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쿄(PSiKYO)1 - 라이덴(뇌전(雷電)의 영원한 라이벌

[STRIKERS 1945]https://store.steampowered.com/app/1261960/STRIKERS_1945/

1990년대는 전 세계를 휩쓴 비행 슈팅 게임(STG) ‘라이덴’의 아성에 도전하는 수많은 슈팅 게임들이 출시되어 각축전을 벌이던 시대였다. 심한 말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슈팅 게임이 출시될 정도로 매일 같이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라이덴을 의식해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게임들이 ‘라이덴 클론’이라 불리던 시절이기도 했다.

보통 클론이라는 명칭에는 아류 또는 본체보다 못한 것이라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당시 슈팅 게임 개발사들은 ‘라이덴 클론’이라는 명칭을 부끄럽거나 수치스럽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에 근접한 혹은 그 정도는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 정도였다. ‘라이덴 클론’ 취급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진 게임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립하던 슈팅게임들 속에서 정상의 자리를 한 번도 내어주지 않은 ‘라이덴’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1981년 남코의 ‘갤러그’(GALAGA)를 시작으로 1982년 ‘제비우스’, 1983년 ‘썬더포스’, 1984년 ‘벌거스’, 1985년 ‘ASO’(SNK), ‘그라디우스’, ‘트윈비’, ‘테라 크레스타’(일명 독수리 오형제), 1986년 ‘B-WINGS’, ‘다라이어스’, ‘타이거 헬리’, ‘1987년 구극 타이거’(트윈 코브라), ‘R-TYPE’, 1987년 ‘제미니 윙’, 1988년 ‘타수진’, ‘파이팅 호크’, 1989년 ‘에어리어 88’ 등 수많은 슈팅 게임들이 있던 자리를 제치고 정상에 등극한 라이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라이덴’의 독주가 이어질수록 라이덴의 클론 게임들은 수도 없이 출시되었고 그런 게임들의 대부분은 ‘라이덴’의 아성에 맞서지 못하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1995년 사이쿄(PSiKYO)에서 출시한 ‘스트라이커즈 1945(Strikers 1945)’는 당당히 ‘라이덴’에 맞서며 자신만의 색채를 알렸다.

[Sonic Wings (Aero Fighters), 1992]http://redparsley.blogspot.com/2010/08/arcade-shmups-part-1.html

사이쿄는 ‘소닉윙즈’(Sonic Wings)를 만들었던 개발팀이 독립해서 1992년에 만든 회사로 ‘사이 아트 쿄토(彩アート京都)’라는 이름의 회사로 시작했지만 회사 이름이 너무 길어서 표기상의 어려움과 해외 사업에서 회사 이름의 표기 등이 문제가 되어 1995년 본래 이름이었던 사이 아트 교토를 줄여 ‘彩京(사이쿄, PSiKYO)’로 개명했다.

‘소닉윙즈’는 1992년 ‘비디오 시스템’에서 개발한 슈팅 게임이다. 게임 개발을 시작할 당시에는 ‘라이덴’을 의식해서 만든 게임이 아니었다. ‘소닉윙즈’는 사이쿄의 핵심 개발자인 ‘나카무라 신’이 가장 좋아했던 ‘토아플랜(TOAPLAN)’의 ‘대선풍(大旋風, 해외판 이름 Twin Hawk)’이라는 비행 슈팅 게임을 목표로 만들기 시작한 게임이었다.

토아플랜은 ‘타이거 헬리(1985)’, ‘슬랩 파이트(1986)’, ‘비상교(1987)’, ‘구극 타이거(트윈 코브라, 1987)’등의 슈팅 게임들을 개발했던 회사다. 토아플랜은 세가의 게임들을 하청받아 개발하거나 자체 개발한 게임들은 타이토(TAITO)에서 유통을 맡았다.

[大旋風, 해외판 이름 Twin Hawk]https://segadoes.files.wordpress.com/2016/10/twinhawkjp.jpg

하지만, 1989년 타이토의 하청으로 개발 중이던 ‘헬 파이어’(Hell Fire) 게임이 타이토의 비행 슈팅 게임축소 정책에 따라 게임 출시를 거부하게 되면서 1990년대가 되어 토아플랜의 신규 게임 출시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이때 1990년 출시한 세이부 개발의 ‘라이덴’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인기를 얻게 되자 소닉윙즈의 개발 목표는 ‘라이덴’으로 변경되었다.

철저하게 기존의 슈팅게임들을 비교 분석해 개발했던 소닉윙즈는 그저 그런 ‘라이덴’ 아류들과는 달리 많은 인기를 얻었다. 소닉윙즈는 국내에는 해외판 이름인 ‘에어로 파이터즈’로도 잘 알려진 게임이다. 해외에서는 게임 이름에 ‘소닉’이라는 이름이 SEGA의 등록상표였기 때문에 라이선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 ‘소닉윙즈’(Sonic Wings)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에어로 파이터’즈(Aero Fighter)로 변경했다.

[전국 에이스(戦国エース), 1993]https://www.gamespark.jp/imgs/zoom/408106.jpg

대선풍(大旋風, 해외판 이름 Twin Hawk)을 시작으로 해서 다시 라인덴을 목표로 만들어진 ‘소닉윙즈’는 ‘라이덴’보다 빠른 화면 속도 전개와 화려한 연출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소닉윙즈’가 큰 인기를 얻게 되자 ‘소닉윙즈’의 개발사였던 비디오 시스템을 나와 ‘소닉윙즈’의 개발팀이 새로 만든 게임 개발사 사이쿄는 ‘전국 에이스(1993)’ 출시를 시작으로 ‘건버드’, ‘스트라이커즈 1945’ 등의 유명한 비행 슈팅 게임을 계속해서 개발하면서 슈팅 게임의 명가로 올라섰다.

참고로 비디오 시스템의 ‘소닉윙즈’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시리즈가 출시되었는데 1994년 ‘소닉윙즈 2’와 1995년 ‘소닉윙즈 3’, 1996년 ‘소닉윙즈 스폐셜’, ‘소닉윙즈 리미티드’, 1998년 ‘소닉윙즈’ 등 사이쿄의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와 세이부의 ‘라이덴’ 시리즈에 맞서 ‘소닉윙즈’ 시리즈를 계속해서 출시했다.

‘소닉윙즈’의 기존 슈팅 게임과 차별화되는 특이한 점 중에 하나는 비행 슈팅 게임인만큼 게임에 등장하는 기체들의 묘사도 뛰어났지만 기체에 탑승하는 캐릭터 설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소닉윙즈’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이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터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 또한 기존 게임들과는 다른 점이었다.

[STRIKERS 1945]https://store.steampowered.com/app/1261960/STRIKERS_1945/

시리즈 1편에 등장하는 ‘미오라(일본)’라는 캐릭터는 다음 시리즈에서 유명 아이돌이 되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브래스터 키튼(Braster Keaton)’같은 캐릭터는 시리즈 1편 엔딩에서 비행기가 폭발하는 사고로 2편에서는 로봇으로 변해서 등장하는 등 신규로 추가되는 캐릭터 외에도 기존에 존재했던 캐릭터들의 계속되어 이어지는 스토리가 등장한다.

참고로 비행기 폭발 사고로 로봇으로 변한 ‘브래스터키튼(Braster Keaton)’은 ‘메카 키튼’으로 이름을 바꾸고 시리즈 3편에서는 뇌기능이 마비되었다는 설정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STRIKERS 1945 Pilots]https://strikersworld.fandom.com/wiki/Strikers_1945

‘소닉윙즈’는 차별화된 캐릭터 설정 외에도 기존의 슈팅 게임들이 1P, 2P 기체의 색만 다르고 같은 무기를 사용했던 것에 비해 기체마다 고유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존 슈팅 게임들과의 차별점이었다.

또한 ‘스트라이커즈 1945’는 비행 슈팅 게임이지만 기체마다 각각의 개성있는 탑승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기존의 슈팅 게임들에서도 볼 수 있었던 시스템이지만 ‘소닉윙즈’에서 더욱 유명해졌고 ‘소닉윙즈’뿐만 아니라 사이쿄의 비행 슈팅 게임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애초에 소닉윙즈를 개발했던 비디오 시스템이라는 회사에서 개발팀이 독립해서 만든 회사가 사이쿄였기 때문이다.

‘소닉윙즈’를 개발했던 개발팀이 새로 만든 회사 사이쿄. 그 사이쿄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비행 슈팅 게임 ‘스트라이커즈 1945’는 모두가 라이덴을 따라하기 바쁠 때 당당히 ‘라이덴’과 비교되는 컨셉으로 ‘라이덴’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일단 ‘라이덴’의 시대적 배경이 서기 2090년인 다가올 미래를 그리고 있다면 ‘스트라이커즈 1945’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세계를 기획하느라 힘을 빼는 대신 이미 있었던 과거의 사실을 소재로 했다. 물론 몇몇 적군의 기체는 게임상의 변형을 거쳤지만 캐릭터가 선택할 수 있는 기체는 실존했던 기체들을 모델로 했다.

[STRIKERS 1945]https://store.steampowered.com/app/1261960/STRIKERS_1945/

‘스트라이커즈 1945’에는 미국의 P-38 라이트닝과 P-51 머스탱, 영국의 스핏파이어 그리고 독일의 Bf-109 메서슈미트와 일본의 제로센, J7W 신덴이 등장한다. ‘스트라이커즈 1945’는 게임 이름에 있는 숫자 ‘1945’처럼 1945년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스트라이커즈 1945’는 1945년까지 실재했던 과거 역사의 사실에 이어서 1945년 이후의 세계는 게임상 스토리를 이어 가기 위해 가상의 세계를 창조했다. 1945년 여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지만, 비밀의 국제조직 CANY((キャニー, 캐니)가 세계 대전 이전부터 각국의 군부를 장악하고 신형 병기를 이용해 전 세계를 다시 전쟁으로 빠트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를 알아챈 연합군 사령부는 비밀리에 신형 전투기들과 최고의 파일럿들을 모아 CANY의 불온한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특수부대인 스트라이커즈(Strikers)를 결성하고 역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진정한 세계 대전이 시작된다는 것이 ‘스트라이커즈 1945’의 내용이다.

[STRIKERS 1945]https://store.steampowered.com/app/1261960/STRIKERS_1945/

‘스트라이커즈 1945’는 게임에 등장하는 기체들의 구성도 재미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했던 미국과 영국 그리고 독일과 일본의 주요 기체들이 등장한다. 이 국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서로 적국의 위치에서 전쟁을 하던 국가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만해도 죽기 살기로 싸웠던 국가들이 공통의 적이 등장하자 힘을 합쳐 싸운다는 부분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과거에 실존했던 각국의 주요 전투기들이 등장한다는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P-38 라이트닝이나 P-51 머스탱은 각각의 기체를 소재로 하는 별도의 게임이 존재했을 만큼 인기있는 기종이었다. ‘파이어 머스탕(Fire Mustang, USAAF Mustang)’은 1990년 NMK에서 개발하고 TAITO에서 출시한 비행 슈팅 게임이다. 북미에는 ‘USAAF Mustang’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는데 USAAF는 미국 공군을 의미한다.

[Fire Mustang(USAAF Mustang)]https://i.ytimg.com/vi/OdVFfHiDl5w/hqdefault.jpg

1990년대 초반 오락실에 가면 한 대는 꼭 있었던 게임으로 연합군(미군)소속으로 일본군과 전투를 벌여 일본군을 박살낸다는 내용의 게임이었다(이런 내용의 게임이 어떻게 일본에 출시됐는지 모를 일이다.).

Fire Mustang은 오락실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SEGA의 Mega Drive 게임기용으로도 이식됐는데 게임의 개발사인 NMK는 1985년 설립되어 1999년까지 존재했던 일본의 게임 개발사였다. NMK는 본래 테크모(TECMO)에서 ‘Bomb Jack’을 개발했던 개발팀이 독립해서 새로 만든 회사로 주로 슈팅 게임이나 퍼즐 게임들을 많이 만들었다.

현재 테크모는 KT(Koei Tecmo)라는 이름으로 코에이(Koei)와 합병했지만 처음 설립되었던 1967년에만 해도 테크모는 일본의 요트 관리 회사로 시작했던 업체였다. 1960년대 초기 전자오락 붐이 일자 1969년 오락실 사업에 진출하여 봄 잭(Bomb Jack)을 시작으로 ‘아르고스의 전사’, ‘닌자용검전(닌자 가이덴)’ 같은 초기 오락실 인기 게임들을 많이 개발했다.

그 외에도 ‘영 제로’ 시리즈나 ‘데드 오어 얼라이브(DOA, Dead or Alive)’ 시리즈 개발사로도 유명하다. 테크모에서 독립한 NMK는 외주 하청 작업도 많이 했는데 그 중에 쟈레코나 UPL의 하청도 많이 담당했다. UPL은 ‘Universal Play Land(유니버셜 플레이랜드)’라는 의미로 주로 파칭코 게임을 개발하던 유니버셜 엔터테인먼트의 아케이드 게임 사업부가 독립해 새로 만든 회사였다.

[UPL, JALECO 하청으로 만든 게임들]https://strategywiki.org/wiki/P-47_-_The_Freedom_Fighter

NMK는 주로 외부의 하청 개발을 많이 하다 보니 회사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않지만 유명한 비행 슈팅 게임들을 많이 만들었다. NMK에서 개발했던 게임들 중에는 ‘P-51 Fire Mustang’ 외에도 ‘태스크 포스 해리어(UPL, 1989)’, ‘하챠메챠 파이터(1991)’, ‘썬더 드래곤(1991)’, ‘P-47 프리덤 파이터(쟈레코, 1988)’이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반프레스토, 1992)’,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II (반프레스토, 1993)’, ‘썬더 드래곤 2(1993)’, ‘P-47 에이스(쟈레코, 1995)’, ‘데져트 워(쟈레코, 1995)’ 등 오락실이나 게임기에서 한 두 번 정도는 해봤던 게임들이 많다.

개발했던 게임들이 자체 제작보다는 주로 자레코(JALECO)나 UPL, 반프레스토 등의 외주를 받아 개발한 게임들이 많았기 때문에 개발사였던 NMK의 이름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NMK는 1999년 폐업했지만 아케이드 게임 개발 사업부는 폐업 이전 1995년에 사업을 중단하고 개발팀들을 정리해고 했는데 이 때 NMK의 슈팅 게임 개발팀원들을 ‘사이쿄(PSiKYO)’에서 모두 스카우트했다. 사이쿄는 소닉윙즈를 개발한 비디오 시스템이라는 회사를 나와 만든 회사였고 NMK의 개발팀 역시 비행 슈팅 게임을 만들던 NMK를 나와 사이쿄에 합류했기 때문에 이들의 의지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세계 최고의 비행 슈팅 게임을 만드는 것!’ 목표는 세이부 개발의 ‘라이덴’이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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