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지난해 10월 설립된 난징 반도체대학 눈길

[출처: 박승찬의 <더 차이나>]

미국은 중국의 가장 취약한 반도체 산업을 정조준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파괴를 위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예상치 못한 반도체 공습에 혼란을 겪으며,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10년 후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공습이 집중되던 지난해 10월 중국은 부족한 반도체 인적자원을 양성하기 위해 최초의 반도체 전문대학인 ‘난징 반도체대학’을 설립했다.

반도체 분야는 자본력과 기술력 그리고 인적자원이 결합되어 오랜 시간 축적되어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다. 중국 국무원은 반도체 1급학과로 승인했고, 반도체 기업의 양적 질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첫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집적회로(IC)산업 인재백서(2018-2019)>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 집적회로 산업인재가 약 46.1만 명, 부족한 인재 수가 32만 명으로 매년 10만 명 이상의 인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난징 반도체대학의 설립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난징 반도체대학은 기존 전통적인 개념의 대학이 아니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주변 우수 대학, 연구기관 및 관련 기업들이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실무 맞춤형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난징 반도체대학이 위치한 장베이 국가급 신구에는 400여 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그들이 생산하는 반도체 관련 생산 규모는 500억 위안(약 8조 7000억 원)에 이른다. 이론과 실무를 현장에서 바로 배울 수 있도록 정부가 중심이 되어 ‘내부형 반도체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전략(Strategy)과 전술(Tactics)에 능숙하다. 비록 미국에 의해 단기적인 전술에서 밀리는 형국이지만, 중장기적인 전략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디지털 홍위병’이 성장하고 있다. 

■ 디지털 홍위병 본격적인 양성:초등 132시간 이상 AI 의무교육-230개 대학 내 400여개 학과

중국의 디지털 홍위병 양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2018년부터 차세대 AI(인공지능) 홍위병을 양성하기 위해 학습용 ‘AI 교과서’를 편찬하고, 전국 초중고 100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AI 시범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점차 시범학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인공지능기초’라는 교과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AI 기업 ‘센스타임’의 공동창업자 탕샤오어우 교수가 집필했다. 센스타임은 미국이 화웨이 다음으로 가장 경계하는 기업으로 미국의 1차 중국기업 블랙리스트에 오른 세계 최고의 안면인식기술을 가지고 있는 혁신기업으로 알려진 회사다.

중국 국무원은 2018년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차세대 AI 인재 육성을 위해 초·중·고교에 AI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프로그래밍 교육을 확산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AI 혁명시대를 이끌 AI 홍위병을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길러내겠다는 야심찬 목표이다.

[출처: 박승찬의 <더 차이나>]

베이징-상하이의 경우는 초등 132시간 이상 AI 의무교육을 받고 있으며, 향후 대학입시에도 반영될 가능성도 높다.중국 AI 조기교육은 무서울 정도다. 초중고 학생의 AI 의무교육 시간은 한국보다 훨씬 많다. 한국은 초등 5-6학년 17시간, 중학교는 35시간인 반면 중국은 초등 6년간 최소 68시간 이상, 중학교는 최소 68시간 이상이다.

정부의 전략적인 방침에 당연히 민간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디지털 홍위병 육성정책지원에 힘입어 바이두는 3년간 AI 인재 10만 명을 길러내겠다고 발표하는 등 민영기업 차원의 AI 디지털 전사도 별도로 육성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 230여 개 대학 내 400여 개의 AI 및 빅데이터 관련 학과와 전공이 개설되어 있는 상태로 중국 교육부는 점차적으로 초중고 내 AI 및 빅데이터 교육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디지털 홍위병의 인해전술: 정부-민간차원 투 트랙 가공스런 '만인계획'

중국 정부의 디지털 홍위병 육성은 매우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배경 하에서 각 성·직할시·자치구 교육청을 통해 디지털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교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삽입하도록 하는 이른바, 홍장(红章) 문건을 각 초중고 및 대학, 하물며 직업학교에까지 하달시키고 있다.

중국을 통으로 봐서는 안 된다. 각개로 흩어진 혁신 DNA가 공산당에 의해 어떻게 수렴되고, 융합되는지 그 내부를 봐야 한다. 그 내부에는 다양한 혁신 DNA가 존재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결국 인적자원의 DNA이다.

과거 한국전쟁때 했던 인해전술이 이제 디지털 홍위병으로 다시 탈바꿈되어 새로운 인해전술을 펼치고 있다. 아직도 대부분 사람들은 ‘카피의 중국이 무슨 기술적 혁신이냐?’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의 기술적 혁신은 정부와 민간차원의 투 트랙(Two-track)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세계적인 해외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지원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연구 성과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기술생태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2000년 초 해외 우수인재 최초 프로그램인 백인계획(해외에서 백 명의 우수한 청년 학술인재유치)을 기점으로 천인계획(해외의 우수한 첨단기술·혁신창업·금융·문화예술 등 우수전문가 유치), 만인계획(우수인재, 청년 첨단인재 1만 명을 중점적으로 선발 양성)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인재유치와 양성을 위한 각종 정책과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중국혁신성장의 메카라고 불리는 광둥성 선전이다. 선전시는 2011년부터 화려한 자태의 공작새에 비유한 이른바, ‘공작계획(孔雀计划)’을 시행하며, 전세계 많은 인재들을 유인하고 있다.

특히, 만인계획은 해외 유학파 인재 중심인 천인 계획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 인재 중심으로 설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만인계획의 경우 상위 1%인 100명은 최고 엘리트군으로 향후 노벨상 수상자로 키운다는 목표로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하고 육성시키고 있다. 중국의 미래가 더 두려운 이유이다.

‘공작계획’은 천인계획과 함께, 첨단기술, 금융, 인터넷, 문화예술,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신소재 등 전략신흥산업을 중심으로 해외 우수인력과 스타트업을 선전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다.

[선전시 공작계획 포스터. 출처: 바이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은 결국 중국으로 하여금 자급자족 역량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의 시선이 작금의 중국 성장과 모습에 멈춰있으면 안 된다. 중국의 속내와 중장기적인 전략을 좀 더 촘촘히 살펴봐야 한다. 미중간 전략경쟁의 파편은 중간에 끼어있는 한국으로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디지털 홍위병이 바꿀 중국의 미래를 연구하고 분석해서 그에 대한 협력방안과 경쟁 구도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 특유의 ‘기다림의 성공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박승찬 소장/교수(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chinapark@chinalab.kr

 

박승찬(朴勝贊) / Park, Seung-Chan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통상 담당)

경영학박사(중국 칭화대학교, 경영전략)
Ph.D. of Business Strategy (Tshing-hua Univ. of China)

전)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중소벤처지원센터 소장
전)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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