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세상으로 본 질병의 세계2-게임 ‘마비노기’의 만돌린 연극제 테러사건

[연극제 모인 유저들]유튜브(/watch?v=hd2v1NCJ2AM0)

게임 세상으로 본 질병의 세계2-게임 ‘마비노기’의 만돌린 연극제 테러사건

게임별곡 지난 편에서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 되었던 글로벌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피의 학카르’ 사건을 소개했다.

해외게임이 아니어도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 어이없을 정도로 막장 사건 중에 마비노기 ‘만돌린 연극제 테러사건’이 있다.

‘만돌린 연극제 테러 사건’은 질병의 전파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선량한 시민의식과 질서의식이 개념을 상실한 순간 어떻게 혼돈의 지옥 문이 열리는지 잘 보여준 사건이다.

때는 2010년 12월 10일 만돌린 서버에서 협동 연극제를 한다며 서버의 유저들에게 광고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부터 열심히 광고한 덕분에 연극제 당일 꽤 많은 사람들이 연극제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처음에는 생각 의외로 모두가 높은 수준의 질서의식을 잘 보여주었다. 진행 요원들도 열심히 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했고 사람들도 잘 따라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연극이 끝나고 발생했다.

연극이 끝나고 추첨이벤트를 할 때 관중석에서 누군가 ‘아이스 마인’을 하나 깔았던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아이스 마인은 일종의 얼음 지뢰 아이템으로 아이스 마인 위에 몬스터가 올라서면 이름 그대로 마인(지뢰)이 작동하여 얼음폭발이 일어난다.

아이스 마인은 1차 폭발 후 폭발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을 다 얼려버리는데 그렇게 얼어붙은 상태에서 2차, 3차, 4차 연쇄폭발이 거듭해서 발생한다. 원래 아이스 마인은 몬스터 퇴치용으로 몬스터가 밟아야 터지지만 첫 폭발 이후에는 주변에 있던 유저들도 폭발의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를 필요로 하는 아이템이다.

이러한 속성을 악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아이스 마인을 설치했고 그때를 노려 또 누군가 화살을 쏘아 아이스 마인을 폭파시키는 테러를 감행했다.

[아이스 마인 테러 현장]유튜브(/watch?v=hd2v1NCJ2AM0)

연극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가운데 그렇게 아이스 마인이 폭발했고 사람과 사람을 타고 아이스 마인 아이템의 부가효과대로 연쇄폭발이 일어나면서 빽빽하게 모여있던 사람들이 전원 사망할 때까지 이 죽음의 연쇄폭발은 계속 되었다. 당시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고 혼돈과 절규의 도가니였다.

온갖 욕설이 화면을 도배했고 그렇게 전원 사망 후 몇 명의 유저들이 간신히 캐시 아이템을 사용하여 부활에 성공했지만, 이미 깨진 선민의식의 질서는 회복되기 어려웠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신뢰의 수준은 바닥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성질이 난 유저들 중에는 자신들도 아이스 마인을 터트리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모든 연쇄폭발 후 전원 사망으로 사건이 끝나고 진정되어 가던 차에 지하인 줄 알았던 지옥의 바닥이 지하 2층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다시 한 번 연쇄폭발이 일어나면서 간신히 살아 남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지옥에 떨어지게 되고 화면에는 죽음에서 구원을 바라는 유저들의 주황색 깃털만 가득했다.

[아이스 마인 테러 현장]유튜브(/watch?v=hd2v1NCJ2AM0)

그렇게 연극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좋은 의도로 모였던 선량한 시민들은 순식간에 악마가 되었다. 물론 모든 유저들이 분노를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충분히 지옥 같은 상황이 됐고 온 세상이 하얗게 연쇄폭발로 화면을 가득 메웠다.

테러 처음에는 주최측과 몇몇 선량한 유저들이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침착하세요”, “진정하세요”라고 애원하듯이 말렸지만 그 때마다 화면 가득 아이스 마인이 터져나갔고 결국 주최측도 던전 밖으로 말을 타고 이동해버려 던전은 아귀들의 싸움터가 되었다.

연극제를 굳이 던전 안에서 했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기도 했는데 마을 안이라면 아이스 마인을 설치할 일도 없거니와 그것이 폭발할 일도 없었겠지만 던전에서라면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연극 장소로 던전을 선택한 것은 난입자를 최소화하고 렉이 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는데 오히려 난입한 누군가로 인해 아이스 마인 테러 사건이 터졌고 막판에 연쇄폭발이 거듭되면서 랙이 증가하여 아이템을 분실하고 찾지 못하는 유저도 있었다.

[아이스 마인 테러 현장]유튜브(/watch?v=hd2v1NCJ2AM0)

이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마비노기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되었는데 열심히 연극제를 준비한 유저들은 두고두고 마인 설치한 사람과 터트린 사람을 원망했을 듯 하다.

마비노기는 이 테러 사건이 있기 전에도 ‘밤스티드 폭파 테러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은 무려 GM 캐릭터까지 폭발로 사망하는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된 사건이다.

밤스티드는 말처럼 생긴 몬스터인데 이 몬스터의 아크리치에 특정스킬을 쓰면 자폭을 한다. 이 점을 이용하여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악당 같은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밤스티드를 터트리는 것이다. 이 문제로 억울하게 당한 유저들이 GM에게 항의하여 이 문제를 개선해 줄 것을 수 차례 요구했지만 내부의 사정이었던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적극적으로 수정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었다.

[밤스티드 테러 현장]유튜브(/watch?v=OowHrxQ8uS8)

하지만, 2009년 6월 18일 마비노기에서 GM 연주회 이벤트가 있던 날 어떤 유저가 연주회장에서 ‘밤스티드’를 터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폭탄 테러를 한 이유가 GM 캐릭터는 무적인지 알고 싶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실제로 당시 밤스티드를 터트리기 직전 “GM은 무적인가요?”라는 질문과 함께 폭발 테러를 했는데 이런 초유의 사태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탓인지 GM은 무적이 아니었다는 것이 이 폭발 테러로 여실히 증명되었다.

밤스티드 문제는 이미 선량한 유저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면서 계속해서 수정을 요구했고 밤스티드의 악용사례에 대한 보고를 계속했다. 하지만 GM들에게 무시당하고 거절당해 쌓이고 쌓인 감정을 표출한 것인지 처음부터 계획된 소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GM캐릭터는 밤스티드 폭발로 인해 본인들의 캐릭터가 사망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 나서야 6일 뒤에 업데이트 패치되어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물론 진작에 할 수 있는 것을 정작 자신들이 당하고 나서야 수정했다는 이유로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도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밤스티드 테러 사건 외에도 스파크 테러나 결혼식장 테러 등 다양한 테러들이 발생했는데 이런 사건들은 구성원 모두가 선량하며 서로를 위하는 호의적인 태도로 상대를 대한다는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 어떤 지옥이 펼쳐지는지 잘 보여준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현황]출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그 외에도 여러 온라인 게임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굉장히 많지만 이번에 굳이 테러 사건을 짚어보는 이유는 지금의 감염병 위기대응에 대한 문제와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각 국가마다 정책이 판이한 상태를 보이는데 대만과 같은 초기폐쇄형이나 미국과 같은 사후통제형과 더불어 한국과 같은 고비용관리 형태와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로 손을 뗀 듯한 방임형을 취하는 국가들도 늘어가고 있다. 각 국가마다 서로 다른 접근법을 택하는 이유는 각 국가마다의 인프라 구축 문제나 비용의 처리 문제 등 복잡한 문제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단면역형’이라는 새로운 방법이 도입되는 나라들도 늘어가고 있는데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전체 구성원간의 확실하게 인지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위와 같은 테러에 가까운 만행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게임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현실성이 없다고 보기에는 최근 현실에서도 위와 같은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비슷한 예로 코로나 사태로 문제가 불거지는 것 중에 하나가 자가격리자 무단이탈 사건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잦은 무단이탈자로 인한 사회적 문제로 현 법률을 개정하여 방역당국의 입원 또는 격리 지침을 위반한 자는 원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으로 처벌수위가 강화 되었다.

집단면역형과 같은 국가적 방침을 행하지 않는 이상 자가격리 원칙을 어기고 무단이탈하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혹은 고의적으로 선의의 다수를 향한 테러와도 같은 행위이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처벌수위나 감시체계를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WHO – 게임하자 캠페인]

이런 와중에 때아닌 논란의 대상이 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이 모든 사태와 밀접하게 관리되어 있는 국제적 질병관리 기관 WHO(World Health Organization)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이슈가 되고 있는 기관이지만 한때 WHO는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게임업계와 유저들에게 지탄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과 '인터넷 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 등으로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같은 해에 발의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서는 게임을 알코올과 인터넷게임, 도박, 마약 등의 각종 중독을 예방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었을 정도로 게임은 마약류와 함께 동급 중독물질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게임은 각종 이권 단체와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심각한 질병으로 분류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며 게임업계와 날을 세우곤 했다. 그런데 최근 WHO는 그 행보에 변화가 생겨 관련업계 담당자들을 당황하게 했는데 WHO는 불과 1년 전인 2019만 해도 '게임이용장애'라는 항목으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WHO 사무총장이 “집에서 음악 감상, 독서, 게임을 하자”고 하면 너무 어이가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심각한 마약물질처럼 지탄받았던 게임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다시 역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급한 것이 코로나이기 때문에 잠시 표적을 바꿨을 뿐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인데다가 WHO의 이런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게임 과몰입 등의 장애는 질병이라고 했던 WHO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이 ‘#Play Apart Together Campaign’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게임사들과 함께 게임 플레이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뉴스에 ‘게임 장애(Game Disorder)’ 항목을 질병코드로 등재한 WHO 입장에서 어쩌면 저런 상반된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할 수 있는지 황당함과 뻔뻔함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잠시라도 게임에 대한 순기능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현재와 같은 팬데믹한 사회적 현상에 도움이 된다면 그건 그대로 좋을 일이다.

[게임하자 캠페인]출저: 라이엇게임즈 공식 트위터

벌써부터 액티비전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카밤, 아마존앱스토어, 트위치, 징가, 유티니테크놀로지스, 유튜브 게이밍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인 게임 업체들이 WHO와 함께 ‘#Play Apart Together Campaign’에 동참하는 중이다.

물론 그 속내는 참 쓰릴 것 같지만 좋은 기회는 기회대로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해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더 개선되고 많은 이들에게 활력이 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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