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는 혁명적인 곡, EDM 뮤지션 ‘스크릴렉스'도 역시 천재

[그룹 퀸. 출처: 유튜브(watch?v=fJ9rUzIMcZQs)]

[류기덕의 필소굿6] 필자가 영국 그룹 ‘퀸(Queen)’의 명곡인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이건 현실인가? 이건 환상일 뿐인가?)’ 라는,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밀집 화음의 코러스로 이 위대한 곡은 시작한다. 그 뒤 영롱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마치 과거를 플래시백(Flash Back)하는 듯한 가사와 곡 구성으로 잔잔하게 이야기가 펼쳐지며 곡의 전반부가 흐른다.

그리고 ‘브라이언 메이'의 유명한 기타 솔로 연주가 펼쳐진 뒤 곡의 장르는 급반전되며, ‘스카라무슈(Scaramouche: 이탈리아 옛 희극에 등장하는 어릿광대)’, ‘판당고 (Fandango:스페인 춤의 하나)와 같은 낯선 단어가 등장하는 한편의 오페라로 변신하게 된다. 당시 정말 충격적인 구성이었다.

■ '내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바람이 어떤 식으로 불든'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곡이 고조되며 ‘디스토션 기타(Distorted Guitar: 록 음악에서 빠지지 않는 지글거리게 왜곡된 기타 소리)’와 드럼이 작렬하는 록 음악으로 또 한번 곡의 구성이 변하며 이 곡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후렴구가 울려 퍼진다. 그것도 단 한번.

그리고 이 광대한 서사시를 정리하는 아웃트로. '내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바람이 어떤 식으로 불든(Nothing really matters to me. Any wat the wind blows)…’

1975년 발표된 이 곡은 정말 지금 들어도 대단히 혁명적인 곡이다. 록 음악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장르를 넘나들며 심지어 그것들을 ‘현하지변(懸河之辯)’하듯 거침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한 곡은 정말 드물다. 지금 들어봐도 ‘천재’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범상치 않은 작품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출처: 네이버 영화]

이러한 ‘퀸’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1946~1991)’의 천재성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 브라이언 싱어 감독)’는 필자에게 ‘위대한 음악의 불멸함’과 그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멋진 작품이었다.

특히 영화 마지막 클라이맥스인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에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불려지는 장면은, 마치 ‘프레디 머큐리’라는 한 천재의 화려했지만 쓸쓸했던 파란만장한 인생이 오버랩 되며, 카타르시스를 폭발시키는 감동을 주었다.

비록 ‘프레디 머큐리’는 죽었지만, 그의 음악은 아직도 살아서 2018년인 지금, 극장에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게 감격스러웠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보며 울었을 것이다. ‘퀸'의 음악을 전혀 모르던 세대의 필자 지인들도 이 영화를 보고 감동 받아 ‘퀸’의 팬이 되었다고 했다.

놀랍게도 (영화에서도 묘사되지만) ‘퀸’을 대표하는 명곡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의 천재적인 도전 정신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작품이었지만 당시 음반사나 평론가들은 별로 이 곡을 좋아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히트 공식에 의해 만들어진 곡이 아니라 너무 실험적이고 산만하다는 평이었다. 특히 6분 가까이 되는 러닝 타임 때문에 라디오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음반 제작자는 이 곡을 발표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난관에 봉착한 프레디 머큐리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라디오 DJ를 찾아가 이 곡을 틀어 달라 부탁했고, 당연하다는 듯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게 된다. 결국 반대하던 제작사를 굴복시킨 ‘퀸’은 이 곡을 앨범으로 발매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역사적인 히트를 기록해,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스크릴렉스 Skrillex. 출처:스크릴렉스닷컴]

■ 스크릴렉스, 낮은 주파수의 거친 ‘신디사이저’ 덥스텝을 EDM 주류로

대부분의 천재들은 기존의 틀에 박힌 공식을 깨부수는 행위로 세상을 바꾸게 된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EDM 뮤지션인 ‘스크릴렉스(Skrillex, 본명: 소니 존 무어, 미국, 1988년 생)’ 또한 그러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못할 정도로 심한 왕따를 당하던 아이였다. 심지어 자신의 부모가 양부모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등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천재성을 펼치기 위해 행했던 첫 번째 시작은 2004년 ‘From First to Last’라는 포스트 하드코어(Post-Hardcore) 록밴드였다. 의외로 괜찮은 노래 실력으로 리드 보컬과 신디사이저(synthesizer)를 담당했던 그는 3년의 활동을 끝으로 밴드를 탈퇴하게 된다.

그 뒤로 유명한 일렉트로닉 듀오인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공연‘ Alive 2007’을 보고 인생을 바꿀 만한 경험을 한 그는, 그때부터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되기 위해 몇 년 간 곡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2000년 발표된 데뷔 앨범인 ‘My Name is Skrillex’는 큰 화제가 되지 못했지만, 몇 달 뒤 연이어 발표한 EP 앨범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는 열광적인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스크릴렉스’의 음악을 온 세상에 알리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조회수 2억 9000회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출처: 유튜브]

이 앨범에서 그는 마이너 장르인 ‘덥스텝(Dubstep: 투스텝 리듬을 기반으로 한 초창기 전자음악의 한 장르)’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게 되는데, 당시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음악이었다.

느린 템포의 투스텝 리듬과 ‘쏘우투쓰(Sawtooth: 톱니 파형)‘ 신디사이저의 멜로디로 시작하는 곡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은, 사람 목소리를 잘게 잘라 멜로디를 만드는 ‘보컬 찹(Vocal Chop)’ 기법을 활용한 서정적인 멜로디의 곡인 듯하다, 갑자기 반전이 일어나며 괴물 목소리같은 생소한 악기 소리가 음악을 리드하기 시작한다. ‘와블 베이스(Wobble Bass)’라 불리는 이 낮은 주파수의 거친 ‘신디사이저’의 소리는 혁명적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전자 음악들이 ‘신디사이저’의 화려하고 멋진 소리들에 집착하고 있을때, 그는 소음과도 같은 ‘와블 베이스’ 사운드를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웠다.

‘스크릴렉스'는 이러한 기존에 듣지 못했던 혁신적인 소리들을 과감하게 곡에 녹여내며 기존 일렉트로닉 음악이 갖고 있던 한계를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음악이 아닌, 그 만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냈다.

그리고 수많은 추종자들을 탄생하게 만들어 ‘덥스텝’을 주류 장르로 단숨에 부각시켰다.

그 후 발매한 ‘Bangarang’ 등의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석권하는 등 상업적-비평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스크릴렉스’는 명실 공히 ‘EDM’계의 수퍼 스타가 된다. 현재는 본인이 세운 ‘오슬라(OWSLA)’라는 레이블의 대표 수장이 되었다.

[스크릴렉스의 레이블 OWSLA 로고, 출처: OWSLA닷컴]

그의 초창기 음악을 들어보면 록 음악을 능가하는 엄청난 헤비함과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존재하는데, 마치 ‘21세기의 록음악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외치는 것 같은, ‘디스토션 기타’가 아닌 ‘신디사이저’로 연주된, 미래의 ‘헤비 메탈’을 듣는 듯하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어찌보면 그의 불우했던 유년 시절에 쌓였던 분노들이, 오히려 이런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음악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천재는 타고 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명확한 답을 내릴 순 없지만 20세기의 천재 뮤지션 프레디 머큐리, 그리고 21세기의 천재 뮤지션 ‘스크릴렉스’를 생각해보면 어렴풋이 답은 나온다.

기존 틀을 깨트리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 그리고 ‘타협 없는 싸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그리고 그런 이들을 우리는 천재라 부른다.
또 어떤 위대한 천재가 나타나 세상을 바꾸게 될지 필자는 상상해본다.

글쓴이=류기덕 PD jadekeymusic@gmail.com

류기덕 PD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1집에 참여했다.

이후 게임사 소프트맥스, 이오리스게임즈를 거쳐 위메이드에 입사해, 중국에서 20년 이상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그래픽 총괄을 맡았다.

이후 게임 PD로 17년 위메이드에서 맹활약하다 2017년 돌연 음악 PD이자 작곡가로 데뷔해 음악계로 돌아왔다. 현재 제이드 키 뮤직(Jade Key Music) 대표/음악 프로듀서, CJ E&M 음악 퍼블리싱 소속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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