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퍼블리셔 X.D. 글로벌, 연이은 운영 논란에 한국 유저들 ‘분통’

한 여름 중국 상하이의 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교통난도 서울 이상이다. 지난해 7월 어느날, 나는 상하이 도로의 택시 안에 갇혀 있었다. 목적지는 미카팀. 모바일게임 ‘소녀전선’ 개발사였다.

당시 미카팀 대표와 부사장은 “한국 기자가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며 반갑게 맞아줬다. 매우 젊고 게임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경영진이었다. ‘소녀전선’의 아트북 실물도 그때 처음 봤다. “한글판은 언제 나오는가”라고 물었더니 “비밀입니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만 해도 ‘소녀전선’이 한국에서 지금처럼 욕을 먹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중국 비리비리(bilibili)에 따르면 지난 2월에만 ‘소녀전선’이 한국에서 거둬들인 매출이 70억 원에 이른다. 중국, 대만보다 월등히 높다. 지금도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한국 유저들에게 이 게임이 주는 재미와 매력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X.D. 글로벌(룽청)의 퍼블리싱, 즉 운영에 있어서는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아무래도 외국 회사라 커뮤니케이션이 매끄럽지 못했는데, 특히 케이크 스퀘어나 지스타 등 오프라인 이벤트가 진행되면 행사가 난장판이 되는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행사 관련 정보를 공식카페가 아닌 디시인사이드 커뮤니티에 올리는 일도 있었다. 커뮤니티 중심 행보에 ‘소녀전선 for DCinside’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최근에도 이 회사와 ‘소녀전선’ 커뮤니티는 연이은 논란으로 불타는 중이다. 신작 ‘벽람항로’의 허술한 번역 문제, 번역 담당자들의 태도와 인성 논란, 한국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던 마공스시(일명 조무사)의 폭로, 번역 오류로 인한 아트북 환불 사태 등이 연이어 터졌다. 지금도 ‘메갈 논란’ 등 새로운 이슈가 계속 생겨나는 중인데, 그렇다고 앞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유저들은 “매출과 직결된 사안에만 빠르게 대처한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중이다. 

유저 입장에선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 그리고 외부 인력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모두 알 수는 없으며, 모두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유독 ‘소녀전선’ ‘붕괴3rd’ ‘벽람항로’ 등 X.D. 글로벌이 연관된 게임에는 운영 문제가 끝없이 거론된다. 이제는 폭로와 반박, 중상모략, 음해가 난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유저들끼리 감정싸움도 벌어진다.

게임 서비스가 모든 유저에게 늘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소녀전선’의 경우 이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게임의 행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마추어적인 운영을 보여 왔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들이 모두 게임사가 외주를 주거나 개인적으로 일을 지시한 외부자들로부터 터져 나왔고, 이 혼란한 상황을 자초한 것은 X.D. 글로벌이라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마공스시’는 “‘소녀전선’이 한국에서 성공했기에 한국 기업들이 앞 다퉈 같이 일을 하자고 했지만, X.D. 글로벌은 돈이 별로 들지 않고 문제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저를 통해서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난해부터 수 개월 동안 왜 ‘소녀전선’ 운영에 그렇게 문제가 많았는지 명확하게 설명이 된다.

중국 게임사가 싼 가격에 아마추어 번역자들을 시켜 일을 진행하고, 직원도 아닌 사람을 통해 한국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는 뜻이다. 돈은 벌되 세금은 내지 않고, 유저와의 소통은 뒷전이며,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게임사들은 지금도 충분히 많다.

‘소녀전선’을 아끼는 유저들은 이러한 사실에 충격에 빠진 상태다. ‘마공스시’의 방송을 본 한 시청자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와 루리웹 등에서는 ‘소녀전선’이라는 게임 하나에 수백~수천만원을 결제한 유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들이 느끼는 배신감을 회사가 과연 제대로 이해할지 의문이다.

물론 ‘마공스시’의 말을 100% 신뢰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회사의 말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지난 19일 ‘소녀전선’ 공식카페에 올라온 공지를 보자. 문제가 불거진 ‘마공스시’에 대해 “저희 X.D Global과 업무적인 교류를 제외한 개인적인 활동에 대해 저희측은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지난해 X.D. 글로벌의 중국인 직원을 만나 “도대체 마공스시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오프라인 행사 때마다 이른바 ‘비공식 대리인’의 문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직원은 웃으면서 “예전부터 알고지낸 친구”라고 말했다. 또 단순한 업무 관계라면 그가 회사 내부 상황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문제는 회사에 대한 유저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X.D. 글로벌은 신작 ‘벽람항로’의 한국 서비스를 앞뒀는데, 이 게임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때 일본 앱스토어 매출 10위 안에 당당히 들었던 ‘벽람항로’는 불과 3개월 만에 100위 밖으로 밀려나며 수모를 겪는 중이다. 업데이트나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뜻인데, 한국 퍼블리셔인 X.D. 글로벌이 유저 신뢰 없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들은 X.D. 글로벌의 한국 지사를 곧 만들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부터 해왔던 말이다. 하지만 지사로 인해 모든 불만이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단순히 매출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누구를 위한 지사인지도 의심스럽다. 진정 한국 유저들을 위한 지사인가, 아니면 또 다른 ‘조무사’를 위한 지사인가. 한국 지사 직원을 만나면 먼저 정직원이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지경이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