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연재 ‘게임별곡’ 300회 돌파 김대홍씨, 게임톡 9주년 특별한 축하사

[ 필자 김대홍이 300회째 연재중인 '게임별곡'의 1회 '원숭이의 섬 1,2' ]

게임톡이 IT전문 매체로 게임웹진을 창간하며 올해로 벌써 창간 9주년을 맞이했다. 게임톡은 퀄리티 높은 칼럼부터 한눈에 볼 수 있는 카드뉴스, 센스있는 리뷰들과 만화로 보는 게임 리뷰 등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전달의 신속함과 범위를 확장시키며 게임업계 주요 오피니어 리더(Opinion Leader)들도 구독하는 게임웹진의 선구자로 인식되고 있다.

창간 9주년에 맞춰 숫자 ‘9’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봤다. 숫자 ‘9’에는 본래의 의미인 아홉 개 또는 아홉 번째라는 의미 외에도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9’뿐만 아니라 다른 숫자에도 많은 의미가 담겨있지만, 유독 숫자 ‘9’는 일상생활에 밀접하고 친숙한 내용들이 많다.

10진법에서 숫자 ‘9’는 ‘0’부터 ‘9’중에 가장 큰 수다. 그래서 예부터 숫자 ‘9’에는 9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왔다. 그 중 하나가 마지막 완성 바로 직전 단계의 원숙함을 의미하는 경우다.

흔히 전통 차나 한약재를 얘기할 때 ‘구증구포(九蒸九曝)’ 또는 ‘구증구쇄(九蒸九曬)’라는 말을 한다. 말 그대로 아홉 번을 찌고 아홉 번을 말렸다는 얘기다. 예부터 무엇이든 오래 하면 좋다는 관용사적 의미는 그만큼 각고의 노력과 정성을 들였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숫자 ‘9’는 많은 분야에서 최고의 단계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바둑의 경우에도 최고의 등급은 숫자 ‘9’인 9단이다.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많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배경 장소로 쓰인 홍콩의 ‘구룡성채(九龍城寨)’도 숫자 ‘9’가 들어가고 한국에서는 익숙한 캐릭터인 ‘구미호(九尾狐)’도 꼬리가 아홉개라서 구미호이다. 구미호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의 고서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불로장생에 특화한 여우 요괴이다.

하지만, 숫자 ‘9’는 같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길하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한국에서는 ‘아홉수’와 같이 결혼이나 이사를 꺼리는 불길한 숫자로 쓰이기도 했다. 한자 성어에도 ‘구절양장(九折羊腸)’ 또는 ‘구곡양장(九曲羊腸)’이라 해서 아홉 번 구부러진 양의 창자라는 의미로 험난하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 형태를 삶에 투영하여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살이에 대한 한탄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흔히들 ‘구천(九天)’을 떠돈다 할 때도 숫자 ‘9(九)’가 담겨 있는데 구천(九天)이란 하늘을 9개로 나누어 그 한 가운데를 균천(均天)이라 했고 북쪽을 현천(玄天)이라 했다. 북쪽에서 오른쪽으로 북동쪽은 변천(變天), 왼쪽인 북서쪽은 유천(幽天)이라 했다. 남쪽은 염천(炎天)이라 하고 남서쪽은 주천(朱天), 남동쪽은 양천(陽天)이라 했으며, 동쪽은 창천(蒼天), 서쪽은 호천(昊天)이라 해서 아홉 개의 하늘을 가르켜 ‘구천(九天)’이라 했던 것이다.

이 중 ‘창천(蒼天)’은 아홉 개의 하늘 중 동쪽 하늘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맑게 갠 파란 하늘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천((四天)으로 치면 사 계절 중 봄 하늘을 뜻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의미로 구천(九天)은 대지를 중심으로 일천(日天), 월천(月天), 수성천(水星天), 금성천(金星天), 화성천(火星天), 목성천(木星天), 토성천(土星天), 항성천(恒星天), 종동천(宗動天)의 태양계를 이루는 9개 별들을 의미한다. 주로 종교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되며 각각의 하늘에는 해당하는 신이 살고 있다고도 한다. 종류에 따라 구천 외에도 십천으로 되어 있는 내용도 있다.

서양에서도 숫자 ‘9’는 신비로운 힘이 담긴 숫자로 보아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신곡 중 지옥을 묘사하는 경우에도 9개의 계층을 나누어 9단계 지옥의 세밀한 묘사가 등장한다. 제1층은 림보(Limbo)를 시작으로 제2층 색욕(음욕) 지옥, 제3층 폭식(식탐) 지옥, 제4층 탐욕(인색과 낭비) 지옥, 제5층 분노 지옥, 제6층 이단(이교도) 지옥 제7층 폭력 지옥, 제8층 사기 지옥, 제9층 반역 지옥이 그것이다. 각 층마다의 형벌이 달리 있고 각 층의 관리자들 또한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도 차용되었다.

그리고 숫자 퍼즐인 스도쿠(数独, Sudoku) 역시 9칸 X 9칸 안에 숫자를 맞추는 게임이다. 중국에서는 구궁격(九宮格)이라 부르기도 한다. 숫자 ‘9’의 신비로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프리카의 불변수(Kaprekar不變數)’는 숫자 ‘9’가 가진 가장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한 자리 수의 카프리카 불변수는 계산 결과 항상 마지막에는 ‘9’가 나오게 되기 때문에 이를 ‘회생숫자’라고도 한다. 세 자리수는 ‘495’, 네 자리수는 ‘6174’로 귀결된다.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九雲夢)’. 출처=문화체육관광부 국립한글박물관 홈페이지]

이렇게 숫자 ‘9’에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언제나 신비로운 힘과 많은 이야기들이 따라다니고 있다.

하지만, 본 게임톡과 관련되어 게임과 밀접한 이야기는 따로 있다. 바로 ‘구운몽(九雲夢)이다. 구운몽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려 있는 내용으로 알게 된 분들 많은데 구운몽은 조선 후기 숙종 13년인 서기 1687년 김만중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극단적으로 한 줄 압축요약하면 ‘자고 나니 꿈이더라’ 정도의 내용으로 알고 계신 분도 많지만 사실 구운몽의 내용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

육관 대사의 부탁으로 용궁에 간 주인공 성진은 용왕의 대접으로 술을 마시게 되면서 율법을 어기게 되고 팔선녀를 만나 금기를 깨트리며 그 죄를 추궁받아 속세로 추방되는 처량한 신세다. 속세로 추방되어 ‘양소유(楊少遊)’라는 이름으로 환생하여 다시 2처 6첩의 팔선녀들을 만나며 겪게 되는 인생무상의 이야기가 구운몽의 주요 내용이다.

꿈에서 깨어 허망한 부귀영화의 욕망과 정욕의 무상함을 깨우치고 불도에 입문하여 정진하여 득도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결말이다 보니 인생사 허망함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 얇은 내용으로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구운몽은 그 이상의 깊이와 주제 의식을 갖춘 명작 고전 소설이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여 따로 놓지 않고 꿈도 현실의 일부이며 그 경계를 넘나들며 얻어 내는 성찰의 깊이는 당시 조선시대를 관통하던 유교적 사상을 기본 바탕으로 하면서 더불어 도교와 불교의 사상을 이에 접합하여 유불선(儒佛仙) 삼교(三敎) 일치원리의 교리를 이루어낸 작품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가볍게 생각해보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세계물과 할렘물 등이 수많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334년 전에 이미 한국(조선)에는 현실과 가상현실(VR) 그리고 그것이 합쳐진 융복합(MR) 컨셉과 이세계물에 팔선녀 할렘물이 존재했던 것이다. 300년이나 시대를 앞서간 작품으로서 구운몽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외형적인 가벼움에 묻히기에는 구운몽의 작품 세계가 심히 심오하며 진중하다. 김만중은 조선시대 양반 지배계층의 뿌리 깊은 유교 숭배사상과 피지배계층이었던 농민과 상인, 수공업자와 천민 취급받았던 노비들과 백정, 무당과 광대 등 서민(庶民)들의 도교, 불교 등의 현실에 치중하는 유교적 사상과 달리 현실을 벗어난 민간신앙의 종교적 다양함까지 ‘구운몽’이라는 소설에 담아냈다. 사회 구성원 전 계층을 아우르는 사상과 교리를 한 작품에 담아낸 것이야말로 ‘구운몽’의 진정한 의미론적 가치인 것이다.

앞에서 ‘구증구포(九蒸九曝)’부터 ‘구운몽(九雲夢)’에 이르기까지 숫자 ‘9’에 연관된 재미있는 얘기들을 나열한 것은 게임톡 창간 9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축사를 남기기 위함이다.

창간 9주년에 맞춰 게임톡도 처음 그 초심을 잃지 않고 ‘구증구포(九蒸九曝)’하는 자세로 열과 성의를 다해 ‘구미호(九尾狐)’처럼 다양한 재주와 능력으로 오래도록 그 힘을 잃지 않고 ‘구절양장(九折羊腸)’과 같이 어렵고 험난한 요즘과 같은 시기에도 ‘구천(九天)’에 이르는 온 세상에 그 뜻을 널리 전하고 전달하며 ‘구운몽(九雲夢)’과 같이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로 계층을 뛰어넘어 깊이 있고 알찬 내용으로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게임톡 창간 9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김대홍은?    

5세에 게임에 입문한 게임 경력 37년째 개발자다. 직장인 개발자 생활 12년을 정리하고 현재 제주도에 은거하고 있다.

2013년 4월 17일 '명작 어드벤처 '원숭이 섬의 비밀 1'를 큐씨보이라는 필명으로 게임톡에 ‘게임별곡’을 연재를 시작했다.

2013년 4월 17일부터 2021년 2월 28일 현재까지 총 8년 동안 시즌 1 - 100회, 시즌 2 - 203회 총 303회(3월 3일) 연재중이다.

매주 한 번도 마감을 ‘펑크’를 낸 적이 없는 사명감과 게임 뒷이야기를 육자배기 같은 필력으로 풀어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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