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혼 닮았다...엑스재팬 파타-선미 작곡가 프란츠-조피디도 게임팬

[게임 ‘배틀그라운드 (Battle Ground)’ 출처: 공식사이트]

필자는 ‘음악인’이기 이전에 ‘게임 개발자’였다. 게임과 음악은 전혀 다른 형태이지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만나본 음악인들 중에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일 합동공연을 위해 내한한 록 밴드 ‘엑스재팬’ 출신 기타리스트 ‘파타(PATA)’ 처럼 ‘MMORPG'의 열광적인 팬이 있는가 하면, 최근 ‘선미’의 곡으로 1위를 차지한 작곡가 ‘프란츠’(본명 최석: 필자의 아카데미 스승)도 곡 마감을 마친 후에는 며칠이고 콘솔게임을 즐긴다. 유명한 ‘조피디’도 대화하다 보면 게임과 IT 산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필자 또한 지금도 최근 화제되는 게임이나, 내가 좋아하는 콘솔게임 시리즈들은 무조건 플레이 한다. 게임과 음악은 영화와 함께, 현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인기 있는 문화 콘텐츠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창작의 공통점, 즐기며 만들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게임과 음악, 둘 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도 공통점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첫번째는, 창작자 스스로가 ‘즐기며’ 만들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지금의 거대 게임사들도 스타트업 당시는 20대의 젊은 게임 개발자들로 이루어져 있었을 테고, 스스로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순수하게 즐기는 마음으로 게임을 개발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하여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대형기획사 자체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지만, 가장 중요한 ‘곡’을 공급하는 작곡가들은 대부분 프리랜서이거나, 소속 작곡가라 하더라도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는 예술가들이다.

작사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음악을 만드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재미있어 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작업에 몰입하고,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작업량을 자랑한다. 회사처럼 권위적으로 지시에 의해 작업을 한다면 그렇게 좋은 음악들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 완성도보다 흥행, 성공을 위한 정답은 없다

두번째는, 성공을 위한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에도 과거 자신의 경험에 빠져 ‘이 시스템은 이래야 된다’ 혹은 ‘이런 게임은 망한다’ 하며 새로운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리는 관리자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들은 그렇게 정답지처럼 만들어진 게임들이 아닌 경우가 많지 않은가.

최근 거대 게임사들이, 과거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능가하는 새로운 IP(지적재산권) 히트작을 쉽게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작은 스튜디오들이 예상을 뒤엎는 새로운 IP 히트작들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계에도 ‘코드는 이런 코드만 써야 한다’ ‘멜로디는 이렇게 써야 잘 팔린다’며 자신의 생각을 정답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음악가로써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스스로 꼰대가 되고, 트렌드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스크릴렉스 (Skrillex)’ 출처 edmsauce.com]

그런 잣대로 본다면 스크릴렉스(Skrillex: 미국의 EDM 프로듀서. 마이너 장르인 덥스텝을 대중화시켰다)의 음악은 악보로도 그릴수 없는 소음일 뿐이다.

완성도가 아닌 흥행여부로 성공과 실패가 가려지는 것이 대중예술이다. 어떤 음악이 뜨고 안뜨고는 절대 아무도 알 수 없고 쉽사리 예측하기도 힘든 것이 작금의 음악계이다.

■ 항상 변하는 대중, 트렌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세번째, 트렌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정답은 없다해도 대중들의 트렌드는 존재하며, 항상 변한다. 지금 가장 핫한 ‘방탄소년단’의 팬들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게 될 것이고, 새로운 세대들이 새로운 음악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러한 ‘사이클’이 돌아가고 있다. 당연히 지금에 와서 ‘방탄소년단’을 벤치마킹한다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예전에는 ‘록 음악’이 20대를 상징하는 트렌디한 음악이었지만, 지금 세대들에겐 부모님들이 좋아했던 음악이 되었고, 대신 그 자리를 ‘힙합’과 ‘EDM’이 차지하고 있는것과 같은 이치다.

‘EDM’ 장르 안에서도 트렌드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아무리 지금 핫한 작곡가라해도 잠시만 음악 듣기를 게을리 하면 ‘요즘 음악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며 옛날 사람이 되어 버리게 된다.

게임개발에서도 아무리 새롭고 신선한 재미를 구현했다 하더라도, 대중의 트렌드와 먼 게임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기존 트렌드를 바꿔버릴 정도의 신선한 힘을 가진 콘텐츠라면, 트렌드와 무관하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 콘텐츠는 새로운 트렌드 리더라 할 수 있다. 가장 어렵지만 모두가 꿈꾸는, ‘위대한 성공’이 될 것이다.

게임에서는 ‘펍지’의 ‘배틀 그라운드’가 그런 경우이고, 최근 가요계에서는 ‘숀’의 ‘Way Back Home’이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워너원 등 히트곡 작곡팀 ‘플로우 블로우 (Flow Blow). 사진=인스타그램]

  ■ 좋은 창작자는 좋은 사업가와 만나야 성공 가능성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좋은 창작자는 좋은 사업가와 만나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부분의 작곡가나 게임개발자들은 순수하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부분만 잘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잠재적인 상업적 가능성들을 발굴해주고,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가가 필요하다.

사업가라고 해서 대단한 개념이 아니라, 음악계의 A&R (Artist & Repatories: 작곡가와 아티스트들을 관리하는 직업), 홍보, 기획, 신인개발, 마케팅 담당자 등의 ‘뮤직 비즈니스맨’들을 말한다. 이러한 역할들이 아티스트와 작곡가들의 독특한 특성들을 잘 이해하고 더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줄수 있게 해준다.

게임도 개발만 잘해서는 성공할수 없고 운영, 마케팅, 홍보, 해외사업등의 비즈니스들이 잘 어우러져야 성공 할수 있는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중요한 일들이다.

창작이라는 행위는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만큼 많은 고통과 고독이 뒤따른다. 하지만 산모들이 출산의 고통을 이내 잊는 것처럼 그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을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늘도 밤을 세우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창작을 하고 있을 음악가들과 게임 개발자들을 응원한다.

글쓴이=류기덕 PD jadekeymusic@gmail.com

류기덕 PD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1집에 참여했다.

이후 게임사 소프트맥스, 이오리스게임즈를 거쳐 위메이드에 입사해, 중국에서 20년 이상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그래픽 총괄을 맡았다.

이후 게임 PD로 17년 위메이드에서 맹활약하다 2017년 돌연 음악 PD이자 작곡가로 데뷔해 음악계로 돌아왔다. 현재 제이드 키 뮤직(Jade Key Music) 대표/음악 프로듀서, CJ E&M 음악 퍼블리싱 소속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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