) 또는 256색(8비트)의 타일맵 레이어 4개를 지원하며, 하드웨어 확대/축소를 지원하는 스프라이트 기능과 알파 블렌딩, 래스터 이펙트 지원, 하드웨어적인 그라데이션 지원 등으로 성능적으로 전작의 기판에 비해 상당한 개량이 이루어졌다.

‘스트라이커스 1945 II’는 개선된 성능의 하드웨어 덕분에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었다. ‘스트라이커스 1945 II’는 그래픽만 아니라 사운드도 보강되었는데 기존 OPL3에 24화음의 PCM 신서사이저를 추가한 형태의 OPL4 FM 음원을 지원하는 야마하 YMF278B 음원칩이 탑재되었다.

하드웨어적인 성능 개량과 더불어 사운드의 기능 강화와 함께 게임 시스템적으로는 비행 슈팅 게임의 선두 주자로 나서며 기존 비행 슈팅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차지샷을 선보이던 ‘스트라이커스 1945 II’는 전작만큼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아케이드(오락실)센터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스트라이커스 1945 II’는 아케이드용뿐만 아니라 세가 새턴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안드로이드 모바일 등으로 이식되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高荷義之 – 박스 일러스트]https://pbs.twimg.com/media/DgigGL4UEAYgiWL.jpg:medium

특히 게임의 일러스트를 전작에 이어 ‘다카니 요시유키(高荷義之)’가 맡아 화제가 되었다. 다카니 요시유키는 일본의 유명 밀리터리 일러스트레이터로 밀리터리 외에도 메카 디자인도 많이 했다.

일본에서는 그의 스승인 ‘코마츠자키 시게루(小松崎 茂)’와 더불어 밀리터리, 메카 일러스트의 전문가로 꼽히는 다카니 요시유키는 1970~80년대 타미야 등의 일본 유수의 프라모델 업체의 제품들의 박스 일러스트 디자인을 맡아서 유명해졌다.

타미야 외에도 도쿄 마루이나 토미, 드래곤, 반다이 등의 프라모델 표지 디자인도 도맡아 작업하면서 프라모델 상자의 그림만으로 미술관 전시회를 열 정도로 그의 작품은 높이 평가받았다.

다카니 요시유키는 고교 졸업 후 당시 최고의 일러스트 작가로 칭송받던 코마츠자키 시게루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8개월만에 작품 데뷔에 성공하여 전차와 함선, 비행기 등과 같은 현실 세계의 밀리터리 위주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작품 세계를 눈여겨 본 일본의 프라모델 전문 제작업체 타미야로부터 작품 제안을 의뢰받아 1970~80년대 거의 모든 밀리터리 프라모델은 그의 작품들로 박스 디자인이 그려졌다.

실제의 기체학적인 고증을 따지기보다는 거친 붓 터치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고 정교한 각 이음새 부분들의 표현과 금속 기체의 뛰어난 질감 표현 등으로 실제 기체를 사진보다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다카니 요시유키는 밀리터리 일러스트 외에도 로봇 메카물의 디자인까지 섭렵하여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프라모델 박스 디자인이나 우주 전함 야마토와 같은 작품에도 참여했다.

[高荷義之]https://www.sankei.com/images/news/191225/lif1912250023-p1.jpg

주로 2차 세계대전에 활약했던 밀리터리 위주의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사이쿄의 ‘스트라이커스 1945’ 시리즈 자체가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하는 세계관이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 세계와 맞닿는 부분이 있어 사이쿄의 적극적인 작품 의뢰를 받았다. 다카니 요시유키는 굉장히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였기 때문에 ‘스트라이커스 1945 II’에서는 메인 프로듀서인 ‘나카무라 신’ 보다도 다카니 요시유키의 이름이 크레딧 화면에 먼저 나올 정도이다.

사이쿄의 ‘스트라이커스 1945 II’는 이렇게 전작에 이어 개량되고 개선된 차지샷 시스템의 적용과 기존작품에 비해 보다 더 정교해지고 세밀해진 그래픽과 풍부한 사운드를 지원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성능 개선의 PCB 기판의 개발, 그리고 해당 분야 최고의 작가의 일러스트 참여 등으로 비행 슈팅 게임의 최강자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했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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