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게임 속에 숨은 숫자 9…’마이티 No.9’부터 ‘나인 크로니클’까지

어떤 경지에 통달한 사람을 일컬을 때 흔히 ‘9단’이라는 표현을 쓴다. 바둑 등급에서 유래된 이 말은 입신(入神), 즉 신의 경지를 칭한다. 9라는 숫자가 한자리 수 중에서는 가장 큰 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덧 게임톡이 창간 9주년을 맞았다. 신의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게임업계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창간 9주년을 기념해 게임 속 숫자 9를 찾아봤다.

‘마이티 No. 9’

‘마이티 No.9’은 캡콤에서 ‘록맨(메가맨)’을 만들었던 개발진들이 만든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다. 공식적으로는 ‘록맨’과의 연관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출시 전 많은 ‘록맨’ 팬들로부터 정신적 후속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6년 출시 이후에는 게임의 완성도 부족 등 여러가지 이유로 기대 이하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게임 주인공 벡(BECK)은 닥터 화이트가 개발한 9개의 로봇 ‘마이티 넘버즈’ 소속이다. 이들은 배틀 대회 참가중 바이러스에 걸려 폭주하는데, 유일하게 벡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벡은 다른 로봇들의 능력을 흡수하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싸운다.

‘마이티 No.9’의 시스템은 ‘록맨’과 비슷하다. 이 덕분에 옛날에 즐겼던 ‘록맨’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난이도 조절 실패, 펀딩에서 모금한 금액에 비해 부족한 그래픽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지적을 받았다. 결국 ‘록맨’의 정신적 후속작에는 이르지 못한 평범한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극한탈출 9시간 9인 9개의 문’

어드벤처 게임의 명가 춘소프트가 개발한 ‘극한탈출 9시간 9인 9개의 문’은 2009년 닌텐도DS로 출시된 방탈출 어드벤처 게임이다.

주인공 쥰헤이는 어느날 낯선 선실에서 눈을 뜬다. 배 안에는 쥰헤이 외에 8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정체불명의 인물 ‘제로’가 만든 게임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다. 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었다. 이들은 제한 시간 9시간 안에 9라는 숫자가 적힌 문을 찾아 탈출해야 한다.

‘극한탈출 9시간 9인 9개의 문’은 춘소프트가 만든 ‘극한탈출’ 트릴로지의 첫 작품이다. 퍼즐과 추리 기반의 방탈출 어드벤처 게임에 비주얼 노벨 장르가 섞였다. 일본에 출시됐을 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서구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테트리스99’

‘테트리스99’는 2019년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퍼즐 배틀로얄 게임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테트리스’에 배틀로얄 요소가 가미됐다. 총 99명의 유저가 벌이는 무작위 대전에서 최후의 1인이 되어야 한다.

공격은 자신의 블록을 완성해 다른 사람에게 쓸모 없는 블록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하는 상대의 맨 아랫줄에 블록을 생성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명한 인플루언서나 튀는 유저에게 집중 공격이 펼쳐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눈치 싸움이 중요한 게임이다.

처음 출시 당시에는 배틀로얄 모드만 지원했으나, 이후 DLC(추가 다운로드 콘텐츠)를 통해 싱글 플레이 콘텐츠가 다수 업데이트됐다. 한국에서도 게임을 즐기는 팬들이 많다.

‘리그오브레전드’ 아리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에 나오는 한국형 챔피언 ‘아리’ 또한 9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9개의 꼬리가 달린 구미호를 콘셉트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리’는 구미호처럼 상대를 현혹시키기도 하고, 여우불을 사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생김새로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아리’의 가장 뚜렷한 정체성은 구미호다. 출시된 스킨들도 대부분 여우와 관련된 것들이다. 그러나 이후 K팝 아이돌 콘셉트의 스킨이 큰 인기를 끌면서 걸그룹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후 ‘리그오브레전드’의 가상 걸그룹 K/DA의 인기 멤버로 활약하면서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캐릭터가 됐다.

‘던전앤파이터’ 은빛의 하르바트

구미호 설화는 한국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넓게 퍼져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만든 게임에 구미호가 등장한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에도 구미호가 등장한다. 던전 몬스터로 등장하는 ‘구속된 케프로스’와 ‘은빛의 하르바트’다.

특히 보스 몬스터인 ‘은빛의 하르바트’는 프레이마저 아름다움에 반해 칭송했다는 은여우다. 테이베르스 최고의 미모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았지만, 이시스의 영향을 받아 타락해버린다. 이후 사랑하는 케프로스를 찢어버리고, 이시스의 앞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

‘원신’ 아홉 개의 기둥

미호요의 오픈월드 RPG ‘원신’에는 ‘정세의 아홉 기둥’이라는 퀘스트가 등장한다. 취결 언덕에는 ‘세상을 다스리는 9개의 기둥을 세워 전란을 진압하니,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힌 비석이 있는데, 이 비석을 클릭해 퀘스트를 시작할 수 있다. 이후 9개의 기둥에 걸린 봉인을 모두 풀면 내부 유적에 들어갈 수 있다.

아홉 개의 기둥은 인간이 가진 마음 중 탐욕, 미련, 집착, 질투, 진노, 악욕, 자만, 쟁탈, 분쟁을 의미한다. 이 봉인을 건 누군가는 유저가 보물을 사용해 세상을 지키길 바라지만, 유저들은 기대를 저버리고 골동품상에게 가져다 판다.

‘나인크로니클’

‘나인크로니클’은 나인코퍼레이션이 개발해 얼리억세스로 출시된 탈중앙 블록체인 MMORPG다. 립플래닛(Libplanet) 엔진을 기반으로 메인 서버 없이 P2P 방식으로 운영된다. 게임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서비스되기 때문에 게임의 모든 것이 유저의 소유라는 설명이다. 서비스 종료 또한 걱정할 필요 없다. 나인코퍼레이션은 올해 초 21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으며 총 35억원의 누적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신들의 전쟁으로 세계가 파멸에 임박한 상황, 미드가르드의 한 고양이가 여신의 부름을 받아 반인반묘로 환생한다. 유저가 이 고양이와 모험을 떠난다는 게 게임의 주요 스토리다. 별도의 조작이 필요하지 않은 방치형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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