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과 힙합 제친 최고 인기음악 장르, 페스티벌-클럽 음악 EDM 매력

[익시전 (Excision, 86년생, 캐나다), 출처: 익시전 공식홈]

‘EDM’은 현재 록과 힙합을 제치고,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페스티벌/클럽 음악이다. 혹자는 이제 ‘EDM’은 음악적으로 쇠퇴기라 평한다. 하지만 대중들의 EDM에 대한 열기와 관심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EDM(Electronic Dance Music)’이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대략 2012년 무렵부터였다.

[세계적인 EDM 페스티벌인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UMF), 출처: 유튜브]

그전부터 전자악기 위주의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혹은 ‘댄스 뮤직(Dance Music)’ 이란 장르가 존재했지만 ‘EDM’은 그것들의 서브 개념으로, 감상용보다는 춤을 추는 것에 더 최적화하여 개발된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의 EDM 관련 사전에 의하면 EDM은 “클럽이나 페스티벌에서 DJ가 ‘끊김없이(seamless)’ 믹스하여 플레이할 수 있는 댄스뮤직”이라 정의하고 있다.

[초창기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출처 유튜브]

사실 ‘EDM’의 역사는 40년이 넘는다. 다만 ‘EDM’이라는 이니셜이 탄생된 것이 얼마 안 될 뿐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일렉트로’ 장르와 ‘시카고 하우스’ 등이 언더그라운드 클럽들을 통해 발전되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초 ‘EDM’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자, 미국의 페스티벌 회사들이 ‘EDM’이란 단어를 브랜드화시켜 글로벌하게 퍼뜨리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개그맨 박명수 등 연예인에 의해 ‘EDM’이라는 존재가 대중들에게도 알려졌다.

EDM이 널리 퍼지게 된 또 하나의 요소는,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이다(물론 잘 만들기는 엄청나게 어렵다. 단지 입문이 쉬워졌다는 의미).

초창기 굉장히 고가이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가 소프트웨어 악기로 부활한 ‘사일렌스원 (Sylenth1)’은 EDM의 부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또한 오디오 샘플 소스(Audio Sample Source)를 다루기 쉬운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e Live)’ 나 ‘에프엘 스튜디오(FL Studio)’ 같은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 소프트웨어들의 탄생으로, 젊은 천재 EDM 프로듀서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가상악기의 혁명, 사일렌스원,(Sylenth1), 출처: 유튜브]

이러한 EDM이 유행하기 전, ‘나이트 클럽’에 갔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그때는 신나는 댄스 타임이 이어지다 지칠 때쯤 되면 이른바 블루스 타임이라 불리던, 느린 음악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연배가 좀 있는 독자라면 그때의 추억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EDM이 클럽을 장악하며 유행하게 된 후로는 블루스 타임이 사라졌다. 음악이 끊기지 않고 계속 플레이된다. 심지어 DJ가 교체되는 순간에도 음악이 계속 흐를 때도 있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해졌을까?

그 비밀은 EDM이 갖춘 수학적인 곡 구성에 있다. 거의 대부분의 EDM은 아래 그림과 같은 곡구성을 갖추고 있다.

[EDM의 곡구성]

‘인트로(Intro:전주)’에서는 이른바 ’공박(디제잉 속어, 음악없이 박자만 나온다 하여 공박이라 부른다)’이라 불리는 드럼 비트가 16마디 동안 전개된다. 이 부분에서는 특별한 멜로디가 포함되지 않는다(아래에 그 이유가 나온다). 그리고 거의 모든 리듬이 꺼지고 ‘브레이크 다운(Break Down)’되며 곡의 ‘Verse(노래의 절)’가 시작된다. 이 부분에서는 강한 비트가 나오지 않고 주요 테마가 되는 멜로디가 연주되거나 ‘피처링 보컬(Featuring Vocal)’이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Verse’ 파트에 이어 ‘빌드업(Build Up)’ 파트로 넘어간다. 16마디의 ‘빌드업’이야말로 EDM만의 특허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점차 드럼비트가 추가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각종 고조(Uplift) 되는 효과의 ‘삐유우우웅~’하는 FX 음향 효과들이 작열된다. 비트가 점점 빨라지며 1/32 혹은 1/64박자까지 드럼 비트가 쪼개진다. 그리고 네 마디 정도의 공백을 두고 모든 연주가 멈춘다. 마치 큰 도약을 위해 잔뜩 움츠린 듯한 태세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드랍(Drop)’파트가 터지듯 시작된다.

앞서 ‘빌드 업’ 파트에서 터질 듯 말 듯 분위기를 고조시킨 다음이기에, 빵!하고 터지는 음악의 클라이막스는 관객들을 열광시킬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강한 비트와 꽉찬 사운드로 16마디(간혹 24마디나 32마디인 경우도 있다)의 ‘드랍’이 플레이 된 후, 다시 ‘브레이크 다운’으로 넘어간다.

이러한 EDM의 곡구성은 약간씩의 마디 변형을 통해,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가요나, 팝, 힙합에도 차용된다. 그만큼 듣는 이의 감정을 클라이맥스에서 터뜨릴수 있도록 잘 설계된 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곡구성이 갖는 정말 중요한 비밀은, 바로 끊김없는 ‘Seamless’성이다.
앞선 그림을 연결시키면 아래와 같이 딱 맞물리는 그림이 나온다.

[트랙들이 믹스되는 구조]

즉, 디제이는 ‘A’라는 트랙의 ‘드랍’이 시작되는 순간, (자신만이 듣는) 헤드폰으로 ‘B’라 트랙을 찾아 ‘인트로’부터 플레이시킨다. 이때 반드시 ‘B’트랙의 ‘Bpm(1분당 박자수: Beats per minute, 곡의 빠르기)’을 같게 맞춰야 한다.

그 후 ‘드랍’이 고조될 때 조금씩 B트랙의 ‘볼륨 페이더(Volume Fader)’ 를 올린다. 앞서 말했 듯 ‘인트로’는 리듬 위주이기 때문에 음악이 섞어도 크게 위화감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 A트랙의 드랍이 끝날때 재빨리 B트랙의 볼륨 페이더를 최대로 올리고, A트랙의 ‘페이더’는 내려버린다. 그러면 감쪽같이 다음곡의 ‘브레이크 다운’이 연결되어 시작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계산적인 곡 구성 덕분에 디제이들은 직관적으로 끊김없이 음악을 틀 수 있게 되었고, 관객들도 ‘드랍’에서는 춤을 추고 ‘브레이크 다운’에서는 쉴 수 있게 되므로 ‘블루스 타임’도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사실 디제잉 기술의 핵심은 이같은 행위의 연속이다. 하지만 실력이 좋은 디제이는 자신이 틀 트랙들의 구성을 전부 숙지해야하고, 또 관객들의 심리나 분위기를 잘 이끌 수 있는 순발력있고 좋은 선곡을 해야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현재 EDM 카테고리에서 인기있는 장르는 하우스(House), 트랜스(Trance), 테크노(Techno), 드럼 앤 베이스(Drum N Bass), 덥스텝(Dubstep), 퓨처 베이스(Future Bass), 하드 댄스(Hard Dance) 등이 있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서브 장르들이 만들어 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EDM의 장르들은 주로 ‘리듬과 사운드’에 따라 구분되어지고 있다.

아래는 필자가 선정한 EDM의 인기 장르별 대표곡들이다.

[아비치 (Avicii, 89년생, 스웨덴, 올해 4월 자살로 생을 마감), 출처: Avicci 공식홈]

‘하우스 (House)’

디스코에서 발전된 장르로 1박자마다 킥 (큰 북)이 들어가게 되어 ‘쿵 쿵 쿵 쿵’하는 스트레이트한 리듬이 메인이 된다. 여기서 ‘하우스’란 집(Home) 이 아닌 ‘클럽(Club)’을 뜻한다.  Bpm은 100~130이 일반적으로, 128 bpm이 거의 표준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인기있는 장르로 일렉트로 하우스 (Electro House),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Progressive House), 빅룸 (Big Room), 트로피컬 하우스 (Tropical House), 퓨처 하우스 (Future House) 등 다양한 서브장르가 있다.

-대표곡
 아비치(Avicii) - Wake Me Up
앨런 워커(Alan Walker) - Faded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 - Titanium

[일레니엄(Illenium, 90년생, 미국), 출처: 일레니엄 공식홈]

‘퓨처 베이스 (Future Bass)’

힙합적인 느린 리듬과 미래적인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결합된 장르. 베이스 뮤직 (베이스가 주가 되는 전자음악계의 무브먼트) 중 가장 대중적인 장르이다. Bpm은 130~165정도가 일반적이며. 최근 팝이나 가요에서도 많이 차용되고 있다.

-대표곡
 일레니엄(Illenium) - Fracture
플럼(Flume) - Never be like you
마시멜로(Marshmello) - Alone

‘덥스텝 (Dubstep)’

쿵-빡, 쿵-빡이 반복되는 느린 투 스텝 리듬과 마치 공룡 울음소리같은 와블 베이스(Wobble Bass)가 특징인, EDM에서 가장 헤비하고 요란스런 장르. ‘스크릴렉스(Skrillex)’ 에 의해 대중화되었고 금방 유행이 끝나는 듯 했으나, 현재는 그때와는 좀 다른 사운드로 덥스텝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대표곡
 익시전(Excision) - The Paradox
슬랜더 & 라이엇 (Slander & Riot) - You don’t even know me
갬머(Gammer) - The Drop

[제이드 키 – Mesmerizer (Feat. EB), 출처: 유튜브]

‘하드 댄스(Hard Dance)’

초창기 전자 음악들에서 쓰이던 거칠고 원시적인 소리들이 많이 쓰이는 장르로 bpm 150-200의 (어떤 곡은 bpm 1000인 곡도 있다) 굉장히 빠른 bpm을 자랑한다. 하드스타일 (Hardstyle), 하드코어 (Hardcore), 로우스타일 (Rawstyle) , 해피 하드코어 (Happy Hardcore) 등의 서브장르가 있다. 필자의 데뷔 EP가 이 장르를 추구했었다.

-대표곡
 헤드헌터즈 (Headhunterz) - Destiny
 S3RL - All that I need
앵거피스트 (Angerfist) – Pennywise

글쓴이=류기덕 PD jadekeymusic@gmail.com   

류기덕 PD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1집에 참여했다.

이후 게임사 소프트맥스, 이오리스게임즈를 거쳐 위메이드에 입사해, 중국에서 20년 이상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그래픽 총괄을 맡았다.

이후 게임 PD로 17년 위메이드에서 맹활약하다 2017년 돌연 음악 PD이자 작곡가로 데뷔해 음악계로 돌아왔다. 현재 제이드 키 뮤직(Jade Key Music) 대표/음악 프로듀서, CJ E&M 음악 퍼블리싱 소속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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