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제주신화, 성산 제2공항 등 ‘섬의 서사’로 이방군대 극복 의지

“이중초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어려운 코드가 아니라 ’쉬운 메시지’다.”

이주 사진가에서 제주 사진가를 꿈꾸는 이재정 작가가 3개 지역의 대안공간을 찾아 순회전은열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중초상화(double portraits)란 표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대구 김광석 거리, 파주 헤이리, 서울 성북동을 여행하듯이 경유한다.

대구 김광석 거리에 위치한 예술공간 ‘바나나 프로젝트’ 전시가 지난달 29일 오픈했고 파주 헤이리예술인마을 ‘사진공간 크레타’ 전시가 6월 3일에서 7월 15일까지, 마지막 전시는 서울 성북동(삼선교 인근) ‘텝공간’ f64에서 6월 7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다. 모두 육십여 점의 다른 작품이 전시된다.

이재정 작가는 “나는 제주 4.3, 제주신화, 성산 제2공항 문제 등 섬의 서사(敍事, narrative)를 통해 함께 이방군대의 침탈을 극복하려는 섬사람들의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결국 관람자들과의 호흡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취재차 제주를 방문했다 제주의 서사에 마음을 뺏겨 머물게 된다. 7년 동안 제주신화, 제주 4.3, 제주예술가를 보도사진의 시각으로 기록했다. 지금은 제주의 난개발에 마음을 다쳐 다큐멘터리로 전환 중이다.

작가가 대면한 화산섬 제주는 그 자체가 서사였다. 제주 4.3 이후 강정해군기지, 성산 제2공항, 영리병원 문제 등 섬은 심지어 지금도 활화산처럼 섬의 서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는 “‘제주가 뜬다’는 것은 아이러니의 극치다. 7년여 동안 섬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경계가 만들어지고 떠밀리고 넘치는 사정들에 민감해지는 가운데 정작 작가는 이주민이라는 계급장을 얻게 된다”고 전했다.

지난 7년, 보도사진으로 기록 중심의 아카이빙에 천착하다보니 예술사진의 욕망은 실종되고 난개발 폐해의 정점을 치닫는 요즘 화산섬을 마주하면 보다 ‘적요한 제주사진가’로 머물고 싶다.

제주 4.3 이후 강정해군기지, 예래휴양단지, 성산 제2공항, 영리병원 문제 등은 적요한 제주도민으로 살아내기에도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지칭되고 표현된 이방군대도 어쩌면 마주한 것들의 배후에는 권력화한 국가와 지역, 그리고 개발 만능주의를 은유한 것일지 모른다.

사각 프레임이 던지는 작가의 물음은 묵직하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순간 사라진 것들과 서릿발처럼 가슴에 꽂힌 것들을 날 것 그대로 꺼낸다. 제주라는 서사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던 ‘육짓것’이란 딱지를 억지로 떼어내는 대신 렌즈라 부르는 ‘거울’을 들이대 균열을 원했다. ‘이중초상화’는 그런 의미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지만, 제주를 선택했고, 집중했으며 지키고 싶은 바람이 강하다는 입장은 작가만의 무기가 됐다.

그는 “이 전시는 제주에 대한 난개발에 관한 보고서,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명주 1동이 모자라 뭍과 연결되지 못한 아름다운 신화가 사라지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뭍에서 내려와 제주 원시시대를 영원히 사각 프레임에 봉인한 고 김영갑 사진가처럼 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품에 남겨진 것은 돌아오지 못한 아니 돌아가지 못한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상실을 빼놓고 한마디도 설명할 수 없는 이주 사진가로 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시선 하나를 만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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