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용 프로그램 ‘개러지밴드’부터 독학…본격적인 EDM 작곡가로

게임 개발 회사 부사장으로 일하던 필자가 다시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어린시절 꿈이었던 록 스타를 잠시 접어 두고 현실의 꿈을 좇으며 살던 내게, 잊었던 꿈을 다시 일깨워 준 계기는 다름 아닌 애플의 ‘개러지 밴드(Garage Band)’라는 태블릿용 앱이었다.

‘개러지 밴드’는 입문용 미디(MIDI) 프로그램으로, 굉장히 쉽게 작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이다. 내장된 루프(Loop: 반복되는 소리 소스)들을 활용해 정신없이 터치를 하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첫 습작을 만들게 되었다.

격세지감이었다.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던 필자는, 제대로 된 음악을 하려면 내가 모든 악기를 다뤄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미디’의 존재를 알기는 했지만 어렵고 먼 도구라 생각했다.

그 후 몇 개의 습작들을 취미 삼아 꾸준히 만들며,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에 재미를 들였다. 하지만 곧 태블릿 PC의 작은 화면과 사운드에 한계를 느끼고, ‘Logic Pro X(로직 프로 엑스)’라는 본격적인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작곡용 프로그램)를 설치해 독학을 하기 시작했다. ‘개러지 밴드’에 비해 훨씬 어려웠지만, 게임사에서 개발을 하며 많은 개발 툴들을 다뤄 봤던지라 이내 익숙해졌다. 그리고 숨어있는 많은 기능들에 놀라워했다.

혼자서 DAW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음악은 일렉트로닉 음악(Electronic Music: 신디사이저 위주의 전자 음악)이 제격이었다. 그 당시 좋아하던 다프트 펑크(Daft Punk)나 예전에 좋아했던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같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흉내 내며 많은 습작들을 만들다보니, 이 일을 취미로만 남겨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전문적인 스킬을 배우고 음악적인 인맥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무작정 ‘레코드 팩토리’라는 음악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카데미 입학은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 좋은 스승들을 만나게 되었고, 거기서 만난 가수 와일드베리(Wildberry)와 함께 작업한 앨범이, 나의 첫 앨범 ‘디어 하트(Dear Heart)’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노래를 잘 못 부르기 때문에, 내가 작업한 트랙에 노래를 불러 줄 사람이 늘 필요했다. 마침 우리 클래스에서 유일하게 노래를 잘 부르는 동기가 바로 와일드베리였다. 그녀에게 내가 만든 트랙을 들려주며 같이 작업을 제안했다. 다행히도 너무 좋다며 흔쾌히 승낙했고, 나오게 된 곡 ‘Take it Away’는 동기들 뿐 아니라 아카데미 선생님들까지 놀라게 할 정도의 결과물이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바로 ‘뷰(VIEW)’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기획했다. 목돈을 들여 녹음실도 차렸다. 내 역할은 앨범 기획과 제작 그리고 트랙 프로듀싱이었고, 와일드베리는 가사와 멜로디, 보컬을 맡았다. 총 4곡이 완성되었고 작년 7월 모든 음원사이트를 통해 출시가 되었다. 너무나도 떨리고 벅찬 순간이었다. 지인들의 따뜻한 응원에 힘입어 일렉트로닉 음악신에서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멜론 매거진에 ‘만만치 않은 신인’으로 소개되었고, 영국의 K-pop 매거진에도 인터뷰가 실렸다. 국내 가요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음악이라는 평가였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았지만, 작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 뒤로 운이 좋게 K-pop 작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어, 아이돌 음악도 몇 곡 발표했다. 그 중 일본 오리콘차트 18위를 차지했던 ‘빅스LR’의 ‘독(Poison)’이라는 곡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빅스의 소속사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의 초대로 그들의 콘서트를 관람 했는데, 내가 작곡한 트랙에 ‘라비’와 ‘레오’가 안무를 하며 노래하는 모습과 그에 열광하는 관중들을 보고, 찡한 보람과 감동을 느꼈다. 이 일을 선택하기 잘 했다고 스스로 느끼던 순간이었다.

최근에는 작곡가/프로듀서 류기덕이 아닌, 뮤지션 ‘제이드 키’로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JADE KEY’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곧 발매한다. 타이틀곡은 ‘프로듀스 101’ 출신 신인가수 ‘EB(이비)’가 피처링한 ‘Mesmerizer(메즈머라이저: 최면술사)’라는 곡이다. 이번에도 K-pop에서 거의 시도된 적 없는 ‘해피 하드코어(Happy Hardcore)’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류기덕 작곡가 PD jadekeymusic@gmail.com

    

류기덕 PD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1집에 참여했다.

이후 게임사 소프트맥스, 이오리스게임즈를 거쳐 위메이드에 입사해, 중국에서 20년 이상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그래픽 총괄을 맡았다.

이후 게임 PD로 17년 위메이드에서 맹활약하다 2017년 돌연 음악 PD이자 작곡가로 데뷔해 음악계로 돌아왔다. 현재 제이드 키 뮤직(Jade Key Music) 대표/음악 프로듀서, CJ E&M 음악 퍼블리싱 소속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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