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세상으로 본 질병의 세계3-'심즈온라인' ‘트릭스터’ 서비스 종료 순간들

게임 세상으로 본 질병의 세계3-'심즈온라인' ‘트릭스터’ 서비스 종료 순간들 '장엄'

게임 속 세상의 종말이 도래했을 때 사람들의 무질서한 난동과 횡포로 어떻게 지옥의 수렁으로 빠져드는지에 대한 사례를 이전 게임별곡에서 오염된 피 사건 등으로 소개했는데 세상에는 모두 그런 악행을 일삼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WOW(World Of Weacraft)’의 오염된 피 사건과 ‘마비노기’ 폭탄 테러 사건 등에서 보여지듯이 한치 앞날도 보이지 않을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 닥치면 혼돈과 절망에 빠져드는 인간들의 추악하고도 졸렬한 행태를 보았다.

이런 것만 본다면 인간의 본성은 지극히 이기적이며 악에 가깝지 않나 싶지만 세상 모든 인간들의 본성이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 어딘가에는 그 반대편에서 끝까지 선하고 자애로운 이성의 힘을 잃지 않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세태를 극단적으로 양분한다면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따르는 성악설과 그 반대의 입장인 성선설을 들 수 있다.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은 각각 맹자와 순자의 철학이다. 본성론에 따른 인간의 행태와 동일한 인간 행위의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전통적인 동양철학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뤄지고, 많은 학자들에 의해 오랜 시간 동안 연구되어온 학문이다.

지난 편에서는 성악설에 가까운 인간의 행태를 보였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 반대의 입장에서 세상의 종말에 다가섰을 때 의연하게 대처한 사례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심즈 온라인]유튜브(/watch?v=CrI5-stsUH0&feature=emb_logo)

 ■ 총 3억 장 팔린 ‘심즈시리즈’, 온라인게임 개발 6년간 서비스 ‘인기’

그 중 유명한 사례를 하나 꼽으라면 아마도 EA의 ‘심즈 온라인’의 서비스 종료 사건이 있다. 심즈 온라인은 EA의 인기 게임인 심즈 시리즈를 온라인화 한 게임이다. 기존의 심즈 시리즈는 EA에서 출시한 인생을 시뮬레이션하는 게임으로 말 그대로 게임 속 세상에서 현실처럼 살아가는 것이 주된 일상이자 목표인 게임이다.

아니 현실도 힘들고 죽겠는데 무슨 게임에서까지 현실처럼 살아가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도 EA의 중역과 경영진은 이런 이유로 게임의 개발 자체를 거부했을 정도로 게임의 내용이 실제의 삶을 반영한다는 부분 자체가 기존에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정의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현실이 너무나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현실에서 하지 못하던 일을 해볼 수 있는 가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히려 심즈 인생을 선택하고 현실 인생을 포기했다는 사람도 나올 정도로 심즈는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심즈 탄생 20주년 행사. 사진=심즈온라인닷컴]

심즈 시리즈는 전체 시리즈 합쳐 현재까지 총 3억 장 정도의 판매량을 달성할 만큼 인기게임이 되었다.

‘Best Selling PC Game of All Time(가장 많이 팔린 PC게임)’과 ‘World's Biggest-Selling Simulation Series(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뮬레이션 시리즈 게임)’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심즈 게임을 즐겼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상의 심즈 게임 세상 안에서 자신들이 현실 세상에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루면서 행복하고 평온하게 살아가며 제2의 인생이라던가 세컨드라이프라(실제 게임이름이기도 함)던가 하는 등의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루기 힘든 일들을 비록 게임이지만 그 안에서 이뤄볼 수 있다는 기대와 만족감으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런 사람들의 즐거움은 그 크기만큼 바로 회사의 매출로 연결됐다. 이를 보고 EA에서는 이 게임을 온라인화하면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본격적으로 ‘심즈 온라인’ 계획에 착수하였고 야심 차게 심즈 온라인을 출시했다. 

[심즈 온라인]유튜브(/watch?v=l6P3yyGrRzw&feature=emb_logo)

하지만, ‘심즈 온라인’은 회사의 기대와는 달리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오히려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렇게 심즈 온라인 게임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인 이유 중에 하나는 심즈 온라인 게임 세상에서의 매춘이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였다.

심즈 온라인 게임 속 매춘의 주인공이 미성년자임이 밝혀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심각해진 후로 게임의 인기는 날로 하락했고 결국엔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서비스 종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게임 내 잦은 버그들도 문제가 되었지만, 결정적인 이유 말고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게임 속 청소년 매춘 사건은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했을 뿐이지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심즈를 하는 사람들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 있었다.

심즈를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만의 사적인 공간을 침범받고 간섭받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안 그래도 현실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시달리며 번잡하고 달갑지 않은 일들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것 때문에 삶이 지치고 고달픈 이들이 많았다.

그런 것 없이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심즈가 인기가 있었다. 그걸 다시 온라인화해서 사람들이 북적대면 현실에서 피하고 싶었던 일들이 다시 또 생겨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이유로 온라인 게임 세상을 기피하는 사람도 많았던 것이다. 

[심즈 온라인]유튜브(/watch?v=l6P3yyGrRzw&feature=emb_logo)

 ■ 6년 만에 서비스 종료 공지...헨리 로우드 박사 ‘종말’의 나날 기록하며 ‘감명’

기대와는 달리 큰 수익이 나지 않자 회사의 입장에서는 달가운 게임이 아니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년 적자를 내는 게임으로 서비스를 지속할 이유가 없었고 당연히 서비스 종료도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매년 적자를 안고 가면서도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비스를 해준 것에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심즈는 6년을 버티고 EA는 ‘심즈 온라인’의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게 된다. 서비스 종료 공지를 본 유저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지만 그들도 이내 수긍했다.

‘심즈 온라인’은 상위 랭크에 속할 만큼 아주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은 아니었다는 것을 유저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평온을 느끼는 안식처로 살아왔던 사람들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고 ‘심즈 온라인’ 세상 속의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세상의 마지막 날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정확히는 스피노자가 아니라 마르틴 루터의 말이다)의 사상을 따라 사과나무를 심은 사람들도 있었고 게임 속 친구들과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헨리 로우드]유튜브(/watch?v=2YSj3JVp9kY)

이 최후의 순간이 도래할 때쯤 남다른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었는데 스탠퍼드 대학의 과학기술사 연구교수 겸 과학기술사 박물관 관장이자 컴퓨터학과 교수였던 헨리 로우드 박사였다.

그는 비록 게임 속 세상이지만 세상의 종말이 도래했을 때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인간 본성에 악한 심성이 그대로 표출되어 대규모 폭동이나 악행을 일삼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헨리 로우드 박사는 심즈 온라인의 마지막 날을 기록하기로 했다.

헨리 로우드 박사는 평소에도 열광적이고 경쟁심을 유발시키는 게임세상에서 공동체 내의 각 개인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관심이 많았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삶의 증거인 현장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헨리 로우드는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가장 현실성을 반영하여 실제와 비슷한 생활양식을 보이는 ‘심즈 온라인’의 서비스 종료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행여라도 광기와 혼란의 도가니가 될 것을 우려한 헨리 로우드 박사는 자신의 우려와는 달리 ‘심즈 온라인’ 세상 속에서 사람들의 놀라운 행동을 눈여겨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그 동안 만나게 되어 즐거웠던 일과 고마웠던 일에 대해 덤덤히 얘기를 나누며 마지막 작별의 순간을 기다리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평온한 죽음이라는 것이 있을까? 언젠가는 누구나 맞이하게 되고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죽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삶의 진리이자 순리이지만 그 누구도 매일 같이 그에 대해 생각하거나 걱정하지는 않는다.

게임 속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자신과 동일시 하며 자신의 캐릭터에 부여했던 감정들과 함께 교류했던 지인들이 이제 내일이면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온라인 게임 속 세상의 죽음이었다.

현실을 거부하고 온라인 세상 속의 새로운 삶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서비스 종료라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형선고나 다름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듣고 좌절과 절망에 빠졌지만 그로 인해 모든 것을 거부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훼손시키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헨리 로우드.사진=milanmachinimafestival blog]

이런 부분에 헨리 로우드는 큰 감명을 받았다. 자신들의 터전에서 한 명씩 사라지는 온라인 세상 속의 친구들을 보면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어차피 많은 게임 중에 하나일 뿐이고 게임 속 캐릭터의 죽음 따위 누가 크게 신경이라도 쓸까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부끄러워했다.

그렇게 ‘심즈 온라인’의 서버 전체에서 자신과 이웃들의 추억을 되새기며 고별의식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 ‘Time to Say Goodbye’가 울려 퍼지면서 차례대로 서버의 전원이 내려갔다. 현실 세상에서는 단순히 서버에 공급되던 전원이 내려갔을 뿐이지만 온라인 게임 세상 속에서는 천천히 죽음의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고 최후의 서비스 종료 메시지와 함께 그렇게 ‘심즈 온라인’의 세상은 종말을 맞이했다.

‘심즈 온라인’은 비록 EA의 사업적 손실과 여러 가지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하여 실패작으로 낙인 찍힌 비운의 게임이기는 했어도 게임 속 세상의 사람들까지 실패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심즈 온라인은 그렇게 우아하게 세상의 종말을 맞이한 게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 한국 온라인게임 100여종 서비스 종료...‘트릭스터’ 6년 지나도 ‘추억’ 이벤트

해외의 사례와 더불어 국내의 게임들도 온라인 게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당연히 서비스 종료의 수순을 밟는 게임들이 많았는데 현재까지 서비스 종료된 국내 온라인 게임만 해도 무려 100여종이 훨씬 넘는다. 짧으면 불과 며칠도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부터 10여년이 넘도록 운영하고 있는 게임도 있다.    

[트릭스터]유투브(/watch?v=SHQxSBOrNgU)

‘트릭스터’ 게임도 10년 넘게 서비스하던 게임이었다. 2003년 4월 출시하여 2014년 1월 28일 서비스 종료를 했는데 동물 캐릭터와 드릴로 시작된 ‘트리스터’라는 게임은 2D 기반의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유저들간의 친목이 활발한 게임으로 인기가 많았다.

필드 PvP 콘텐츠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유저들간의 다툼이나 경쟁요소보다는 서로 돕고 챙겨주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게임이었다. 하지만, 개발사의 차기작인 ‘엘리샤’의 성적 부진과 마이너한 장르의 부족한 유저 수에 따른 수익 악화가 게임 서비스 종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비스 종료 마지막 날 유저들은 마지막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남겼다.

보통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 종료가 되면 유저들의 거센 항의와 함께 환불조치 및 규정된 처리 지침 에 따라 서비스 종료가 진행되지만, 특이한 경우 게임의 생명이 계속 이어져가는 경우가 있다.

직접 서비스는 못 하더라도 팬들이 모여 2차 창작물을 꾸준히 생산하는 활동을 하거나 모금 활동이나 지원을 통해 프리서버를 운영하는 경우가 그것인데 ‘트릭스터’도 마찬가지로 지금도 해외에서 프리서버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찾고 있는 유저들이 제법 많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트릭스터’의 팬들이 블로그나 카페를 운영하면서 아직도 게임을 잊지 않고 기념일을 챙기며 추억하고 있다. 서비스 종료 6년이나 지난 게임을 추억하며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보통의 게임의 경우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니 게임 하나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볼 부분이다.

[트릭스터 6주년 이벤트. 사진=트릭스터 네이버 블로그]

비록 게임 속 세상은 종말을 맞이했지만 사람들의 염원이 모이고 모여 또 다른 곳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난극당치(亂極當治)’라는 말이 있다. 혼란이 극에 달하면 새로운 질서가 온다는 뜻이다. 작게는 온라인 게임의 종말 이후 새로운 서버로 다시 시작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더 크게는 현실 세상에서 질병과 싸우고 있는 지금의 세상을 표현하기에도 적당한 말이 아닐까 싶다.

혼란한 세상에 새로운 질서가 정리되고 있다. 강국이라 알려진 나라의 어설프고 부족한 부분들이 여실히 드러나고 약국으로 오인받았던 나라들의 실질적인 강점이 나타나면서 질병관리의 기존 질서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문화와 역사가 재조명 되고 있다.

이제 전 세계는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 패치 중이고 이 패치가 끝나고 나면 운영관리 수준이나 서비스 내용에 따라 유저들의 냉엄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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