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드 EDM '롤드컵' 주제가-게임 음악의 장인 코시로 유조 ‘일렉트로닉’

[게임음악 롤드컵으로 유명한 제드.유튜브(watch?v=e05QCEdkt_w&t=69s) 캡처]

[류기덕의 필소굿 5] 최근의 EDM으로 대표적인 게임음악은 제드(Zedd, 1989년 러시아 출생)의 ‘이그나이트(Ignite)’라는 곡일 것이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2016년 ‘롤드컵’ 주제곡으로, 아직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그렇다면 EDM 장르 최초로 사랑 받았던 게임 음악은 무엇이었을까? 필자의 기억을 더듬어 추억을 소환해보았다.

한창 필자가 음악에 빠져있던 1980, 1990년대는 록 음악이 온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였다. 그랬던 시절, 필자가 처음으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에 매료가 되었던 계기는, 다름 아닌 게임 음악 때문이었다.

[메가 드라이브, 출처 세가 홈페이지]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지만, 당시 게임 음악은 단순히 게임의 흥미를 돋우는 장식적인 요소라 생각했었다.

처음으로 게임의 ‘BGM(배경음악, background music)’을 ‘음악'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던 건, 세가의 ‘메가드라이브(Mega-Drive, 세가의 16비트 가정용 게임기)’를 소유하고 나서부터였다.

[코시로 유조. 유튜브(watch?v=oXqNo_wZY-o) 캡처]

당대 최고의 게임음악 아티스트였던 ‘코시로 유조(Yuzo Koshiro, 1967년생)’의 게임음악이 필자를 ‘일렉트로닉 음악’의 매력으로 이끌었다.
 
그의 음악을 소개하기에 앞서, 메가 드라이브 명작 중 1990년에 출시되었던 ‘썬더포스 (Thunder Force, 횡스크롤 슈팅-테크노 소프트)’ 시리즈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 Original Soundtrack)를 빼놓을 수가 없다.

당시 뛰어났던 2D 스프라이트(Sprite) 처리기술과 극악 난이도로 매우 인기가 높던 게임이었는데, 이 게임의 음악 또한 매우 참신했다.

시리즈 4편(1992년, 테크노 소프트)에 와서 게임의 완성도와 게임 OST 또한 만개하게 된다.  4편의 음악은 FM 사운드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로, 헤비 메탈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미학적 조화를 비로소 완성하게 된다.

[무사 알레스터, 출처: 유튜브]

또 하나, 메가 드라이브 사상 록 음악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조화가 가장 뛰어났던 게임음악으로 ‘무사 알레스터(종스크롤 슈팅, 1990-컴파일)’의 OST도 언급 안 할 수 없다.

FM 음원(주파수 변조(Frequency Modulation)를 이용하는 소리를 합성하는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마치 초창기 ‘메탈리카’나 ‘헬로윈’ 같은 ‘스피드 메탈’을 듣는 듯한 멜로디와 에너지를 표현했던 게임 음악이었다. 당연히 필자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게임의 컨셉과 게임성이 꽤나 뛰어났던 게임이기 때문에 지금 에뮬레이터로 즐겨봐도 충분히 빠져들 만한 명작 슈팅게임이다.

[슈퍼 시노비, 출처: 유튜브]

이제 전설적 게임음악가 ‘코시로 유조’의 음악을 소개할 순서가 왔다.

‘코시로 유조’는 3살 때 피아노, 5살 때 바이올린, 8살 때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음악작곡가 ‘히사이시 조(’천공의 성 라퓨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등 지브리 스튜디오 대표작의 음악감독)’에게 피아노 교육을 사사받은 천재 뮤지션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최초의 ‘인기 게임음악가’였다. 오죽하면 ‘Yuzo Koshiro’라는 크레딧이 게임 타이틀 화면에 표기될 정도였다.

필자가 코시로의 음악을 처음으로 들었던 게임은 ‘슈퍼 시노비(Super Shinobi, 1990-세가)’라는 횡스크롤 액션게임이었다. 닌자를 소재로 한 ‘세가(Sega)사’의 개발작으로, 액션성이 출중해 당시 매우 큰 인기를 얻었던 게임이다.

이 게임의 성격을 완성시켰던 요소 중 하는 분명 게임의 OST였다. 그 음악들은 지금 들어보아도 정말 혁신적이다.

브레이크 비트(Break Beat:4분의 4박자의 비대칭 드럼 패턴을 특징으로 가지며, 당김음과 폴리리듬이 기본적인 비트)를 기반으로 한 ‘테크노(Techno)’ , ‘하우스(House Music/1박자 마다 Kick이 들어가는, 댄스음악의 대표적 장르),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당시 하드웨어 성능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로 펼쳐냈다.

[베어너클 OST 앨범, 출처: Alfe Records]

‘동양적인 선율’과 ‘트렌디한 사운드의 조화로움’으로 이름을 세계에 알렸던 그가, 진정 일렉트로닉 음악가로 거듭났던 작품은 ‘베어 너클(Bare Knucke, 1991/세가 발매, 영문명 Street of Rage)의 OST 였다.

‘세계의 어린이들이 베어 너클을 통해 하우스 뮤직에 입문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음악은 초창기 ‘일렉트로니카’의 표본을 만들었으며, 유명한 힙합 프로듀서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가 그의 음악은 ‘진품 댄스 음악’이라 극찬을 할 정도였다.

지금 들어보면 ‘어반 힙합(Urban Hip Hop)’을 표현한 타이틀 곡’Street of Rage’, 故신해철의 ‘재즈 카페’를 연상시키는 2번 트랙 ‘플레이어 세렉트(Player Select)’도 멋지지만, 이 OST 앨범의 백미는 역시 첫번째 스테이지 음악인 세번째 트랙 ‘파이팅 인 더 스트리트(Fighting in the Street)’이다.

초기 하드코어 테크노의 원형인 ‘메타 테크노’를 표방한 정통 하우스 비트에, 지금 들어도 믿기지 않는 세련된 사운드가 특징인 곡이다. 게임이 가진 도시적이고 기술적인 컨셉을 너무도 잘 표현한 명곡이다.

어떻게 게임 총용량이 4메가 바이트에 불과한 하드웨어적 한계를 이렇게 멋지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라는 격언을 떠올라게 하는, 열악한 사운드 시스템을 천재성으로 초월한 대표적인 케이스라 생각된다.

사실 ‘코시로 유조’는 그 이전에도 유명한 RPG 게임인 ‘이스(YS, 팔콤 발매)’ 시리즈와 슈퍼 패미컴 게임인 ‘액트레이저’의 OST로 이미 출중한 작곡 실력을 인정받았던 게임음악가였다.

[완간 미드나이트, 출처 완간 미드나이트 포럼]

그러나 그의 트렌디한 감각을 세계에 알린 작품은 역시 앞서 언급한 ‘베어 너클’ 시리즈였다. 이후 본인의 이름으로 세계 투어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최근엔 레이싱 게임 ‘완간 미드나이트(남코, 2016)’에서 트랜스 성향의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글을 쓰는 동안 그의 음악들을 들으며 오랜만에 다시금 필자의 초심으로 돌아가 보았다.

**다음 회에서는 본격적인 2010년대 EDM의 흥망성쇠와 세부 장르에 대하여 써보도록 하겠다.

글쓴이=류기덕 PD jadekeymusic@gmail.com 

류기덕 PD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1집에 참여했다.

이후 게임사 소프트맥스, 이오리스게임즈를 거쳐 위메이드에 입사해, 중국에서 20년 이상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그래픽 총괄을 맡았다.

이후 게임 PD로 17년 위메이드에서 맹활약하다 2017년 돌연 음악 PD이자 작곡가로 데뷔해 음악계로 돌아왔다. 현재 제이드 키 뮤직(Jade Key Music) 대표/음악 프로듀서, CJ E&M 음악 퍼블리싱 소속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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